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IVP에서 출판된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는 로버트 뱅크스의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의 속편이다. 전작이 주인공 푸블리우스가 처음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집에 초대받아 1세기 그리스도인의 예배에 대한 감상을 적은 내용이라면, 그 속편은 푸블리우스가 회심한 이후 로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일상을 보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로버트 뱅크스는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의 한국어판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언젠가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속편을 써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모임 밖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신들을 믿고 다른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사회 속에서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신앙을 살아냈을까? 그리스도인이 궁극적으로 ‘세상을 뒤엎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매일 매일의 활동 속에서 구별된 삶의 방식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9쪽)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로마는 가장 화려하지만 동시에 참으로 공허하고, 가장 발전되었지만 동시에 참으로 야만적인 도시로 그려진다. 이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주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결코 얇지 않다. 로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하루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모든 일상을 다 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하루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담으려 노력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일상어 목록이 따로 정리되어 있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일상의 주제가 어떤 게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역자 후기에서 이 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책은 ‘예배-일상-선교’로 이어지는 1세기 3부작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바울의 공동체 사상’, ‘교회. 또 하나의 가족’, ‘하나님이 일하러 가실 때’, ‘일상생활 속의 그리스도인’과 같은 그의 다른 책에서도 그렇지만, 예배와 일상과 선교는 나누어지지 않는 하나의 전체다.” (71쪽)
역자 후기에 따르면 로버트 뱅크스는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 이후에 1세기 그리스도인의 선교에 관한 책을 또 집필하려고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1세기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은 예배와 선교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예배는 일상과 분리된 천상의 의식도 아니었고, 선교 역시 일상을 외면하고 무작정 땅끝을 향해 전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1세기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일상이 무너지면 예배와 선교역시 무너졌을 것이다.
오는 3월 6일이 되면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이 시작된다. 한국교회에서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와 부활에 동참하고자 하는 중요한 교회력이다. 아마도 이 사순절에 교회마다 여러 기도회와 예배가 예정되어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기도회와 예배가 얼마만큼 성도들의 일상과 선교를 풍성하게 할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바라기로는 이 사순절의 수많은 예배가 1세기 그리스도인의 신앙처럼 ‘예배-일상-선교’로 이어져 사순절을 통해 한국교회의 일상이 더욱더 단단해지고 탄탄해지길 소망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