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다시 불붙은 낙태죄 폐지 논쟁, 헌재 4월 선고 예정
[이슈] 다시 불붙은 낙태죄 폐지 논쟁, 헌재 4월 선고 예정
  • 권은주 기자
  • 승인 2019.02.20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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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논쟁, 정부 여론조사 결과로 재점화
낙태 이유에 대해 “삶이 어려워서” 97% 응답
각계에서 낙태죄 관련 성명서 발표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낙태죄 폐지 찬반 여론이 다시금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는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그 결과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인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한 이유에 대해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 ‘경제상 양육이 힘들어서’ 32.9%, ‘자녀계획’ 31.2% 등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하는 경우가 97%를 차지해 충격을 줬다. 또한 낙태죄 개정에 대해서는 응답자 4명 중 3명은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지난 18일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은주 기자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지난 18일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은주 기자

형법 269조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이와 같은 처별을 받도록 정해 놨다. 또한 의사 등이 낙태한 대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형법은 낙태한 여성과 의료인을 낙태죄로 처벌하지만 모자보건법에서 예외 규정을 두고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전염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강간, 준강간 또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의료계와 여성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며 일찍부터 찬성 입장을 밝혔던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 존중, 사회ˑ경제적 사유 등으로 인한 낙태 필요성에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낙태죄 폐지 이유로 더 추가했다.

이에 일부 정당도 가세했다. 정의당은 지난 18일 낙태죄 폐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이 발의할 법안은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 2건으로,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처벌하는 것과,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한 때 처벌 부분을 삭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신 초기를 강조했는데, 12주 이내 임산부 요청에 따라 의사 등 상담을 거쳐 낙태를 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더 중요”
낙태죄 위헌 여부, 여론으로 결정해선 안돼
낙태죄 폐지보다 양육비 책임법 만들어
남성에게도 책임 묻는 심도 깊은 논의필요
성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한 근본 대책 시급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하 낙폐반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는 생명 살인이라 절대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낙폐반연은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조사를 통해 2017년도 낙태 건수를 5만 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5년 최초 낙태 실태 조사발표 시 34만 건으로 추정했다가 5년 후인 2010년 2차 조사에서 추정건수가 절반으로 준 17만 건, 7년 후 다시 5만 건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말로 선뜻 납득이 안 간다”며 “이는 불법으로 낙태한 여성이 사실대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며, 조사 자체의 신뢰성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태아는 세포 덩어리가 아닌 생명체다. 그래서 태아에게도 인권이 있으며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의 지속적인 압박을 빌미로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고, 여성계와 의료계도 ‘낙태 비범죄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 존중, 사회 경제적 사유, 여성 건강권 확보 때문에 낙태죄를 폐지해야한다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낙폐반연은 이어 “우리는 남성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 사회에서 낙태죄로 기소되는 예가 10건 내외로 매우 드물고, 기소되더라도 선고유예, 벌금 등의 경미한 처벌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낙태죄가 사문화된 조항이라 실효성이 없기에 폐지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낙태죄가 폐지되면 양심의 가책이 사라져 낙태는 지금보다 더 성행하고 태아의 인권유린은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기자회견 장소에 붙여놓은 포스터. 권은주 기자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기자회견 장소에 붙여놓은 포스터. 권은주 기자

같은 날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이하 협회)도 낙태죄 폐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낙태죄 폐지 논란에서 간과 할 수 없는 것은 책임성이다.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게 된다”며 “낙태를 죄가 아닌 개인의 권리라고만 생각한다면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하고 성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낙태죄 폐지는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남용할 우려가 있어 적극 반대한다”며 “정부는 미혼모와 미혼부가 사회경제적으로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아이를 보육하는 미혼모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낙태죄 위헌 여부는 여론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설문조사에서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개정의 필요성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낙태죄 규정을 위헌으로 선언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여론 몰이에 선동되지 말고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기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낙태죄 폐지 요구의 핵심은 낙태한 여성과 집도한 의사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낙태죄 폐지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 유럽이나 OECD 선진국처럼 양육비 책임법을 만들어 남성들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하는 등 심도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임신을 예방하는 것이 피임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가치관과 윤리관을 확립시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낙태반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와 엄마. 권은주 기자
낙폐반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와 엄마. 권은주 기자

낙태를 반대하는 보건교사 일동은 “매년 청소년 성 경험률은 증가하고 있다. 그로 인한 청소년의 임신, 낙태, 성병 등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성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오히려 낙태죄 폐지로 법적으로 날개를 달아준다면 사회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낙태반연 송혜정 운영위원장은 "법의 효능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있다. 낙태죄는 존재만으로도 그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헌법은 여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이 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낙태와 관련된 지금의 잘못된 여론을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더 신중하게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 중에 있다. 4월 중 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낙태죄 폐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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