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기독(교)’과 ‘그리스도(교)’
[독자기고] ‘기독(교)’과 ‘그리스도(교)’
  • 김형곤 목사
  • 승인 2019.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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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 목사(광주북문교회, 전 한일장신대 교수)
김형곤 목사
(광주북문교회, 전 한일장신대 교수)

만일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나 손주가 “기독(교)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지요?”라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오랫동안 우리는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직능적 칭호인 ‘그리스도’를 알게 모르게 변형된 형태로 사용해 왔다. 그래서 ‘기독교’ ‘기독인’ ‘기독 학생’ ‘기독 청년’ 등 ‘기독’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이 용어가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화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이 용어를 중국어로부터 차용했던 초기만 해도 이 용어 사용이 불가피했고 최선의 용어로 받아들여 줄곧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좀 더 숙고해 보아야 한다.

‘기독(교)’이라는 용어는 중국의 그리스도교 선교과정에서 형성된 ‘그리스도(교)’에 대한 음역어이다. 먼저, 중국의 그리스도교 관련 역사는 635년 시리아 교회의 선교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일부가 에베소 공의회(431)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네스토리우스 그리스도론의 영향을 받은 것 때문에 소위 ‘네스토리우스파’라고 불리는 경교(景敎)의 초기 문서와 경교비(大秦景敎流行中國碑) 등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최초의 중국어 음역어가 나타났다. ‘예수’는 시리아어 음역어인 ‘이슈’(移鼠, 이서) 혹은 ‘이슈’(翳數, 예수)로 표기되었고, ‘그리스도’는 히브리어 ‘메시아’에 대한 시리아어 음역어인 ‘미쉬허’로 발음되는 ‘迷詩訶’(미시하)나 ‘彌師訶’(미사하) 그리고 ‘彌施訶’(미시하)로 표기되었다.

다음, 중국을 향한 그리스도교 선교의 거대한 물결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선교이다. 1294년 최초의 가톨릭 선교사인 몬테코르비노(G. Montecorvino) 신부에 의해 선교가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선교는 16세기 후반에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그들의 문헌적 성과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음역어가 나타났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처음 주님의 칭호를 중국어로 표기하면서 신약성경에 나타난 그리스(헬라)어 ‘예수 크리스토’(Iesous X[Kh]ristos)가 아닌 라틴어 어미변화를 일으킨 ‘예수 크리스투’(Iesus Christus)를 사용했다. ‘예수’는 1584년 문헌에 등장한 음역어 ‘예소’(熱所, 열소)를 거쳐 1610년대에 음역어 ‘예수’(耶穌, 야소)로 바뀐 뒤 이 용어로 굳어져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한편 ‘그리스도’는 1584년 문헌에 ‘키리스두’(契利斯督, 계리사독)가 등장한 뒤, 1636년 문헌에 ‘기리스두’(基利斯督, 기리사독)로 바뀌었고, 1700년경에 ‘기스두’(基斯督, 기사독)로 축약하는 징조를 잠깐 보이다가, 1707년 작고한 바쎄(J. Basset, 白日昇, 巴設) 선교사가 신약성경 일부를 중국어로 번역하여 남긴 유고본에서 첫 자와 끝 자만으로 축약된 ‘기두’(基督, 기독)가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뒤 ‘기리스두’(基利斯督, 기리사독)와 ‘기두’(基督, 기독)는 중국 가톨릭 용어로 정착되었다.

한편, 1807년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모리슨(Robert Morrison, 馬禮遜) 목사를 통해 중국 개신교 선교가 시작되었다. 그가 완역한 중국 최초의 신약성경(『耶穌基利士督我主救者新遺詔書』, 1814)과 밀른(W. Milne, 米憐) 선교사와 함께 번역한 구약을 합친 『神天聖書』(신천성서, 1823)에서 그는 주님의 칭호를 ‘기리스두’(基利斯督)와 같은 발음의 변형된 한자어 ‘基利士督’(기리사독)으로 번역했고, 여전히 같은 축약어 ‘기두’(基督, 기독)를 사용했다. 그리고 중국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모두 이 말에 ‘갸오’(敎, 교)를 붙여 ‘기두갸오’(基督敎, 기독교)라는 용어를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필자가 이 글에서 ‘契利斯督’(계리사독)을 ‘키리스두’로, ‘基利斯督’(기리사독)이나 ‘基利士督’(기리사독)을 ‘기리스두’로, ‘基督敎’(기독교)를 ‘기두갸오’로 발음하여 표기한 근거가 있다. 그것은 중국어 음운학자들이 밝힌 대로 중국어 발음이 과거에서 현대로 오면서 전반적으로 일어난 구개음화 현상에 둘 수 있지만, 더욱 결정적인 근거는 성경을 직접 완역했던 모리슨 선교사가 1815년부터 펴냈던 “중국어 사전”들과 역시 성경번역자였던 메드허스트(W. H. Medhurst) 선교사가 1847년과 1848년에 두 권으로 펴낸 “영중사전”에 두고 있다. 이 사전들은 가톨릭이나 개신교 선교사들의 중국 선교 초기의 거점이었고 성경을 직접 번역했던 당시 광둥(廣東, Canton, 현 광저우)과 난깅(南京, 현 난징)을 비롯한 중국 동남지역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 사전들이 밝히는바 당시 피킹(北京, 현 베이징) 지역의 발음으로는 ‘키리스두’(契利斯督)가 ‘치리스두’, ‘기리스두’(基利斯督 및 基利士督)는 ‘지리스두’, ‘기두갸오’(基督敎)는 ‘지두쟈오’가 된다. 그리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수립 이후 이 베이징어 발음을 표준음으로 삼은 언어통일정책에 따라 지금은 모두가 중국어로 ‘지리스두’(基利斯督), ‘지두’(基督), ‘지두쟈오’(基督敎)라고 부르고 있지만, 중국 그리스도인들의 의식 속에는 주님 ‘그리스도’가 자리잡고 있다.

