[독서순례] 일제의 만행과 그리스도인의 사명
[독서순례] 일제의 만행과 그리스도인의 사명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9.05.02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카미츠 무라오카의 ‘나의 비아돌로로사’

타카미츠 무라오카(Takamitsu Muraoka) 교수는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 은퇴교수이자 성서 고전어의 권위자로 전 세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학자다. 그는 기독교인이 매우 희박한 일본에서 젊은 시절 기독교인이 되어 이스라엘의 히브리대학교에서 공부한 이후, 호주와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대 초반에 무라오카 교수는 라이덴 대학교 교수직에서 은퇴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아내와 함께 기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라오카 교수는 대학교 교수직에서 은퇴한 이후, 일제가 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만행을 속죄하는 차원에서 매년마다 5주 이상을 아시아 국가에 직접 찾아가 교육봉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나의 비아돌로로사’는 바로 무라오카 교수가 지난 10여 년 간 아시아 국가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교육봉사를 하며 느낀 점을 정리한 일종의 수필집이다. 이 책은 전체 14장으로 되어 있으며 무라오카 교수는 교육봉사를 하며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의 대학교에서 히브리어와 헬라어 그리고 아람어 등을 가르쳤다. 무라오카 교수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자신이 아시아 국가를 직접 방문하는 의미와 목적에 대해 간략하게 논했다.

 

“일본은 아시아인들과 태평양 전쟁 당시 연합군의 국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졌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제가 자비량으로 가르치는 성서 언어 수업은 태평양에 떨어진 동전만큼 미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경제대국이 된 일본은 지금이라도 전쟁의 상흔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빚을 깨닫고 이를 청산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일본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수십조의 돈을 써서 자국 군대를 키우는 것보다 세계 평화에 더 의미 있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10쪽)

 

이 책을 읽다보면 일제가 저지른 만행이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남아시아 전 지역에 걸쳐있다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 수 있다. 종군 위안부 문제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의 여타 지역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무라오카 교수는 아직도 일본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통렬한 회개와 반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일본이 과거사 청산을 완벽하게 하지 않는 한 자신은 네덜란드에 머물면서도 일본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일제의 만행을 속죄하며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쫓으라”고 명령했다. 무라오카 교수는 예수의 제자로서 자기 십자가를 지는 ‘고난의 길’(비아돌로로사)이 아시아에 직접 찾아가 일제의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라 믿었다. 무라오카 교수는 대학자 이전에 참 그리스도인이었으며 그의 진심어린 사죄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한국교회에서 사순절과 부활절은 성대한 교회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무라오카 교수는 일상에서 사순절과 부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지 삶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부활절 이후 일상에서 부활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