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 떨어진 자를 위한 문학
밑바닥에 떨어진 자를 위한 문학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9.04.1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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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맞아 예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할수록 도대체 예수가 왜 십자가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성경을 읽어 내려 갈수록 예수의 십자가는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 끝이 없는 지옥에 떨어져 허우적대는 사람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을 위한 죽음이었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은 십자가를 봐도 아무런 감동이 없지만, 세상에서 낙오한 사람은 십자가를 보고 깨달으리라. 저 십자가가 바로 나 같은 죄인을 위한 십자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신학자 칼 바르트의 친구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목회자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Eduard Thurneysen)은 1921년에 ‘도스토옙스키’라는 독특한 책을 썼다. 이 책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가 작년 말에 포이에마 출판사에서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이락 제목으로 역간되었다. 백년 가까이 된 이 책이 여전히 한국 신학계에 의미 있는 이유는 문학비평가가 아닌 목회자의 눈으로 투르나이젠이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작품과 사상을 치밀하게 탐구하기 때문이다.

투르나이젠은 이 책에서 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는 그토록 실패자와 낙오자가 많이 등장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도스토옙스키가 쓴 ‘백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작품을 보면 창녀, 살인자, 정신병자, 도둑 등과 같은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투르나이젠은 도스토옙스키가 그러한 인물들에 주목하는 것에는 그의 고유한 신학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웃사이더는 지옥 같은 삶에서 때때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간다. 그러나 사회에서 성공한 인사이더는 결코 하나님을 찾지 않고 바벨탑을 지으며 자신의 공허한 영혼을 만족시킬 헛된 환상을 추구한다.

“지혜롭고 똑똑한 자들, 경건하고 의로운 자들은 용서를 선포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돌들이 소리를 지른다. 교회가 용서를 잃어버렸다. 인간들이 하나님 없이 지혜롭고 똑똑하고 의롭고 경건해졌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이 세상의 외진 곳에 서 계신다. 그래서 주변으로 내몰린 아웃사이더, 빈털터리,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타락한 인생들이 오히려 그분을 알아보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86쪽)

도스토옙스키가 쓴 문학작품은 두꺼워서 읽기가 쉽지 않지만 투르나이젠이 쓴 ‘도스토옙스키’는 짧고 간결하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수의 십자가가 누구를 위한 십자가였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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