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서 만난 하나님, 그리고 삶
먹거리에서 만난 하나님, 그리고 삶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2.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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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던가.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 먹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다음 걸음을 떼어놓기가 쉽지 않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에 따르면, 생존의 욕구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고, 이 욕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먹는다는 것이 기본 욕구라고해서 결코 무시해도 될 만큼 보잘 것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의미를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절대자와의 관계를 기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고, 타자와의 관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Unsplash.com – free photo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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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는 것은 생명을 이어가는 행위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음식을 취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음식에 대해서 깊은 묵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음식을 곰곰이 묵상하면 그 근원과 닿게 되고, 또다시 생각해보면 그 음식이 바로 생명이다. 음식을 나눔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다. 먹거리는 자신을 통째로 인간에게 내어주어 자신은 없어지고 그 음식을 취한 존재 속으로 들어간다. 생명이 된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먹을거리를 주셨다. 어디서 잠을 자고 무엇을 입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치시지 않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 말씀해주셨다. 때를 따라 먹을 것을 낼 수 있는 땅을 허락하셨다. 그런데 하나님은 먹을 것을 주셨지만, 먹지 말아야 할 것도 주셨다.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동산 한가운데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인간의 먹거리로 허락하지 않으셨다.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듯이.

육신의 양식은 영적인 삶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구약성서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할 율법 613개 조항 중 50여 개가 음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섭생과 영적 생활이 관련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음식과 관련된 율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위한 모든 테이블은 제단이었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신약성서 역시 말씀과 음식을 연결하고 있다.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과 둘러싼 상황의 문제를 다루면서 음식과 삶이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에게 무엇을 먹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는 것은 그(녀)가 누구인지를 형성하고 또한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이 코셔푸드만을 고집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취하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앙 정체성을 보여주는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예수와 함께 빵을 취하면서 영적 눈이 열리는 체험을 하였다.

성공회의 사제 겸 요리사인 로버트 패러 케이폰은 요리와 묵상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영성을 담고 있는 책 <The Supper of the Lamb>이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창조물인 식재료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매일의 식사 자리에서 그 재료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하늘의 생명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하고 은혜롭지 않을까. 또한 생명의 떡이 되고 자신의 생명을 주기까지 사랑했던 예수의 완전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Unsplash.com – free photo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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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지 깨달을 수 있고, 하나님과 내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육화되어 인간에게 찾아오셨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 예수는 자신을 생명의 떡이라고 했다. 그 떡을 먹는 자는 영생을 얻는다. 먹거리는 육신의 생명을 연장하고, 그 먹거리가 상징하고 있는 영적 생명은 또한 받는 자에게 영원한 생명을 허락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보서2:17)이라 하였다. 신앙과 삶이 연결될 때, 우리는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이 연결의 과정을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체화하고, 우리 일상의 식탁에서 행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고, 조금 더 우리의 이웃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박미경 박사는 미국 Garrett-Evangelical Theological Seminary를 졸업했다. 앎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소망하며 교회와 일상의 삶, 학문적 연구가 순환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교회교육전문가양성센터 교수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양광교회 교육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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