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혁명이 고도화된 이 시대를 ‘후기산업사회‘(고도근대사회) 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부른다. 정치경제적 관점에서는 ‘신자유자본주의’ 사회라고 한다. 앤서니 기든스를 비롯한 일단의 사회학자들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구조를 세계화(Globalization)라 한다. 기든스가 말하는 세계화는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체계를 근거로 발현한 근대성의 최종적인 국면이라 보았고, 또한 근대성속에 내포된 역동성이 가속화된 오늘을 ‘질주하는 세계’로 규정했다. 즉 변화와 상호작용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상화된 사회’를 세계화라고 한다. 이런 일상화된 변화는 오랫동안 공유된 경험은 물론 산업사회의 전문지식도 어느 한 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세계화 시대는 경험적 지식과 전문적 지식보다는 변화를 가로지를 수 있는 지속적인 성찰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세계화는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는 거시 사회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세계화로 각 나라는 세계를 상대로 상호작용하면서 내적인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각 나라별 차이는 감소한다. 자동차와 핸드폰이 가져온 우리사회의 다양성 증가는 동시에 다른 나라와의 생활문화 차이를 감소시킨다. 여기서 나온 문제가 양극화이다. 세계가 단일 시장화 되어 국가 통제하의 경영은 세계를 무대로 무한 경쟁화된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 승자는 사라지고 세계 단일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가 엄청난 부를 축척하는 반면, 다수가 가난으로 내몰리게 되는 양극화 문제가 발생한다. 돈과 정보력을 가진 집단이 전 세계를 무대로 승자독식의 경제를 이루는 신자유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소수의 승자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변화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가난한 다수는 생존의 문제로, 소수의 부자는 더 많은 욕망의 환상과 지속가능성 문제로 편할 날이 없다.
오늘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양극화 - 소수 대형교회와 대다수 미자립 교회, 교회세습과 목회자 이중직- 그리고 정체성 위기 - 사회와 교회의 불통, 물신주의, 목회자 일탈, 가나안성도 확산, 근본주의와 신비주의의 전투화, 개교회주의와 교회법의 무력화- 또한 한국교회사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세계화 맥락에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가 가져온 교회의 양극화는 연합과 일치보다는 갈등과 반목을 확산시키고, 한편으로는 생존 불안을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의 물신주의적 욕망을 강화시키고 있다. 한국교회는 변화가 일상화된 세계화시대 신앙의 본질을 재해석하는 노력 대신에 신비주의 또는 근본주의로 회기 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끊임없는 개혁과 성찰적 신앙이 필요한 세계화 시대, 고 문동환 목사님이 남긴 삶의 메시지는 한국교회를 향한 북소리와 같다. 격동의 근현대사 100여년을 목사 교수 정치가 공동체운동가 등으로 살아온 그의 목소리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자기성찰, 실천하는 신앙, 공동체적 삶의 추구 등 3가지로 요약된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 북간도 명동에서 공동체적 신앙생활 속에서 항일과 독립운동, 일본 및 미국 유학을 통한 학자로서의 준비, 교수로서의 가르침과 실천하는 신앙생활, 민주화운동의 헌신과 가족에 대한 배려 등 끊임없는 자기개혁과 변화의 길을 달려온 그를 언론에서는 ‘공동체운동가’ ‘근현대사 박물관’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90을 넘기 나이에도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신자유자본주의 세계화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비판의식을 토대로 ‘이민자 신학’과 ‘떠돌이 신학’을 제시한 성찰적 생활은 남은 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가진 자의 여행으로써의 이동성과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의 생존적 이동이 함께 증가하는 세계화 시대를 한국교회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3.1운동 100주년에 가나안신자 200 만 명을 애써 외면하는 이 땅의 한국교회는, 스스로를 ‘떠돌이 목자’라 노래한 ‘노마드 패스터’(nomad paster) 문 목사님의 삶을 잠시 멈춰 서서 기억하고 되새겨볼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