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가 설이었다. 설이 되면 원근각지에 흩어진 친척들이 오랜만에 한집에 모여 친교를 나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친척을 부를 때의 호칭이 낯설고 아리송할 때가 있다. 그래서 혹자는 가족 간에 호칭보다 차라리 이름을 부르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유교적 전통을 지키며 살아왔던 한국 사회에서 명절에 친척끼리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는 것이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명절에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고 명절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생소한 단어를 북한에서는 가족끼리 사용하는 호칭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다. 평양말 성경에서는 가시어머니가 이렇게 사용되었다.
예수님이 베드로의 집에 도착하셨을 때, 베드로의 가시어머니가 높은 열로 누워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이 그 녀자의 손을 만지셨을 때, 열이 그 녀자에게서 떠나갔다. 그런 후에 녀자는 일어나서 그분을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마태복음 8:14~15(평양말성경)
마태복음 8장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집에 가셔서, 거기에 누워있는 가시어머니를 고치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어 성경에는 가시어머니가 mother-in-law로 되어 있기에, 이게 남한 말로 장모(丈母) 임을 알 수 있다. 즉 북한에서는 장인을 가시아버지, 장모를 가시어머니, 처가를 가시집이라고 부른다. 남한에서는 한자로 된 호칭을 사용하고, 북한에서는 한글로 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시어머니는 원래 무슨 뜻이었을까?
북한 무소속 대변지 통일신보(2003년 2월 8일)에 따르면, ‘가시’는 먼 옛날 사용했던 순수 우리말인데 꽃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자들이 가시를 장신구로 사용하다 보니, 옛날부터 가시가 여성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어원적으로는 가시 -> 고시 -> 곳 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꽃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따라서 북한에서 현재 사용하는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 가시집은 과거에 꽃을 의미하였던 가시가 여자, 아내의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남한과 북한에서 가족을 부르는 호칭의 차이가 있다 보니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할 때도 실무적인 차원에서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 말고도 북한에서는 고종사촌을 고모 4촌이라 하고, 이종사촌을 이모 4촌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끼리의 호칭이 겉으로는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호칭에 담겨 있다. 앞으로도 남한 사람은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호칭을 배우고, 북한 사람은 남한에서만 사용하는 호칭을 배우며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