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 주필칼럼] 설날을 기다리던 설렘과 기다림
[39호 주필칼럼] 설날을 기다리던 설렘과 기다림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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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아침 우리도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 속 내면의 마음으로 다지면
가족사랑은 끝이 없으리라."

어릴 적 추억 중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신나고 즐거운 날은 설날이었다. 이날은 흩어졌던 가족들도 다 만나고 새 옷과 새신을 신고 먹을거리가 풍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용돈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세배를 드리면 세뱃돈을 받았다. 설날아침이 기다려져서 잠도 안 온다. 특히 섣달 그믐날은 설빔을 확인하는데 장날 사온 새 옷을 입어보고, 닳아진 운동화를 바꿔 신는 기쁨이 있고 꿰맨 양말도 새것으로 갈아 신을 수 있고, 엄니(어머니)의 흐뭇해하시는 얼굴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날을 앞둔 그 시절의 설렘과 기다림을 어디다 비교하랴. 먹을 것 입을 것 부족했던 시절에 느꼈던 단상이다. 섣달 그믐날, 겨우내 온 식구가 한번 쯤 하는 목욕은 번거로웠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 부엌에 넓은 통을 놓으면 반듯한 욕조가 되었다. 여러 식구들이 목욕하다보면 물은 식을 대로 식고 목욕물은 땟국이 되었지만 난방시설이 잘된 고급욕조에서 샤워 하는 것 보다 행복해 했던 것은 무슨 연유였을까? 밤이 이슥해 질 때까지 화롯불에 밤을 묻어놓고 불티를 뒤적이며 듣던 할머니의 옛날 얘기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었다.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위에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노오란 불빛들이 이방 저 방 꺼지면 밤새 눈이 내려 봉분처럼 쌓였다.

우리 크리스천들은 설날이 전도의 기회다. 영혼구원을 하는데 적시타다. 친지들 이끌고 고향교회를 찾아가 한사람이라도 주님나라로 인도해야한다. ‘갈릴리에 이르시매 갈릴리 인들이 그를 영접하니 이는 자기들도 명절에 갔다가 예수께서 명절 중 예루살렘에서 하신 모든 일을 보았음이더라.’(요:45)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가 미국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면 아들은 전화요금을 누가 낼 건지부터 묻는다고 했다. “네가 내라”하면 용건만 끝내고 전화를 빨리 끊으라고 아버지를 재촉하고 “내가 내마"하면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면서 긴 시간 통화를 한다고 했다. 토인비가 자신의 경우를 들면서 “한국의 가족제도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의 가족제도를 부러워한 것은 한 집안에서 여러 대가 모여 살고 있는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거기에 어른이 있고 효도가 있고 사랑이 있는 가정의 유대와 질서였다. 한국에는 과거에는 집안에 어른이 있었고 그 어른이 가정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어른은 꼭 무엇을 많이 알거나 무슨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집안의 어른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늙고 병들고 벽을 등지고 있어도 집안에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토인비는 특히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귀성인파를 보고 더욱 부러워 했다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이라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가족은 아무 말하지 않고 숨만 쉬고 있어도 편안한 사이가 되며 허물이 없다. 허물이 없다는 것은 예의, 격식, 도덕, 규범, 장유, 남녀, 반상, 빈부 그런 이유가 개재하지 않은 원초적으로 가장 편안한 사이다. 그런 사람과 더불어 있으면 허물 때문에 생기는 긴장, 스트레스 등 심신의 부조로부터 해방된다.

가장 허물없는 사이가 어머니와의 사이다.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감싼다하여 ‘포용원리’라 하고 아버지는 잘잘못을 맺고 자르며 거리를 둔다하여 ‘단절원리’라 하지만 가족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가벼운 공동체가 아니다. 그런 가족일수록 소중함을 느끼고 더욱 조심하며 살아가야 옳을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 농촌에는 애들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다. 출산율 저하로 고모, 이모, 삼촌이 사라졌다. 우리들의 부모들은 못 살고 못 먹던 시절에도 애들 많이 낳아 잘 키우며 잘 살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장본인들을 훌륭히 키워 냈다. 설날은 온 가족이 모여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음식을 나눠먹고 가족의 결속을 다지고 존재를 확인하며 동질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설날은 세계화 시대에 자랑할 만한 전통트렌드다. 사랑이 많은 가정은 문명과 물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 갈 때 이루어진다. 가족끼리는 교만도, 오만도, 자만도 없다. 권위주의와 자존심과 체면보다 사랑을 앞세우셨던 예수님은 제자들 발을 씻기시고 종 되고 머슴 된 마음으로 온 인류를 사랑하셨다. 설날아침 우리도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 속 내면의 마음으로 다지면 가족사랑은 끝이 없으리라.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CBS재단이사

전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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