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결핵환자들의 믿음에 한국교회는 응답할 것인가
北 결핵환자들의 믿음에 한국교회는 응답할 것인가
  • 권은주 기자
  • 승인 2019.01.15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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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결핵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유진벨재단’
환자 지원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
대북제재로 국제단체의 결핵 지원 중단,
상반기 내 약 확보 못하면 북 결핵환자들에 심각한 악영향 우려
사회가 더 적극적, 이제는 한국교회가 나서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 한 구절에 인생을 바친 이가 있다. 유진벨 재단의 인세반(Stephen Linton) 회장이다. 그는 한국에 기독교를 전파했던 유진 벨(Eugene Bell, 1868-1925) 선교사의 후손으로 순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미국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이후 한국인과 결혼했다.

1995년 북한의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했을 때 대북 식량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유진벨 재단은 1997년 결핵환자 치료를 도와달라는 북의 요청에 따라 이후부터 결핵퇴치를 위한 사역을 감당해 왔다.

인세반 회장이 환자들에게 객담채취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유진벨재단 제공
지난해 가을 방문에서 인세반 회장이 환자들에게 객담채취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유진벨재단 제공

결핵은 북한에서 심각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전역에 결핵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치료약과 의료시설이 열악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유진벨 재단은 매해 두 번씩 북한을 방문해 3주간 유진벨 재단이 지정한 서해안 지역인 평안남북도에서부터 개성까지 12군데 다제내성 결핵병원을 순회하며 환자들을 검진하고 약을 전달하며 신규 감염자를 검사하고 있다.

인세반 회장은 “현재 북한에서 더 심각한 것은 일반 결핵환자가 아닌 기존 결핵 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결핵환자”라며 “치료약도 일반결핵 약에 비해 150배 정도 비싼 504만 원 정도 되고, 치료 기간도 18개월이나 된다”고 했다. 더군다나 기존에 일반 결핵 약품 지원을 해왔던 글로벌펀드가 지원을 끊은 상태여서 북한의 결핵환자 치료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세계보건 기구 산하인 글로벌 펀드가 지원하는 일반 결핵의 경우 약 재고가 2020년 1분기까지, 다제내성결핵의 경우 2018년 가을에 등록한 환자 500명분까지 남았다”며 “2020년에는 결핵 약품 지원의 공백이 생기는데 결핵 약품을 주문하여 북한에 전달하려면 해상운송과 통관 검역 절차로 9개월이 걸리는 만큼 상반기에 약을 주문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진벨 재단은 6개월에 한 번씩 결핵환자 치료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 가는 인원은 생각보다 적다. 12명 정도가 북한 전역을 돌며 결핵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한다.

각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기록하는 것은 환자등록 과정의 첫번째 단계다. 유진벨재단 제공
각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기록하는 것은 환자등록 과정의 첫번째 단계다. 유진벨재단 제공

인세반 회장은 “이는 순교의 마음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갈 수 있는 조건은 외국 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경비는 개인이 부담하고, 가기 전에는 재단에서 작성한 서류에 사인을 해야 한다. 혹시나 모를 비상사태에 대해, 결핵 감염 위험에 대해, 신변의 위협에 대해 모두 자신이 책임진다는 내용에 사인을 받는다.

그는 “선교는 여행이 아니기에 각서에 서명을 받는다. 그리고 구경이 아닌 진짜 환자를 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뽑기 위해 3번 이상 갈 수 있는 지원자만 받는다”고 말했다.

인세반 회장은 이 일에 한국교회가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 아무리 원수라고 해도 그가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면 그를 먹이고 입히고 고쳐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서 “누구보다 한국교회가 주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피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님은 그의 마음의 소원대로 북한 결핵 지원의 길을 넓혀주고 계신다. 2017년에는 유진벨 치료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인정받기 시작했고, 유진벨 재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지지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가을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연간 신규 환자 등록 수를 현재의 3배인 3,000명으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미국도 사업에 필요한 진단 장비에 대해 계속 허가를 내주고 있다. 사업 확대에 필요한 지원만 확보할 수 있다면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더 많은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18개월 간의 치료를 마치고 졸업식을 올리고 있다. 유진벨재단 제공
환자들이 18개월 간의 치료를 마치고 졸업식을 올리고 있다. 유진벨재단 제공

유진벨재단은 각 환자들에게 전달될 약품 상자에 후원자의 이름을 붙여 전달한다. 그러면 서 인세반 회장은 환자들을 교육할 때 감사한 마음으로 후원자의 이름을 외우게 한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을 믿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대부분의 후원자가 크리스천들인 것을 안다”며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선교를 많이 얘기하지만 선교는 희생하는 것이다. 조선에 온 선교사들의 수명은 4년이었다. 나의 진외증조 할머니도 가족들에게 ‘안식년에 볼 수 있을까'라는 편지를 쓰셨지만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셨다”며 “하나님의 백성은 이 세상이 아닌 하나님 왕국을 위해 사는 자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유진벨재단에서는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제내성결핵환자 한 명을 살리는데 504만 원이 필요하다. 일대일 결연을 통해 환자들을 직접 연결해 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1:1, 2:1, 3:1, 4:1 결연을 통해 환자들의 약값을 후원할 수 있고, 또 매달 2만 원으로 결핵 환자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분을 지원할 수 있는 패키지도 있다.

지금도 북한에 있는 결핵 환자들은 인세반 회장을 기다린다. 6개월 후에 자신들을 살려 줄 약을 들고 오는 그들을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믿음에 한국교회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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