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교회 시리즈] ⑤군산구암교회, 호남 최초 3.1운동을 시작한 군산구암교회
[3.1운동 100주년 기념 교회 시리즈] ⑤군산구암교회, 호남 최초 3.1운동을 시작한 군산구암교회
  • 정성경
  • 승인 2019.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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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한 성도, 독립을 외치다

복음과 함께 심긴 애국의 씨앗

청년 학도 김병수가 전한 독립선언서

군산만세운동의 시작이자 호남지역 최초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에 설치된 충혼상징 조형물. 정성경 기자

전라북도 군산시 구암군에 위치한 군산구암교회(김영만 목사)는 호남 최초 3.1운동을 시작한 곳이다. ‘군산3.5만세운동’이라 불리는 군산에서의 3.1운동은 1919년 3월 5일 진행됐다. 서울을 비롯한 평양, 진남포, 안주(평남), 선천‧의주(함남) 등 6개 도시에서 3.1운동이 시작 된지 4일만이다.

군산구암교회는 전킨(William M. Junkin, 전위렴)과 드루(Adamer D. Drew, 위대모) 선교사가 장인택(張仁澤)을 조사로 하여 1896년 세웠다. 1897년에는 미국 남장로교파 선교의사 다니엘스(Daniels, T.H.)가 구암예수병원을 세우고, 1902년 군산영명학교(현 제일고교), 1913년 군산멜본딘여학교(현 영광여중고)가 세워져 복음전파와 함께 의료‧교육 선교가 동시에 진행됐다.

군산3.5만세운동은 청년 학도 김병수가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군산영명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세브란스 의전학생이었던 김병수가 1919년 2월 16일 민족대표 33인 중 한사람인 이갑성으로부터 ‘독립선언서’ 200여매를 전달 받는다. 세브란스병원 제약실에서 근무하던 이갑성은 평소 김병수가 민족정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군산 지방 연락책임자로 선정하여 독립선언서 전달 임무를 맡겼다.

“자네가 군산에 독립선언서를 전달해 주게나.”

1919년 2월 28일 군산에 도착한 김병수는 영명학교 교사인 박연세, 이두열, 고석주, 김수영 등을 만나 서울에서 기독교와 천도교를 중심으로 만세운동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가지고 온 독립선언서를 전달했다.

영명학교 기숙사에서 독립선언서 3,500매를 복사하고 태극기 수 백 장을 그리는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하여 3월 6일 서래장날을 기하여 만세운동을 전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3월 4일 새벽 군산경찰서의 일본인 무장경찰 수십 명이 출동해 주모자인 박연세, 이두열, 김수영, 고석주, 송정현 등을 강제로 연행했다. 하지만 김윤실 교사를 중심으로 격분한 학생들이 모여 만장일치로 1919년 3월 4일에 잡혀간 교사들의 석방을 위한 시위운동을 시작했다. 그 불씨로 3월 5일 대대적인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한완상)에서 정리한 1919년에 진행된 전라 지역의 3.1운동을 보면 △광주, 3월 10일 부동교(不動橋) 아래 작은 장터 △임실군 둔남면, 3월 10일 오수공립보통학교 운동장에서 △임실, 3월 12일 임실읍 장터에서 △전주, 3월 13일 전주읍 장날 남문시장에서 △태인면, 3월 16일 태인장날에 △진안, 3월 25일 진안읍 장날에 △남원, 4월 3일 신양리 도화곡에서 3.1만세운동을 전개했다. 여기에 군산 지역은 없지만 이들 지역에 앞서 3월 5일 3.1만세운동이 일어나 호남최초다.

교회에서 군산3.1운동 100주년 기념관으로 가는 길 벽에 전시된 군산구암교회 초기 예배당. 정성경 기자

 

교회-학교-병원이 함께한 3.1운동

그날의 함성과 정신을 품은 교회

군산시의 문화운동으로 전승

1919년 3월 4일 잡혀간 교사들의 석방을 위한 시위운동으로 시작된 만세운동은 3월 5일 규모가 더 커졌다. 주로 학생들에 의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가 배부되었다. 체포를 면한 기독교 학교인 영명학교와 멜본딘학교 교사와 학생, 구암예수병원 직원, 구암교회 교인들이 합세해 100여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5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1919년 5월까지 계속됐다.

군산 3.5만세운동은 28회 진행됐으며 31,500여명이 참여해 53명이 피살되고 부상자 72명, 투옥자 195명으로 집계된다. 대부분이 구암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영명학교 교사들과 학생, 예수병원 직원들, 교회 성도들이었다.

군산구암교회와 영명학교, 성도들

1892년 11월 3일 한국에 입국한 미국 남장로 교회 소속 ‘7인의 선발대’의 전킨, 장인택 조사는 구암교회를 세우고 신앙교육과 함께 애국정신도 불어넣었다. 1899년 구암 동산에 세워진 ‘군산 선교 스테이션’은 호남과 충청 지역의 선교 교두보의 역할을 감당했다. 군산구암교회는 지역 교회와 선교 거점 교회로서의 역할을 했으며 또한 한강 이남 최초의 3·1 운동 발원지로써 위상을 세웠다. 한국 기독교의 성지로 1919년 3월 5일 거사에 군산구암교회 성도 28명 이상이 주동 및 가담해 14명이 독립 유공자로 추서됐다.

