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심불망(初心不忘)
[사설] 초심불망(初心不忘)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9.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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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코치의 폭행과 성폭행에 시달려 왔다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다. 그것도 세계1위 선수에게 지난 4년 동안 코치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가 체육계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라 하니 국민이 체감하는 충격은 더더욱 크다. 국민적 공분에 힘입어 국회의 법 개정 움직임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코치. 한때 그는 폭행이라는 체육계의 고질적 관행을 거스르는 순수한 선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후에 국가대표 코치라는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서서히 잘못된 관행의 늪으로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단지 체육계 인사 뿐 아니라 어떤 영역의 종사자에게서나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 내용은 상당부분 한국교회 현상과 오버랩 된다. 체육계에 만연한 코치와 선수 사이의 수직적 관계는 교회성장시대를 거치면서 한국교회에 깊이 뿌리내린 목사와 성도의 관계와 유사하다. 코치와 선수 사이의 명령과 절대복종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선수에게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함이다. 최상의 결과는 선수와 코치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문제는 최상의 결과라는 목적이 코치가 선수를 학대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리더는 자신의 추종자에 대해 가지는 통제능력을 쉽게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 친절한 안내자가 한순간에 악랄한 가해자로 바뀌는 현상이다.

목사는 성도들이 하나님과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안내하고 돕는 일에 부름 받았다. 목사와 성도 사이의 권면과 순종의 관계 역시 이 고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신뢰가 깊어질수록 성도에 대한 목사의 통제능력은 강화된다. 성도에 대한 자신의 통제능력이 강화될수록 목사는 성도를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사유화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성도의 목사-의존적 경향이 강한 한국교회 상황을 고려하면, 목사는 쉽게 친절한 안내자에서 무자비한 가해자로 변할 수 있다.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는 목회자 성범죄 사건들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누구나 초심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을수록 선망의 대상이 될수록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한때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던 사울은 왕이 된 후 제사장의 직무를 범하고 질투의 화신이 되어 불행으로 인생을 마감했다. 순수한 신앙의 소유자 다윗 역시 왕이 된 후 남의 아내를 범하고 그녀의 남편까지 죽였다. 반면, 요셉은 당시 애굽의 총리라는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끝까지 초심을 지켰다. 교회는 진정 한국사회의 희망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아야 한다. 교회라는 거룩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속된 야망과 욕심의 진흙탕에 더러워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야 한다. 그리고 처음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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