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본 천국
문을 열고 본 천국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2.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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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요한계시록 3:20)

하루 동안 살면서 만나는 문은 많다. 예를 들면 방문, 화장실 문, 현관문, 버스, 지하철, 자가용 문, 사무실문, 카페 문, 식당 문, 영화관 문 등이다. 문을 보면서 평생 똑같은 생각과 태도로 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문은 그냥 열고 닫고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것 정도이다. 어떤 이는 마음과 돈에 여유가 있으면 문을 장식을 하기도 한다. 문은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준다. 바람을 막아 주고, 도둑을 막아 주고, 불안한 마음에 안전감을 준다. 어떤 사람은 문이 잘 안 열리면 발로 차고 성질을 쏟아붓기도 할 것이다. 문이 해 주는 일을 생각하면 문에게 화관이라도 씌어주고 쓰다듬어 주고 닦아주고 칭찬해주어야 마땅한다.     

문은 관문의 의미를 가지는데 통치권이 미치는 공간을 말한다. 절의 문은 크게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으로 구성된다. 일주문(一柱門)은 좌우에 기둥 하나씩으로 세워져서 속세와 정토를 구분하는 문이다. 기둥 네 개이면 중립지대가 생기니까 좌우에 기둥를 하나씩으로 세운 것 같다. 천왕문(天王門)은 정토의 외곽을 지키는 사천왕이 그려진 문이다. 사천왕은 원래 부처를 괴롭히는 귀신이었으나 부처의 법에 감동하여 부처를 보호하는 존재로 탈바꿈했다. 천왕문은 보통 경사가 급한 계단 위에 위치한다. 해탈문(解脫門)은 대웅전 앞에 둔다. 대웅전은 부처 상이 위치하는 곳이니 중생이 해탈하는 곳이라고 여긴다. 해탈문은 색(色)에서 해탈하여 공(空)이 되는 공간이고, 공이 된 불자는 공과 색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생각하여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한다. 현판에 자하문(紫霞門)이라고 쓰기도 한다.

 

솟을대문과 창살문
솟을 대문 / 창살문

솟을 대문은 유교의 이상을 잘 드러낸다. 보통 구성은 문지방, 문틀, 지붕으로 된다. 격식을 갖춘 솟을 대문은 세 칸에 세 개의 문을 단다. 이것은 공자가 말한 세 사람이 행할 경우 그중에 한 사람은 스승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래서 세 칸 중 한 칸은 위로 솟았다. 위로 솟았기에 유교 사회의 위계질서를 나타내어 사회질서의 미를 보여준다. 태극을 대문에 그려놓아서 만물의 조화가 문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창살문은 괘를 뜻한다. 주역에서 64괘는 만물의 조성 및 운행 법칙이다. 문과 창문에 이러한 철학을 담은 것은 탁월한 식견이다. 문과 창문에 하루의 생활을 시작하는 공간에 음양과 64괘를 설치해 놓았으니 유교의 생활 지혜는 크다. 문은 시작점인 동시에 귀착점이다. 시작점과 귀착점에 태극과 64괘를 둔 것은 인생의 기본 요소와 조화 원리를 늘 인식하고 살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은 전투를 앞두고 괘를 뽑아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싸리문은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문이다. 모양새가 문이라고 하기에는 민망스러울 정도로 허술하다. 사각으로 틀을 만들고 틀 속에 싸리나무를 성기게 꽂아두었다. 싸릿문은 집안이 다 들여다 보인다. 만들기도 손쉽다. 산에 가면 지천에 늘려있는 것이 싸리나무이다. 그걸 낫으로 베어다 말려 성기게 꽂아 두었다. 바로 자연의 모습이다. 자연과 친하여 벗한 문이 싸릿문이다. 이 문은 자연에서 시작하고 자연으로 귀착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은 하늘로 열린 유리창문으로 유명하다. 그 창문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성당에 있으면 마치 천상의 공간에 있는 것같이 느끼게 한다. 창문은 하늘과 지상이 만나는 통로가 된다. 건축가 르 꼬르뷔제는 감성이 풍부한 건축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건축을 교실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하고 스케치하여 배운 분이라서 더욱 그러한 특징을 보여주는 듯하다. 파르테논 신전 앞에 앉아서 햇살의 변화를 보며 스케치를 한 르 꼬르뷔제는 건축에 영적인 감성을 풍부하게 살려서 디자인했다. 르 꼬르뷔제는 프랑스 르토로네 수도원를 자주 찾았다. 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공간에 마음이 빼앗긴 듯하다. 빛을 받아들이는 공간은 바로 우리들의 영혼의 문이다. 

