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인터뷰] 소금(素琴) 유동식 교수(연세대학교 신학과 은퇴교수), “신학은 역사와 철학의 터 위에 배워야…”
[신년 특집 인터뷰] 소금(素琴) 유동식 교수(연세대학교 신학과 은퇴교수), “신학은 역사와 철학의 터 위에 배워야…”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9.0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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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해방은 우리 민족에 향하신 하나님의 역사 섭리이면서 개인적으로는 죽음을 넘어서는 구원과 자유의 체험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예술과 복음적 실존’이라는 영적 안목과 높은 차원에서 사회문화를 끌고 가야된다“

1922년생인 소금(素琴) 유동식 교수(연세대학교 신학과 은퇴교수)는 황해도 평산 남천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에 진학 해 시인 윤동주와 함께 기숙생활을 했다. 일본 도쿄의 동부신학교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와 6‧25 직후 미국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신학‧종교학 분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감리교신학대, 연세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한국종교와 기독교’, ‘민속종교와 한국문화’,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 등이 있다.

13일 대학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내려온 유 교수를 옥성삼 교수(본지 기획위원, 연대 겸임교수)가 카페서 만났다. 100세를 앞둔 그에게 삶과 신앙, 한국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로 97세를 맞은 유동식 교수를 연세대 대학교회에서 만났다.
올해로 97세를 맞은 유동식 교수를 연세대 대학교회에서 만났다.

장수의 비결은?

옛날부터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했다.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시고 살려주시니 살지, 다른 비결이 어디 있겠어. 요즘 건강관리라면 아침과 저녁으로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이어서 가부좌하여 묵상과 기도를 한다. 특히 거동이 좀 불편해지면서는 다른 운동을 하기도 그렇고 이게 좋다. 아침은 생식을 하는데 소화도 잘되고 괜찮은 것 같다.

 

신앙을 갖고 신학의 길을 걷게 된 동기는?

우리 집안은 조부 때부터 믿음을 갖게 되었는데, 처음 회심 한 이는 숙부였다. 숙부는 남감리교가 개성에 세운 송도고보에 다니면서 신앙인이 되었고, 먼저 할머니를 전도했다. 조부께서는 아들과 부인이 주일 오후마다 예수집회에 나가는데, 이게 뭘 하는지 살펴보려고 예배장소 바깥 툇마루에 앉아서 말씀을 듣다가 감화 감동받아서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었다. 옛날에는 집안의 가장이 믿으면 온 집안이 믿게 된다. 그 때부터 우리집안은 모두 예수를 믿게 되었고,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신앙 생활하는 게 자연스런 생활이었다. 그 당시엔 장남은 할아버지와 생활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난 그 조부와 생활하면서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 같이 새벽기도를 드렸다. 원산에서 양복 재단 일을 하는 아버지와 생활하던 동생은 화가가 되고 조부와 생활을 하던 나는 자연스레 신학을 하게 되었다. 난 신비한 신앙 체험을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조부와 생활하면서 몸에 베인 생활신앙이 이 길을 가게 된 은혜이고 힘이라 생각된다.

 

한 세기를 살아오면서 여러 역경을 헤쳐 왔을 텐데 극적인 경험과 전환점이라면?

8.15해방. 해방은 우리 민족에 향하신 하나님의 역사 섭리이면서 개인적으로는 죽음을 넘어서는 구원과 자유의 체험이었다. 신학을 위해 일본유학중 1944년에 학병으로 징집되어 6개월간 신병교육을 받고 규수 전선에 배치되었다. 그 당시 학병이든 징병이든 전선에 투입되면 살아서 돌아오기 힘들었다. 2년간 전선에서 지낼 때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오끼나와가 미군에 점령되고는 규수 가고시마가 최전선이었다. 나는 중대본부 전령병으로, 8월 9일 인가 이상한 전령을 받았는데, “낙하산 달린 포탄이 떨어지면 모든 것을 중지하고 제일 깊은 곳으로 숨어라“. 이 전령을 받은 지 10일이 지나지 않아 천황의 특별 발표가 있었다. 그날 전원이 정복으로 사열하여 라디오방송을 듣는데 천황의 항복 선언이 나왔다. 주변의 일본군 중에는 항복을 받아들일 수 없고 “최후의 1인까지 미.영과 싸운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속으로 얼마나 감격하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외쳤는지 모른다. 사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이 그치고 살아서 고향으로 갈 수 있다는 그 벅찬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때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역사를 온전히 경험했다.

 

13일 대학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유동식 교수
13일 대학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유동식 교수

 

원로 신학자로서 존경하는 스승이라면?

1948년 감리교 신학교를 졸업하고 6.25 전쟁 후 배화학교 종교주임으로 있을 때, 세계 감리교단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보스톤 대학에 유학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불트만(Bultmann)의 <비신화화> 해석학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성경은 초월적인 것을 담았는데 이것을 실존적 현실에서 새롭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하는 것을 <비신화화>라고 한다. 일본에서 신학공부를 할 때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이자 신앙인으로서 정체성을 혼란을 겪었는데, 불트만의 책을 읽고 신학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1958년 제네바에서 폴 틸리히가 주강사로 있는 2학기 연구과정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불트만의 집을 찾아뵙기도 했다.

 

한류도 풍류신학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풍류신학은 영원한 진리를 실존론적으로 재해석한 불트만의 <비신화화>론에 힘입었다. 즉 성경의 말씀은 유대인이나 서양인의 역사와 문화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서 재해석 되어야 한다. 9C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당나라 유불선 통달하고 돌아온 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화랑에서 찾았는데, 이게 우리문화의 영성인 풍류도의 대표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미의식인 풍류(風流)는 있지만 영성을 담는 풍류도(風流道)는 없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하늘에 제천(祭天)하고 가무강신(歌舞降神)하는 문화가 있었고, 이형사신(以形寫神)- 형상으로 하나님의 뜻을 표현하는 것-은 신학뿐 아니라 예술과 여러 문화를 통해서도 구현될 수 있다. 한국이 정치와 경제 등에서 세계를 앞서지는 못하지만,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풍류는 뛰어나다. 싸이나 방탄소년단도 그런 밑바탕에서 나왔다고 본다.

 

올해가 3.1 운동 100년인데, 오늘날 한국교회가 성찰할 부분이라면?

우선은 신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 서구에서 신학은 일반 학문을 기초로 해 그 위에 진행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최소한 역사와 철학의 터를 닦은 후 신학을 배워야 한다. 이런 토대가 없으니 사회와의 소통은 물론 교회 내 협력도 어렵고 여러 가지 갈등과 일탈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거다. 교회가 영적으로 높은 차원에서 사회 문화를 이끌고 가야하는데 오히려 끌려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폴 틸리히가 문화신학에서 ‘종교가 얼이라면 형상은 문화다’라고 했는데 교회가 그 차원을 가져야지 정치와 경제 문화에 끌려가는 양상이 안타깝다.

 

백세를 앞두고 계신데 지금 꿈꾸는 일은?

<종교와 예술의 뒤안길>이란 책에서 내 신학의 여로를 되돌아보긴 했는데, 사진, 편지, 문서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좀 정리하고 싶다. 뭐 나를 위한 자서전이랄까 그런 거.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좀 모아서 정리해두면 나와 후학들에게 좀 도움 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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