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빛과 어둠, 옳고 그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자수첩] 빛과 어둠, 옳고 그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 곽재우 지역기자
  • 승인 2019.01.18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재우 기자
곽재우 기자

가스펠투데이 전북지역기자로서 활동한 지가 이제 만 3개월하고 보름이 지났다. 전임기자의 갑작스러운 유고와 함께 십여 년 전, 모 지방지 기자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당시 본인의 상황이 이 일을 감당해내기가 여간 벅찬 일이 아니어서 신문사 측에 간곡히 거절했지만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는 형편이 되어 여기까지 왔다.

현직 목사로서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뜻이려니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매주 새로운 기사를 송고한다는 것이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왔지만 무사히 버티어 오고 있다. 그 가운데 보람이 없지 않았다. 무엇이 잘났다고 도통 참석하지 않았던 노회의 각 행사나 세미나에 취재를 위하여 열심히 참석했다. 기자가 되니 목사가 된 기분이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 노회와 각 교회의 여러 일들에 대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내가 머무는 지역의 노회 및 교회들의 사정들을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속해있는 곳은 통합 전북노회이다. 본 노회에 소속된 지 이제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노회가 하는 활동은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 가운데 지난 2년 간 우리노회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노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문제는 차별금지법을 저지하는 일이 아니었는지 판단해 본다. 이를 위해 노회 안에 동성애, 차별금지법, 이슬람을 저지하기 위한 위원회까지 두고 있다. 줄여서 일명 동차이라 부른다. 그간의 노회장님들의 성향이 유난하기도 한 이유다.

새해를 맞아 노회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세미나는 바로 전북노회 신년 제직세미나이다. 지난 4일 열렸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동성애 관련 강의는 핵심이 되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나아가 목회자로서 동성애는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며,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걸고 막아야 할 죄악이다. 어느 기독교인이 동성애를 옹호한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세미나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왠지 씁쓸함이 밀려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동성애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블랙홀은 어둠을 빨아들이기도 하지만 빛조차 빨아들인다. 그 안에서 빛과 어둠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 빛과 어둠, 옳고 그름의 구분조차 의미가 없게 만드는 블랙홀...

차별금지법 대상 중 성소수자란 문구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당위성 등의 모든 구호를 헛된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들은 법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합법화가 되고, 국민들 상당수가 동성애자가 될 것이라 말한다. 또한 차별금지법 통과는 복음전파를 막고, 하물며 복음을 전하는 자들은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섬뜩하다. 그들은 이에 대한 예를 유럽의 교회들에서 찾고 있다. 한편 일리가 있지만 정말 그게 다인가? 이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우리 한국교회는 이제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고 나면 또 어떤 뉴스가 터질지 두렵다. 인구 5,000만 당시 1,200만 신도로서 전체인구의 25%까지 된다고 자랑했던 기독교 인구는 현재 전체인구 6,500만이 넘어서는 현 시점에서 허수를 빼고 약 800만을 밑돈다고 하니 이제 기독교인구는 전체인구 대비 12%가 조금 넘는다. 차별금지법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아직 차별금지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법이 시행되지도 않았다.

차별금지법에 언급된 성소수자를 제외한 수많은 유형의 차별받는 사람들은 동성애반대라는 구호에 휩쓸려 영원히 차별받고 살아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합리적인 문제제기는 동성애 옹호론자라는 타이틀로 되돌아온다. 나는 상당기간 동성애 옹호론자로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개척하기 전에 상당히 큰 교회에서 청년부를 맡아 사역한 적이 있다. 부족하지만 청년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그들의 몸은 교회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종교적인 방랑자였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동부 때부터 주일학교를 지내 온 자들이다. 그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한 자들이 여전히 신앙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해될 듯,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국교회의 청년들이 꾸준히 교회를 떠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가운데 어느 특정 시점에 유독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등졌는데, 당시는 이명박 장로와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시점이다. 통계에 분명히 나와 있다 그 시점에 한국교회 청년들이 가장 많이 교회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의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한국교회가 사회를 이끌 만큼의 도덕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과 한국교회가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수구편중 되어 있다는 이유였다.

지금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극렬한 구호를 외치는 자들의 상당수는 기독교인들이다. 근래엔 이스라엘 국기까지 흔들고 있다. 일반 국민들, 아니 합리적인 기독교인들조차 그들을 정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의 집회에 얼마 전부터 동성애의 구호가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내용이다.

전날, 국민을 개처럼 학대했던 독재정부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반공이데올로기에 매달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들은 반공프레임으로 그 오랜 세월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어 왔고,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여기에 한국교회가 한 몫 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팩트이다. 반공이데올로기는 당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이제 그 프레임이 생명력을 다 하려 하니 뜬금없이 동성애프레임이 등장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이 왜 반정부 투쟁이 되었나? 거기엔 전날의 반공프레임이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반공'이  '동성애'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교회는 또 한 번,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에  한 몫 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한국 현대만큼 얽히고설킨 역사가 세계 역사 상 어디 있겠는가? 신앙인으로서, 목회자로서 자신이 딛고 있는 이 땅의 왜곡된 역사를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영적인 눈이 필요한 때이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