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송병구 목사(색동교회), "십자가 영성으로 위로, 화해, 평화를"
[고난주간 특집-미래세대 목회모델] 송병구 목사(색동교회), "십자가 영성으로 위로, 화해, 평화를"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4.11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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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재산인 '소명'을 밝히는 십자가
독일 복흠시, 송병구 목사가 살던 동네 이웃인 페터 피셔씨가 ‘분단철조망 십자가’를 만들어줬다. 출처 ‘송병구 목사가 쉽게 쓴 십자가 이야기’  

송병구 목사(색동교회)가 독일 복흠시에서 목회하던 당시 독일 동서분단의 과거를 보존하고 있는 아이히스펠트 박물관에서 철조망을 구입했다. 동서분단의 접경이었던 두더슈타트와 타이스퉁엔 사이에 세워져 있던 철조망이었다. 통일 이후 그 현장에 세워진 박물관에서 과거의 유물 혹은 기념품으로 손바닥만 한 철조망 한 조각을 1유로씩 판매했다. 그 철조망 조각으로 송 목사가 살던 동네 이웃인 페터 피셔씨가 ‘분단철조망 십자가(사진)’를 만들어줬다. 분단의 장벽을 연상시키는 철조망 십자가에 볼트와 너트를 붙여 두 개의 인형을 매달아 놓았다. 마치 분단을 기억하기 위해 철망을 기어오르는 희망의 도전처럼.

송 목사가 독일에서 귀국한지 12년 만에 다시 찾아간 복흠에서 멜링히톤 교회 마틴 뢰트거 목사가 송 목사를 그의 어머니 집으로 초대했다. 그곳 거실 탁자에는 8개의 십자가가 놓여있었다. 10년 전에 소천 한 남편 호르스트 뢰트거 씨가 평생 간직하던 십자가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으로 징병되었던 호르스트 뢰트거씨는 평소에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를 멘 채로 참전했다. 그도 역시 포로 심사대에서 생사가 달린 순간을 맞이했다. 그런데 무신론자인 소련군 장교는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를 유심히 보더니 시베리아형에서 제외시켰다. 그는 그의 목숨을 살린 십자가를 평생 사랑하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송 목사의 손에 들려져 전시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송 목사는 십자가 연구자다. 25년 전부터 시작된 십자가 수집은 그의 소명을 밝히는 십자가 영성의 실천이었다. 그가 수집한 십자가 1200여점은 현재 김포 고촌교회(박정훈 목사)에서 상설전시회 ‘십자가의 세계’를 통해, 대전 유성교회(신현구 목사)에서 20일까지 ‘대전충남지역 세계의 십자가 전’을 통해 성도들을 만나고 있다.

십자가 수집은 송병구 목사의 고난의 영성, 십자가 영성의 실천이었다. 정성경 기자 

 

한국교회의 신앙고백 위에 전수할 성물은 무엇인가?

십자가 연구가로 세계 십자가 수집

십자가마다 다른 표정, 다른 메시지

고난의 흔적과 십자가 영성 담긴 수집품

십자가 박물관 세웠으면…

송 목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특별하진 않지만 소명을 받고, 특별하게 40년 동안 변심하지 않고 목회의 길을 걸었다. 1980년대 초부터 소명 가운데 특히 예언자적 소명을 많이 느꼈던 그는 당시의 시대정신에 대해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저항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난하고 고난 받는 사람들의 삶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983년에 신학교 다니면서 감옥에도 갔다 왔다.

이렇게 마음이 뜨거웠던 1985년, 김포군 월곶면 포내리에서 문수산성교회를 개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9년 동안 목회하면서 세상과 씨름했다. 송 목사는 “그 시대는 세상이 불의하니까 교회의 작은 정의로운 노력도 빛과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1989년에 시작한 것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이하 고난함께)’이다. 벌써 30주년을 맞은 고난함께는 29일 감신대 중강당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송 목사가 사업기념 위원장을 맡았다. 그와 함께 성장한 문수산성교회는 교회도 건축하고 자립하는 신앙공동체로 섰다.

그리고 1994년, 독일에 있는 한인교회의 초빙으로 복흠-지겐 한인교회에서 한인광부 간호사들과 함께 사역했다. 당시 송 목사는 담임목사이기 전에 이민공동체, 한인공동체, 그들의 민족의 하나됨과 통일을 위한 목사라고 생각하고 8년 반을 사역했으며 현재도 교류 중이다.

송 목사가 문수산성교회를 개척할 당시 문수산에 올라가 은사시나무를 베어다가 십자가를 만들어 교회 안에 세워뒀다. 그리고 6.25나 8.15기념일에는 녹슨 십자가를 덧대서 우리 민족의 화해, 평화를 위해 교인들과 꽃도 꽂으면서 상징적인 행위를 했던 것이다.

