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를 살아가는 지혜
분노사회를 살아가는 지혜
  • 문상현 교수
  • 승인 2019.03.0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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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북미회담 등 대형 이슈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졸업식을 치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 졸업식 풍경은 뉴스에 어김없이 등 장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취업난 등으로 대학졸업이 기쁘지만은 않은 일이 되었고 졸업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외국의 많은 대학은 졸업식에 사회 유명 인사를 모셔 축사하는 순서를 갖는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인생선배로서 조언하기 위해서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 등의 대학 졸업식 축사는 감동적이고 촌철살인의 내용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외부 인사에게 졸업축사를 맡기지만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고리타분한 훈계조의 축사가 감동을 못준다는 학생들의 평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열린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아이돌그룹 bts를 키워 낸 서울대 미학과 출신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축사가 적잖은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방대표는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건 부조리와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면서 분노가 갖는 긍정적 에너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지역, 이념, 계층, 세대, 남녀, 인종 간 갈등과 대립으로 울분과 분노가 일상화된 사회다. 갈등대상을 향한 폄훼와 혐오가 위험수위에 달해 전체 공동체가 분노조절장애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분노가 긍정적 에너지고 성공의 원동력이라니. 특히 최악의 취업난이라는 절망적 상황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성공한 선배가 분노하라고 부추기는 게 옳은가 하는 비판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방대표의 축사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면 후배들에게 전하려는 그의 진의를 알 수 있다. “저는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저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겁니다. 알 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그는 꿈꾸기를 강요하고 부조리와 불합리에 눈감도록 부추기는 사회와 타협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미래에 저당 잡히지 말고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찾으라고 얘기한다. 특히 그 행복이 상식에 기반하고,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아니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에 분노하고, 그 것을 개선하려 애쓰라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는 분노의 힘과 긍정적 에너지다.

분노는 인간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분노의 대상 뿐 아니라 분노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 개인의 영혼을 파괴하고 공동체에 불신과 혐오를 남긴다. 하지만 모든 분노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부조리에 대항하고 자신의 행복만큼 타인의 행복을 배려하는 가운데 표출되는 분노는 선하고 정의로울 수 있다. 따라서 분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분노인가가 중요하다. 악하고 파괴적인 분노를 다스리고 선하고 정의로운 분노가 삶의 에너지가 되도록 분별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성경에서 분노는 악하고 통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성내지 말며 용서하고 화평케 하는 자가 되라고 가르친다. “너희는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고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4:31-32) 하지만 성경에서도 악하지 않고 의로운 분노가 있다고 말한다. 악하고 불의한 일을 행하는 자에 대해 하나님은 의로운 분노를 보이셨다. 골리앗에 맞선 다윗에게 끓어오른 분노 역시 의로운 분노였다. 악한 분노가 만연하고 통제 불능인 한국 사회에 의로운 분노가 바람직하고 성경적인 이유다.

 

 

문상현 교수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문상현 교수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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