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실험과 평화 ③
북한의 핵 실험과 평화 ③
  • 유영식 박사
  • 승인 2018.02.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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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1-6차 핵실험 결정요인

1993년 3월 북한이 NPT에서 탈퇴를 선언한 이후 25년이 된 지금 북한의 핵능력은 엄청난 수준으로 고도화되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과 국제사회의 제재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25년은 각 행위자들 간의 선(先) 행동을 둘러싼 시퀀스의 문제가 충돌하고 이는 상호 간의 불신을 심화시켰다. 즉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선 비핵화, 후 대화’ 방식을, 북한은 ‘선 대화, 후 비핵화’ 방식을 고집하는, 길고 지루하며 어려운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되어 왔지만, 전망이론(prospect theory) 관점에서 볼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의 현 국내적 정치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전제했을 때, 북한의 대외적 환경이 이익 영역에 있도록 하는 방법과 최악의 경우 북한을 극단적 손실 영역에 있도록 해야 한다.

두가지 방법 중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이익의 영역에 위치하도록 보상·타협하는 방법은 북핵 협상 25년이 말해 주듯이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핵고도화를 하도록 간접적으로 돕는 셈이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너무 강하다. 북한에게 이익의 영역(domain of losses)에 있도록 하는 방법은 결국 북한에게 핵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를 도와주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협상을 통한 확산’, 즉 밖으로는 협상을 하지만 안으로는 계속적으로 핵을 확산해 왔던 전력(前歷)이 있고, 국제사회가 이런 과거의 사실에 대한 불신이 깊어 북한에 대한 더 이상의 ‘퍼 주는 식’의 지원을 기피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극단적 손실(catastrophic losses)의 상황에 놓일 때의 강제적인 방법이 있다. 북한 지도부는 정권이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볼 때는 이 강제적인 방안이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을 극단적인 손실 영역에 위치하도록 하는 방법은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역시 미중관계가 파열될 수 있는 대안을 강행할지도 미지수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미중관계의 종속변수적 성격을 띠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에게 극단적 손실을 주는 방법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제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한 주변국들의 갈등 사태는 이런 역학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남한의 독자적 핵 무장을 통해 북한 정권 붕괴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북한 지도부에게 극단적 손실을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남한의 독자적 핵 무장은 북한의 핵능력 우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남한의 독자적 핵무장은 주변국의 안보 딜레마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남한정부가 NPT를 탈퇴해야 하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후행(後行) 하는 경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그럼,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일명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이라는 제한적 대북 타격 방안은 어떤가? 이 방안은 북한의 핵이나 군사 관련 시설물이 아니라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타격으로 인한 피해 규모보다는 심리적인 공포심을 각인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이 방안대로 한다면 북한은 먼저 맞고 코피가 났다고 쭈그리고 있을까? 쭈그리고 있을 북한이 아니다. 흐르는 코피를 쓱 닦아내고 ‘이판사판(double or nothing)’ 식으로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도 미국이든지, 미국의 우방국 혹은 협력국이든지 어느 한쪽의 코피를 내고 말 것이다.

때문에 전망이론의 관점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하나뿐이다. 북한 지도부의 기대치(reference point)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일이다. 기대치 수준을 낮추어서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현 상태와 기대수준이 최대 이익 영역은 아니더라도 동시에 최소 손실 영역도 아니라고 인식하도록 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그러나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할 때까지 북한과 주변국들이 보여준 행태로 보자면, 현실적인 기대치 조정이 포지티브 섬(positive-sum)이 아닌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포함하여 주변국 모두가 예비적으로 조정된 기대치를 자국의 손실로 인식한다면 최종 조정은 실패한다.

특히 남한과 미국의 기대치가 ‘북한의 비핵화’로 규정된다면 현실적인 조정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북핵이라는 몸값(ransom)이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상승한 작금의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더욱이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옵션이다. 하지만 북한의 6차례의 핵실험이 강행되는 동안, 북한의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확고한 목표였다. 그리고 북한은 자신들의 핵실험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기인한 것이며, 미국의 핵선제공격에 대한 자위적 차원에서 강행한다고 매번 주장해왔다. 북한의 의례적 표현으로는 “우리가 지금 핵무기의 타격 능력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침략과 전쟁을 억제하는 힘을 강화하고 그것으로 조선반도에 들씌워질 핵 전쟁의 참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조선중앙통신, 2016년 4월 11일). 이런 주장이 액면그대로의 진실이라면,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선제공격 위협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논리이므로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수준에서의 기대치 조정으로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항인 안보우려를 해소하게 된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최종 목표인 체제의 안정이 보장되고 미래에도 안전하다고 여기게 된다면 북한의 핵고도화를 현재단계에서 종결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북한의 비핵화 대안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국제정치에서 핵은 폭발이 아닌 존재만으로 이미 그 효용을 발휘하는 특수한 무기인 동시에 전술이 아닌 전략적 차원의 모든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핵을 가지고 있을 경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판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핵은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과도 같다. 그 칼이 누구의 머리 위에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행위자들이 상대방을 자신들의 대척점에 두기보다 일단 만나서 현실적인 기대치 조정을 서둘러야 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영식 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상담학과장 역임
현재 중국교회 지도자 양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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