 

르토르네 수도원 문과 성 소피아 성당 창문
르토르네 수도원 문 / 성 소피아 성당 창문

유럽의 성당문은 스토리보드이다. 보통 성당문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체코 프라하의 성비트성당의 문은 예수의 고난사와 함께 지역의 절기별 행사로 부조되어 있다. 돼지를 잡아 소금에 절이는 절기를 주로 부조로 제작하였다. 스위스 취리히의 그로스뮌스터의 문은 성상 파괴 운동을 부조로 제작하였다.

에덴동산 대문은 어떻게 생겼을까? 마사초는 이탈리아 출신 화가로 28세에 요절했다. 원근법과 인체 조형 등으로 르네상스 양식을 창조했다. 그가 그린 에덴동산의 대문은 성문의 문과 흡사하다. 샤갈이 그린 에덴동산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샤갈의 화풍은 몽환적이다. 특히 닭 등 동물을 크게 묘사하여 동물에 관한 윤리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피터 싱어 윤리학의 영향을 받아서 그러하다. 샤갈은 부인과 금술이 좋아 신랑과 신부 그림을 즐겨 그렸다. 에덴동산의 대문은 징벌과 추방을 의미하는 근엄한 문이며 출입 금지를 푯말을 붙여 놓아야 할 것만 같다.  지옥문의 의미를 잘 나타내는 글은 단테의 신곡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신곡 1장 2절).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문이다.  

예수님은 문을 두드리신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신다. 사람이 마음의 문을 닫는 이유는 소망이 없고 오히려 외부에 대해 위험만 느끼기 때문이다. 마음 문을 잠그는 사람은 상처 때문이다. 예수님은 상처를 치유하시고 사람을 새로운 피조물로 만들어 주시려고 하시는 것이다. 예수님과 더불어 먹고 마시면 치유되고 기쁨이 넘친다. 삭개오처럼 마음이 넉넉해져서 소유를 나누려고 한다. 잔치는 중요하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시작했다. 인류 역사의 결론은 어린 양의 결혼식이다. 

 

마사초 에덴추방 / 병산서원 일부
마사초 에덴추방 / 병산서원 일부

여는 일은 주위의 좋은 것을 발견하고 교제하려는 것이다. 안동시에 자리한 병산서원은 벽과 창이 없고 기둥만 세워두었다. 병산의 풍경을 집 안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목수의 의도이다. 한마디로 산택일체(山宅一體)이다. 경북 안동시 봉정사 영산암의 문루는 기둥만 세워 집을 건축했다. 영화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가 된 삶을 보여준다. 스님은 밤도 먹을 만큼 줍는다. 다람쥐를 생각해서이다.

원수의 문을 얻는 것은 라반이 리브가에게 축복한 말이다. 원수의 문을 얻는 것은 정복을 의미하며 영토가 넓어진다는 말이다. 그 당시의 사회에서는 복된 말이었다. 천국 문은 침노하는 자들이 얻는다고 했다. 천국이 좋은 것을 이 땅에서 경험했다면 천국을 얻으려고 자신이 가진 귀한 것을 투자할 것이다. 보화를 팔아서라도 천국 문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천국의 문은 통 진주로 되어있다. 진주가 문만하니 얼마나 비쌀 것인가? 이 땅에는 문만 한 진주는 없으니 부르는 것이 값일 것이다. 그 값을 예수님이 지불하셨다. 우리는 천국문을 열 수 있다.

 

 

 

김한윤 박사미호교회 담임목사
김한윤 박사
미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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