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있는 산토리니에서 이국적인 디자인물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의 입에 자주 회자되며,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카페이자 야외웨딩 명소이다. 그리스 해변가의 시각적 이미지들이 카페의 벽과 바닥, 천정에 조화롭게 그려지고 조각되어 있다. 카페를 걷노라면 그리스 에게해 산토리니섬의 해변 위 산 마을 카페골목을 걷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중해 그리스 산토리니 해변가에 있는 성당의 여러 종탑을 모델로 디자인하여 춘천 동면 언덕 잔디밭에 종탑을 세웠다. 산토리니 섬의 수도격인 피라의 성당 종탑들은 다양하다. 2층 혹은 3층으로 종각을 이루고 색은 흰색에 코발트블루를 포인트 색으로 칠했다. 에게해 바다색인 코발트 블루를 흰색 종탑에 색칠하여 이색적인 맛을 더하고 바다와 유사색 조화를 이루어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다. 산토리니 섬의 수도격인 피라의 성당은 교회 달력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로 유명하다.
그 이미지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 춘천 산토리니를 본다면 이국적인 감이 떨어진다. 종탑은 춘천 시가지를 배경으로 하여 존재가 덜 부각된다. 춘천의 의암호는 멀리 조망되고 춘천 시내가 종탑의 배경이 되어 원본에 비해 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국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는 아니다. 춘천 산토리니 종탑 디자인은 4층으로 된 구조이다. 1층은 전망대로 사람들의 공간이며, 2, 3층은 종각이고 4층은 성당의 돔을 조합해 놓은 것이다. 원본의 이미지를 새로운 구조로 재창조한 디자인이다. 천국과 교회의 관계도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에게해에선 성당의 종탑은 신비롭고 낭만적이며 아름다운 이미지를 품고 있다. 이 이미지를 자료로 하여 디자인한 춘천의 산토리니 종탑도 의미가 있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것을 보면 이국적이라는 물건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치이다. 이국적이라는 말은 일상과 반대편에서 존재하는 이미지이다. 누구나 본향을 그리는 마음, 막연한 노스텔지어나 이니스프리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심정에서 나오는 말이다.
교회당은 우리의 일상 저편에 존재하는 천국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모방하여 이 땅에 만든 디자인이다. 춘천의 산토리니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이미지들을 그리워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나 세계의 수많은 교회당은 천국의 성전을 그리워한다. 춘천 산토리니가 그리스의 산토리니의 이국적 이미지를 살린 것처럼 교회당은 천국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살린다. 소래교회당, 장석교회당 등 한국적 이미지를 살린 교회들도 있다. 천국의 이국적인 요소를 현지 이미지 안에 담으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디자인 운동에도 불구하고 교회당 이미지의 본래적 특징은 이국적이다. 새문안교회는 1910년 당시 염정동에 세 번째 예배당을 건축할 때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었다. 당시로서는 서양식 건물은 이국적이었다. 문명이 발전된 나라들의 건축양식이었으니 대한인들이 이상으로 여기던 곳의 양식으로 여겼을 것이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한 번쯤 구경하고 싶은 대상이었을 것이다.
현재에도 독특한 양식의 디자인을 많이 시도한다. 특히 전원교회를 둘러보면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구조 또한 독특하다. 하늘을 조망할 수 있도록 다락방 천정에 창을 넓게 두는 경우도 있다. 교회의 창을 통해서 천국을 조망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천국의 세계를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다. 돈이나 사람들의 딱딱한 디자인관이란 장애에 막혀서 교회당의 천국 이미지를 가로막는 일은 없애야 한다. 교회당은 천국의 성전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