한편, 이러한 ‘중국어’식 음역어가 1784년 이후 우리나라 가톨릭 선교과정에서 ‘우리말’식으로 ‘기독(교)’[천주(교)]이라는 용어로 유입되었다. 그리고, 1884년 이후 우리 개신 그리스도교 선교과정에서 다행히 성경 용어로는 주님의 칭호를 신약성경 그리스(헬라)어에 가깝게 음역했다. 로스(J. Ross, 羅约翰) 선교사는 1882년에 펴낸 한글 성경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에서 ‘그리스도’의 호칭을 ‘키리쓰토’로 표기하였고, 이수정 선생은 1885년에 펴낸 『신약마가젼복음셔언ᄒᆡ』에서 ‘耶穌基督’이라는 한자어 위에 ‘예슈쓰크리슈도스’라고 표기함으로써 그 뒤 한국성경에 ‘예수 그리스도’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리 개신교회가 주님 ‘그리스도’의 칭호를 성경에서는 정확하게 표기함으로써 되찾아드린 셈이다. 그러나 성경 밖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아직 되찾아드리지 못하고 ‘기독(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어 굳어진 중국어 ‘지두(쟈오)’[基督(敎)]라는 용어가 들어와 그 발음마저 우리말식 ‘기독(교)’으로 굳어지면서 문제점을 지니게 되었다. 그 문제점 자체에 해답이 있기에 아울러 소견을 곁들이고자 한다.

첫째, 외람스럽게도 ‘기독’으로 변질된 ‘그리스도’ 우리 주님의 칭호와 이름이 이제 회복되어야 한다. ‘그리스도’(X[Kh]ristos)는 하나님께서 구약성경에서 약속하신 뒤 보내주신 바로 ‘그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직능적 칭호를 신약성경 그리스(헬라)어로 의역한 고유명사이다. 그런데 고유명사인 칭호만은 반드시 원래의 발음에 가깝게 불러드려야 한다. 이 용어가 중국인들에게는 자기들 나름의 음역어이자 그 축약형이기에 그 용어에서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한글 ‘기독(교)’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주님 ‘그리스도’의 칭호와 정체성을 확인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기독(교)’이라는 용어는 국적을 잃은 용어가 된 셈이다. 따라서 ‘그리스도’ 주님의 직능적 칭호와 이름을 일상 언어의 삶에서도 되찾아드려야 한다.

둘째, 선교적 차원에서 ‘기독교’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그리스도교’라는 명칭 속에는 신앙의 대상이 담겨 있다.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 곧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이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전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그리스도의 제자를 삼고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선교이다. 그러나 ‘기독교’라는 용어로는 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 오히려 선교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기독(교)’이라는 용어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것은 특히 다음 세대를 위한 선교적 차원과도 관련된 문제이다. 이 글 서두에서 제기한 질문대로 만일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나 손주가 “기독(교)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지요?”라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중국에서 시작된 명칭의 연혁을 설득력 있게 밝혀주면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또, 그렇게 설명해줄 수 있다고 해서 근본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따라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그리스도(교)’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기독(교)’이라는 용어는 우리 한국에서 그동안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본다. 이제는 우리 주 예수님의 직능적 고유 칭호(이름) ‘그리스도’를 되찾아드릴 때가 되었다. 우리는 속히 차용언어를 정리하고 어떠한 발음이든 표기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우리말과 우리글이라는 주체적 언어를 가지고 주님 그리스도의 고유 칭호와 정체성이 드러나는 ‘그리스도(교)’라는 음역어를 일상에서 사용함으로써 주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해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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