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목회] 유월절과 성찬
[먹거리와 목회] 유월절과 성찬
  • 박미경 박사
  • 승인 2019.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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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도 훌쩍 넘은 오래 전, 필자가 미국의 윌로우 크릭 교회의 성금요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예배실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조그만 박스를 하나씩 전해주었고 예배시간에 유월절 식사 때 먹었던 음식을 유대인 랍비에서 기독교인이 되신 분의 설명과 함께 하나하나 먹었던 기억은 마음속에 강렬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 번도 유월절 식사를 직접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기억에 남기도 했고, 성경이나 설교를 통해 접하기만 했던 유월절 식탁을 직접 그 의미를 들으며 먹으니 마치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먹었던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아 함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개신교인들은 유월절에 그 음식을 나누며 지키지 않는다. 대신 성찬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기념한다. 고난주간을 앞두고 유월절 식탁과 성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우리의 신앙정체성을 확인하고 세워나가는 데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존재와 관련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획기적인 사건은 바로 유월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애굽기 12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하나님께서 친히 인도하셨음을 보여준다. 마음이 강팍한 바로의 손아귀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친히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 어느 것도 당해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존재였던 바로 역시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는 한낱 연약한 인간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출애굽사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로의 압제에서부터 자유인으로, 하나님의 통치하심 아래 있는 하나님의 자녀임을 만방에 보여준 사건이다. 그들은 이집트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바로 전날, 하나님께서 일러주신 음식들을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만들어 먹고 자유의 땅을 향해 출발했다. 이 유월절은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이후 유월절마다 출애굽 때 먹었던 음식들을 먹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가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워져 갔다고 할 수 있다. 유월절 식사로 차려지는 음식들은 쓴나물, 파슬리, 하로셋, 소금물, 양정강이뼈, 마짜, 포도주, 과일, 달걀 등이다.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유월절 식사로 먹은 음식은 바로 다음의 사진과 같은 것이다.

seder meal. 아마존 닷컴 갈무리
seder meal. 아마존 닷컴 갈무리

유월절 음식의 의미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은 히브리어로 ‘마짜’라고 한다. 이집트에서 급히 나와야 하는 상황 속에서 누룩을 넣은 발효된 빵을 만들 시간이 없었기에 누룩 없이 빵을 만들어 먹었다. 쓴 나물은 파슬리나 샐러리, 상추를 이용하는데, 이는 노예시절을 회상하라는 것으로, 그때 당했던 고통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 쓴나물은 소금물이나 하로셋이란 소스에 찍어 먹는데, 소금물은 이집트 노예생활 시에 흘렸던 눈물을 기억하게 한다. 하로셋은 다진 사과, 잘게 썬 호두, 건포도, 대추야자, 계피, 포도주, 꿀로 만든 것이며 이집트에서 진흙으로 벽돌을 만드는 고된 노역에 시달린 것을 기억하기 위한 음식이다. 파슬리나 샐러리, 상추는 봄이 왔다는 의미의 생명과 이집트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기쁨과 축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의 정강이뼈는 유월절에 죽임을 당한 어린양을 상징하며 유월절 식사에서 먹고 남은 양의 뼈는 꺾지 않는 게 규칙이라고 한다. 일부 성직자들은 정강이는 더 이상 양을 통째로 제물로 바치지 못함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행위를 몸(다리)으로 따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삶은 달걀을 먹는 것은 어려움을 당할수록 견고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월절 식사는 시간상으로 이스라엘의 과거와 미래가 지금 이 자리에서 현재화되는 독특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과거 조상들이 겪었던 고난과 슬픔을 회상하고, 동시에 현재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축복을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미래를 향한 열린 소망을 확인한다. 유대인들은 해마다 유월절 저녁에 진행하는 식사의식을 통해 수천 년의 시간을 넘나든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로 이 유월절 식탁을 통해 그 의미를 새롭게 하신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죽음, 부활을 포함하는 성찬으로 연결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빵을 나눠주며 “받아먹으라. 이는 내 몸이니”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 자신이 유월절 양이 될 것을 미리 암시해 주셨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예수님은 유월절 양이 죽었던 것처럼 자신의 생명을 주셨다.

성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죽음, 부활을 포함하고 있다. 생명의 빵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십자가에서 피 흘림으로 대속하신 구원자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 사랑을 기념하라고 말씀하신다. 정경호 교수는 예수님의 유월절 만찬 곧 구원의 밥상은 밥상머리의 주인이신 예수께서 자신의 몸을 인류를 위한 구원의 먹거리로 내어 놓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것, 둘째로 주의 성찬을 통하여 십자가의 죽음을 꿰뚫고 부활하신 예수를 회상하며 축하하는 것, 셋째 예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주의 성찬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일치와 연합과 상생을 이루는 것, 넷째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주의 성찬’ 곧 나눔과 섬김을 수반으로 하는 구원의 밥상이 되어야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의 성찬이라는 예수님의 살과 피가 인간을 향한 구원의 밥상임은 물론 지구적, 우주적 생명공동체가 누릴 평화의 세계를 향한 구원의 밥상임을 기억하고 다짐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대인들이 유월절 식탁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세워나가듯, 오늘을 살아가는 기독인들도 성찬을 통해서 구원자 되신 예수님을 되새기고 우리 자신 역시 그 주님의 삶을 따라가겠노라 다짐하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찬을 행할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역사가 체험되어지고, 함께 한 빵을 나누고 한 포도주에 적시므로 너와 나 구별 없이 하나가 되는 하나됨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박미경 박사현) 양광교회 교육목사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미국 Garrett 신학대학원(Ph.D.) 졸업
박미경 박사
현) 양광교회 교육목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Garrett 신학대학원(Ph.D.)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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