군산3.5만세운동의 시작이 되었던 청년 학도 김병수는 전라북도 김제(金堤) 사람으로 1919년 3월 5일의 군산만세운동과 서울의 제2차 학생시위를 주동했다. 영명학교와 군산구암교회를 통해 지성과 영성을 겸비했던 그의 애국정신은 특별했다. 그가 이갑성에서 전달받은 독립선언서를 영명학교 교사들에게 전달함으로 3월 5일 군산에서 대대적인 독립만세 시위가 전개될 수 있었다. 군산에서의 독립만세 시위계획을 끝내고 상경한 그는, 3월 5일 남대문 정거장 앞에서 학생대표인 강기덕(姜基德)·김원벽(金元璧) 등과 독립만세시위를 주동하다 체포되었다. 1920년 2월 27일 경성복심법원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아 옥고를 치렀다.

청년학도 김병수에게 독립선언서를 전달받은 박연세 목사는 당시 영명학교 교사였다. 박 목사는 같은 학교 교사 이두열(李斗烈)·김수영(金洙榮)·송정헌 등과 함께 만세 운동을 준비했으나 거사 전일인 3월 5일 일본 경찰의 습격을 받아 체포되었다. ‘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대구형무소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형기를 마친 그는 전북노회의 추천을 받아 평양신학교에 진학해 이후 이리 지역의 고현교회와 황등의 동련교회에서 위임목사로 활동하다 1926년 9월 목포에 있는 양동교회에서 재직했다. 그러다 1942년 1일 일본 경찰이 목포지구기독교회 목사였던 그를 신사 참배를 반대한 불경죄와 ‘보안법’ 위반 등 각종 죄목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1년 동안 미결수로 있던 그는 1943년 10월 목포지법에서 1년형을 선고받고 대구복심법원으로 넘겨진 뒤 대구형무소에서 순교했다.

이두열(李斗烈)도 1919년 3월 4일 체포되어 그해 6월 12일 고등법원에서 소위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옥고를 치렀으며, 고석주(高錫柱) 또한 1919년 3월 31일 광주 지방 법원 군산 지청에서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4월 30일 대구 복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형을 언도받고 상고하였으나 6월 12일 고등 법원에서 기각되어 옥고를 치렀다. 김수영(金洙榮)도 1919년 4월 30일 대구 복심 법원에서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월형을 언도받았다.

이 외에도 영명학교 학생인 전세종, 구암교회 교인이며 예수병원 직원이었던 양기준, 구암예수병원 직원 유한중, 구암교회 청년인 김영후, 송기옥, 영명학교 교사인 김윤실이 군산3.5만세운동의 주역이다.

군산구암교회에 마련된 역사자료실에서 초기 선교사들을 설명하고 있는 김영만 목사. 정성경 기자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

현재 구 구암교회 예배당은 현재 군산시에 군산 3·1운동기념관으로 개관했으며 초기 성경과 예배 용품을 비롯하여 만세운동에 대한 설명 및 참여자들의 사진과 그 시절의 모습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다.

2009년 교회를 새로 건축한 군산구암교회는 ‘호남선교기념예배당’으로 명명했다. 특별히 전면의 8개의 기둥에 초창기 7인의 외국인 선교사인 루이스 테이트(Lewis B. Tate), 윌리엄 전킨, 메리 레이번(Mary Leyburn, 윌리엄 전킨의 부인), 팻시 볼링(Patsy Bolling, 윌리암 레이놀즈 부인), 리니 데이비스(Linnie Davis), 윌리엄 레이놀즈(William D. Reynolds), 매티 테이트(Mattie Tate, 루이스 테이트의 여동생)와 한국인 조사 장인택을 기념하기 위해 각각 그 이름을 새겼다. 교회 뒤편 구암동산에는 호남선교100주년기념비와 군산 3·1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군산구암교회는 1995년부터 2013년 3월 1일 현재까지 18년간 계속적으로 매년 맞이하는 군산 3·1절 행사를 군산 3·1 운동 기념 사업회 주관(사업회장 김영만 목사)으로 군산시와 익산 보훈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군산구암교회와 군산3.1운동100주년 기념관에서 3·1 거리 행진 재현 및 퍼포먼스 그림, 글짓기 대회, 역사 사진 전시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개관한 군산3.1운동 100주년 기념관. 영명학교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정성경 기자

2012년 3월부터 옛 군산 선교 스테이션의 자리에 단계적으로 군산구암동산 성역화 사업을 군산시 주관으로 진행해 지난해 6월 19일 ‘100주년 기념관’을 개관했다. 기념관은 교사와 학생이 주도적으로 3.5 만세운동을 이끈 영명학교를 재현해 3층 규모(연면적 969.2㎡)로 조성했다. 기념관 1층 추모기록실은 3.5만세운동과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기억하고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곳으로, 2층 역사재현실은 관광객이 그날의 함성과 나라사랑 정신을 느끼는 공간으로 꾸몄다. 또 3층 체험교육실은 태극기 만들기, 만세운동 전파하기, 독립군 기념촬영 등을 체험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군산구암교회 성도들은 매년 3월 1일 행사 때마다 주먹밥을 1천개씩 만든다. 성도들에게 신앙과 민족정신을 강조하는 김영만 목사는 목회로, 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3.1운동기념사업회로 바쁘다. 김 목사는 “군산3.5만세운동이 더 알려지면 좋겠다”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교사들의 교육에 의해 기독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예장합동 103회 총회에서는 군산구암교회가 제7호 ‘한국기독교 역사사적지’로도 지정됐다. 예장합동 총회 역사위원장 박창식 목사는 “군산3.5만세 운동은 지역의 교회-학교-병원이 3박자로 기독교적인 정신의 민족운동을 펼쳤던 특별한 예”라며 “선교 초기 교회설립, 교육사역, 의료사역이 군산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신앙과 민족운동으로 표출된 것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 자체가 근대문화의 실질적인 도구와 통로가 되었다”며 “실용주의로 돌아가는 시대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의 역사적인 근거들을 깨닫고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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