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
통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
  • 유영식 박사
  • 승인 2019.04.18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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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존체제를 지향하는 탈분단으로 한반도 지형 진화

통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통일의 당위성이 강조될 때가 그랬다. 당위성은 당위적 목표의 절대성을 전제로 한다. 당위적 목표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동되거나 조정되는 목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성취해야만 하는 목표이다. 그럼, 통일은 당위성을 지니고 있는가? 분명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민족적 당위성에 입각한 통일의식은 우리 사회에 매우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크고 작은 외적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혈통, 문화, 역사, 언어를 유지하고 있는 민족이란 관점에서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현실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더구나 한민족 분단이 미소(super power)의 논리에 의해 억압적으로 형성되었기에 분단을 극복하고 다시 민족이 하나가 되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민족적 정당성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남북한 분단체제가 70년에 걸쳐 지속되어 오는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을 하나의 민족으로 생각하는 민족적 정체성이 약화되었고, 이질적인 체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가 남북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따라 현실적인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통일에 대한 당위성은 희석되고 말았다.

2000년 이후, 민족주의에 근거한 통일의 당위성이 더 이상 실효성을 지니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경제논리에서 모색하는 흐름이 있었다. 통일을 그 자체로 당위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최종목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이나 민족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관점의 통일관이 등장했다. 물론 나쁘지 않는 생각이다. 민족과 국가 이념의 차원에서 통일을 거창하게 논의한 나머지 통일은 개인과는 무관하다는 생각과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는 통일이 민족과 국가 차원만이 아닌 개인적 수준에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은 분명 기존의 통일논의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제주의적 관점은 모든 것을 돈벌이의 관점에서 보고, 그 돈벌이 관점으로 세상일을 대처하는 자본주의 사회 특유의 가치관으로, 공동체적 가치를 배제하고 모든 것을 경제력으로 획일화하는 현대판 부국강병의 논리를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

더구나, 개인이 국가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때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이 곧 개인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일이 가져다 줄 국가적 이익과 개인적 이익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최준영(2016)의 ‘통일의 이익에 대한 차별적 인식 집단의 비교 연구’에 의하면, 통일이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관적 집단(43.5%)의 비율이 다른 비교집단, 낙관적 집단(28.6%), 소외적 집단(26.6%), 이기적 집단(1.3%)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통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경제적 이윤과 효율성의 추구를 넘어서는 통일의 논리를 고민해야 한다.

조급한 통일논의보다, 상당 기간 평화적 분단관리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한의 장기공존을 목표로, 분단이냐 통일이냐의 양자택일적 관점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하나의 국민국가를 당위로 전제하는 통일보다 평화공존체제를 지향하는 탈분단으로 한반도 지형이 진화해가도록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유영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북한·통일학 교수)<br>
유영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북한·통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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