송 목사의 십자가에 대한 평소 생각은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십자가 영성이 있었기에 독일에 가면서 그들의 천년의 영성을 배우고자 했다. 그리고 그 영성을 십자가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십자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십자가를 수집하는 송 목사에게 누군가 ‘고난의 영성’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십자가 수집은 취미생활이 아니다. 십자가 영성, 고난의 영성이 그의 소명 가운데 있고, 예언자 정신이라고 하는 부르심에 대한 고민의 실천이었다. 그것이 예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예배적으로 표현된 것이 십자가 연구였다.

송 목사가 전 세계에서 십자가를 수집하며 갖게 된 꿈이 있다. DMZ에 생태공원을 만들게 되면 뭔가 기념물들이 들어설 텐데 한국교회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하던 중,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함께 십자가 박물관을 만들면 좋겠다. 그때 내 십자가가 거기로 가면 좋겠다”고 했다.

송 목사는 “십자가를 수집하고 전시하지만 내 안목에서 십자가를 수집한 거지 아름답고 비싸고 이런 십자가를 구한 것은 아니”라며 “세계교회의 십자가의 뿌리, 역사 전통과 함께 세상의 고난의 흔적, 십자가 영성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다양한 저서 활동 중 지난 2015년 ‘송병구 목사가 쉽게 쓴 십자가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전 세계 십자가에 담긴 문화와 예술을 소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전 유성교회 십자가 전시회에는 특별히 세월호 십자가 4점을 만들어 추가 전시해 과거에 머물지 않고 내일로 나아가는 십자가 영성을 표현했다.

대전 유성교회에 전시된 세월호 십자가. 유성교회 제공

송 목사는 “십자가를 수집하면서 굉장히 평화로웠다”고 말한다. 그는 “수집 할 때마다 위로를 얻었다. ‘serendipity(뜻밖의 발견)’라고 발견을 통해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십자가는 무겁고 억누르는 영성이 아니라, 위로받고 화해하고, 평화를 얻는 것”이라며 “고난의 영성이란, 고통스럽고 분노하고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현실이라면, 그런 현실 속에서 십자가 너머 승리와 환희, 감사를 보게 하는 진리”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모은 십자가들은 “인간의 아픔을 표현한 것도 있지만 대체로 밝다. 보면 볼수록 즐겁다”고 했다. 만들고 디자인한 사람들의 깊은 영성을 느낄만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십자가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그동안 문수산성교회에서는 ‘해방의 누룩’, 복흠교회에서는 ‘아침공동체’, 색동교회에서는 ‘색동저고리’, 바이블25에서 당당뉴스와 칼럼을 쓰고 있다. 30년 전, 기독교 사상을 비롯한 여러 언론지에 ‘한국재벌교회 물신숭배’라는 글을 썼다. 교회 내부적인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저기서 그의 글이 인용됐다. 그런데 그때부터 겁이 더럭 났다. “내가 목산데 교회 안의 이야기를 너무 바깥에 떠들어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이런 글을 쓰지 말아야 겠다”는 급 반성이 들었다.

독일에서 돌아와 감리교 본부에서 7년 넘게 일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순치되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좀 더 세게 살걸, 너무 타협적으로 살았구나, 내가 좀 더 세상을 향해서 더 몸을 던졌어야 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세상은 변화하는데 교회는 정작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민주화가 되고 시민의식이 성숙되어 가는데 “교회는 더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목사로서 후회가 된다”며 “내가 좀 더 헌신하지 못했구나, 세상의 불의에 대해서 분노했던 것처럼 교회 안에서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더 분노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감리교 본부에서 나와 50살에 개척한 색동교회는 송 목사의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쉬운 삶이 아닌 자유로운 삶을 택한 것이다. 그는 “우리 교회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모인 교회지만 끊임없이 화해와 평화, 정의를 통해 성도들의 믿음이 많이 성숙했다”고 소개했다. 색동교회의 비전은 ‘젊고 따뜻하며 평화로운 교회’다.

송 목사는 “색동교회가 더 교회답게 만들어가는 것, 잘 은퇴하는 게 비전”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34년 동안 비교적 한결같은 목회를 했는데, 변하지 말고, 꼰대가 되지 말고, 자기 이익을 탐하는 목사가 아니라 유일한 재산인 소명, 예언자적인 의식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더 강화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정직해지고, 더 정의롭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 목사는 십자가 수집을 평생 할 예정이다. “내 인생의 보물창고가 아닌 한국교회의 자랑할 만한 유산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소품이자 성물로써 30년, 100년 후에도 기념될 만한 성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색동교회의 십자가부터 강대상, 성찬기까지 성도들의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성물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면서 송 목사는 “한국교회들이 ‘당신 교회의 성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색동교회의 성물인 십자가들. 십자가마다 다른 이야기와 의미, 그리고 가치를 가졌다. 출처 색동교회 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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