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과 기독교 그리고 오늘....”
“3.1운동 100주년과 기독교 그리고 오늘....”
  • 김기태 교수
  • 승인 2019.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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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우리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 국민인 것을 선언하노라. 이것으로써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이것으로써 자손만대에 일러 겨레가 스스로 존재하는 마땅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 아,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을 복종시키는 강한 힘의 시대가 지나가고 도덕의 시대가 오는도다… 우리가 이제 분발해 일어난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하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한다… 오늘 우리의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 정신을 발휘할 뿐 배타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시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발표하라. 모든 행동은 먼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들의 주장과 태도가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하라.”(3·1독립선언서 중)

지금부터 100년전인 1919년 3월1일 서울의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는 동안 파고다공원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이 모여 독립선언식을 갖고 만세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평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 등 전국 9개 지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날 이후 1년여 동안 전국 3백11개 지역과 만주 연해주 등에서 항일 민족독립운동이 펼쳐졌다. 이같은 일은 이미 그 해 1월부터 준비된 것이었는데, 특히 기독교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평양에서는 선우혁이 서울의 이승훈 양전백 등을 찾아가 독립운동 방안을 협의한 뒤 평양 선천 정주 등의 서북지역 기독교세력을 중심으로 조직화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에서는 황성기독교청년회의 박희도,세브란스병원 제약주임 이갑성 등이 전문학교 학생대표들과 독립운동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운동 계획은 일본에서 `2·8독립선언서'를 들고 귀국한 기독교인 송계백을 1919년 2월에 만나면서 시작됐다. 기독교와 천도교의 연합전선은 1919년 2월 24일 한용운 백용성 등의 불교계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민족대연합전선으로 확대됐다. 최남선은 선언서를 기초하면서 기독교 이념을 수용, 민족의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보편적 가치관과 인류 공존을 지향하며 비폭력 평화를 중심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선언서에는 기독교에서 16명, 천도교에서 15명, 불교에서 2명이 서명했다. 첫날 만세운동은 모두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이뤄졌고,의주와 평양에서는 기독교 목사들에 의해 진행됐다. 또 주도세력이 뚜렷한 3백11개 지역 가운데 78개 지역에서 기독교인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만세운동을 주도한 탓에 피해도 컸다. 1919년 10월 3·1운동으로 인해 한달 늦게 열린 제8회 장로교 총회에서는 3·1운동으로 사망한 교인이 52명, 체포된 교인이 3천8백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열린 감리교 연회에서도 목사와 전도사 등 직분자 1백60여명이 투옥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체 목사 28명 가운데 14명이 체포, 구금됐다. 일본 헌병대의 조사 결과 목사를 포함한 교역자 2백44명이 체포돼 그 수가 천도교나 불교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여성 구금자 4백71명 중 3백9명이 기독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만세시위 당시 기독교인들은 ‘독립단 통고문’을 뿌리면서 매일 3시에 기도하고 주일은 금식하며 월요일 이사야 10장, 화요일 예레미야 12장, 수요일 신명기 28장, 목요일 야고보서 5장, 금요일 이사야 59장, 토요일 로마서 8장을 읽으라고 권면했다. 이사야 10장은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시리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 예레미야 12장은 유다가 멸망한 배경, 신명기 28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다른 민족에게 침략을 받아 고통을 받게 되리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또 야고보서 5장은 고난 당하는 기독인에게 기도로 인내할 것을 권면하며, 이사야 59장은 회개한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구원을 주실 것이라는 내용이며, 로마서 8장은 장차 받을 은혜에 관한 내용이다. 이만열 교수는 “3·1운동을 주도한 기독교인의 민족의식 성격은 정의 자유 평화에 기반한 하나님나라의 건설과 확대라는 기독교 신앙과 자주 평등 해방을 목표로 한 독립국가, 민족자주의 건설이라는 민족적 양심의 접점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신앙과 민족의식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일제의 문화정치와 회유·분열책, 정교분리노선에 넘어가 일부 기독교 민족지도자들이 친일이라는 오명을 갖게 된 것은 반성해야 할 점으로 남아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한국 교회는 선배 기독교인들의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된다는 가르침을 오롯히 실천한 자랑스러운 유산을 경건하게 되새겨야 한다. 역사는 오늘을 제대로 읽고 내일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다. 백년전 우리 기독교 신앙의 선배들이 신앙의 자유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걸고 싸운 역사는 오늘을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참 신앙인이 걸어야 할 길을 분명하게 가리켜 주고 있다. 성전을 크고 화려하게 짓고 세상과 유리된 채 자신들만의 성 안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높은 벽을 친 채 행하는 고급스런 교회 활동을 마치 거룩한 신앙생활인 것으로 착각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세상의 아픔과 슬픔에 귀 기울여야 하며 오늘날 교회 타락과 변질의 주범인 대형화, 권력화를 극복해야 한다. 백년전 민족의 독립이라는 선배들의 염원은 오늘날 권력과 돈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새로운 과제로 되살아나 한국 교회를 지켜보고 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가담하여 흔들어대는 태극기가 100년전 절절한 민족 독립의 숭고한 뜻을 이루기 위해 흔들었던 태극기의 정신과 뜻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실천하는 기독교인이라는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겨준 기독교 신앙의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국 교회의 갱신을 위한 과감한 개혁이 절실한 3.1절 100주년 기념 해인 2019년이다.

 

 

김기태(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독교언론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장)
김기태(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독교언론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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