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속 드라마, 드라마 속 인생
인생 속 드라마, 드라마 속 인생
  • 박형철 교수
  • 승인 2019.03.29 05: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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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생이 드라마 같다고 말한다. 왜일까? 드라마에는 세상만사가 담기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그들 각각의 삶이, 그 삶들의 희로애락과 우여곡절의 면면이 담긴다.

드라마라는 매체의 가장 큰 강점은 편리함과 익숙함이다. 우리네 인생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TV만 켜면 아니 요즘은 핸드폰이나 컴퓨터만 켜면 바로 나온다. 소위 통속적이고 자극적이며 때로 막장인 이야기들을 일주일 내내 원하는 만큼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드라마 속 다양한 삶의 문제와 상황들이 뻔한 얘기라고 투덜거리면서도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이며, 그 안에서 편안하게 분출하고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일의 삶이 지루한 반복(routine)이라고 느끼는 반면, 일주일 각각의 매일에 색다른 소재들을 다루는 드라마를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반복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규칙적인 익숙함에 관심을 가지며 몰입하고, 기다리며 기대하는 자발적 희망고문을 즐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편리한 접근성 그리고 익숙함의 매력이 현대인들을 일상의 가상현실 화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삶은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는 삶이 된다.

최근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꼬집으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JTBC 갈무리
최근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꼬집으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JTBC 갈무리

사람들은 인생이 고해(苦海)라고 말한다. 왜일까? 우리 모두는 아프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드라마에는 우리 일상의 고민과 아픔, 고통의 실존적 이미지들이 담긴다. 간접적이지만 생생하게 와 닿는 실존의 경험들은 우리 삶이 비극임을 상기시킨다. 감사한 것은, 그 비극적 이야기 속에서 위로와 희망의 카타르시스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이디푸스나 햄릿 시대의 사람들이 비극을 보며 두려움과 위안의 양가적 감정을 느낀 뒤 자신의 삶에 감사했던 것처럼, 현대인들이 드라마 실존 속에서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함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러한 비극/드라마 이론이 신앙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삶이 비극이고 종국은 죽음이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비극을 통해 그 모든 것이 극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구원의 카타르시스를 이미 누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드라마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속에는 일상의 철학과 신학과 신앙이 담긴다. 무한매력을 발산하는 드라마 속에서 말씀과 연관된 이야기와 인물들을 어렴풋이나마 발견할 수 있다면, 실제의 삶을 반영하는 매체 속에서 십자가의 신앙을 적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파급력이 강한 신앙교육이 있을까? 요즘 드라마에서는 다루지 않는 이야기가 없다: 사회의 이슈들, 세상 속 첨단기술들, 지나간 역사의 재해석, 가족 공동체와 각 존재들의 고민과 분투, 나아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런 일상 속 문화 트랜드와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며, 그 영향력이 상상 이상으로 막대하다는 것이다. 공동체와 사역의 현장에서 세대를 아우르며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려면 현 시대에 회자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연구는 필수적인 듯하다.

최근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꼬집으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징들(피라미드/서울의대/코디)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런데, 이런 상징들을 신앙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스카이 캐슬에서 천성(天城, 하늘나라)을, 서울의대라는 특권적 이미지에서 ‘패치 아담스’, ‘그 청년 바보의사(안수현)’, ‘리틀 닥터스(한센병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현 서울의대생들)’같은 진정한 의사들을, 그리고 냉혈한 코디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코디인 예수님을 떠올릴 수 있다면, 우리는 드라마 속 강력한 상징들을 반면교사 삼아 사역과 신앙에 긍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가족의 소중함/시간의 의미를 다루는 <눈이 부시게>, 역사와 정체성의 복잡성을 다루는 <미스터 션사인>, 증강현실/게임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한국 신화를 재해석한 <도깨비>, 넷플릭스에 한국적 좀비를 데뷔시킨 <킹덤>까지, 상상 속 다양한 실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구원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매일 각 드라마의 다음 회를 소풍처럼 기다린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드라마 OST를 흥얼거리며 위로를 얻는다.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들의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같이 기다리고 흥얼거리며 느껴보자. 이런 일상 속 드라마의 힘과 영향력 그리고 그 내용이 매일의 신앙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박형철서울여자대학교 특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박형철서울여자대학교 특임교수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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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라이 2019-03-30 21:22:41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나만의 신앙적인 해석을 하며 보게되는데 이 글에 많은 공감이 되네요!

괴수 2019-03-29 22:37:29
미디어를 수동적으로만 수용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글이네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다음세대들이기 가장 파급이 좋을 것 같아요. 미디어는 베척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요..!

레드오렌지 2019-03-29 12:16:00
맞아요!!! 드라마와 인생은....ㅋㅋㅋㅋㅋ 매우 밀접한것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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