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확신의 죄에서 회개하라
[독서순례] 확신의 죄에서 회개하라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9.04.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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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엔즈의 ‘확신의 죄’

미국의 성서학자 피터 엔즈(Peter Enns)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자신의 모교인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구약학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신학교 교수 시절에 쓴 ‘성육신의 관점으로 쓴 성서 영감설’(Inspiration and Incarnation)이 학교에서 큰 문제가 되어 그는 교수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성서 영감설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학문적으로는 뛰어난 책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뛰어난 학문성으로 인해 그를 실업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가 실업자가 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그에게 발생했다. 그것은 그가 여태껏 참된 믿음이라고 믿었던 그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삶의 터전이자 신학의 알파와 오메가였다. 그러나 이제 그곳을 떠남으로써 그는 다시 새롭게 신학을 공부해야 했다.

피터 엔즈가 쓴 ‘확신의 죄’(The Sin of Certainty)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떠나고 그가 새롭게 깨달은 기독교 진리에 관한 영적 자서전이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되어 있으며 책의 초반에는 ‘확신의 죄’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중반에는 시편과 전도서에 나타난 하나님을 향한 신뢰에 대해 논하고, 후반에는 그가 어떤 신학의 여정을 밟았는지를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신뢰가 아닌 하나님에 관한 진술 즉 교리의 순수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상숭배로 귀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가 죽기 살기로 ’올바른‘ 생각을 붙들고 있을 때 그것을 높은 하나님을 놓는 것이라 여기고 놓지 않으려 할 때, 손에 쥔 것을 놓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입장을 고수하며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킬 때, 그런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보다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는 것이다. 우상에 매달리느라 그분을 신뢰하라는 초대를 외면해버린다. 확신에 목매는 것은 그것이 하나님을 우리 마음속 형상으로 한정시키기 때문에 죄이다.” (33쪽)

피터 엔즈는 우리가 우상의 형상을 만들고, 그 우상에 절하는 것만이 우상숭배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특정 진술로 하나님을 제한하는 것 역시 우상숭배라고 경고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에 갇히는 분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를 초월하여, 인간의 언어 너머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시는 하나님이다. 어찌 보면 피터 엔즈가 쓴 ‘확신의 죄’는 최근 일부 한국교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혹은 ‘특강 소요리문답’과 같은 책과 대척점에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신의 죄’는 교리공부를 강화하면 할수록 예수님을 닮는 게 아니라 바리새인을 닮는 교리공부의 역설을 지적하는 책이다. 한국교회에서 교리공부를 마치고 이 책을 또한 읽으면서 교리공부의 불가피한 한계에 대해 균형감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신앙의 성숙을 위해 중요해 보인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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