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출간된 ‘다시 뛰는 심장으로’는 여타 서점에서 파는 책과는 조금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장기기증자의 이야기와 장기이식을 받은 수혜자의 이야기를 모아 한권으로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장기기증자와 이식수혜자 모두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장기기증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전문적인 작가가 쓴 책이 아니기에 이 책이 다른 책에 비해 문학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이 책에 담긴 눈물어린 진정성만큼은 그 어느 책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총 제3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제1부는 ‘주는 사랑-기증자 이야기’이고, 제2부는 ‘받는 감사-수혜자 이야기’이고, 제3부는 ‘생명을 있는 다리-코디네이터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는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아 장기를 기증하고 죽은 기증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장기기증은 전문가들에 의해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환자가 뇌사 판정을 받지 못하면 본인과 가족들이 기증하고 싶어도 장기를 기증할 수 없다. 또한 장기기증은 대기자가 이미 많기 때문에, 가족들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지인에게 바로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에서 장기를 기증한 사람들은 평생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신체의 일부를 내어주고 죽은 것이다. 장기기증만큼 아무런 대가를 전혀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봉사도 없는 것 같다.
이 책에 글을 쓴 사람들이 모두 그리스도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장기기증자의 가족들이 쓴 글을 하나씩 읽어보면, 장기기증자의 가족 중에 상당수가 그리스도인이라고 추정된다. 그 이유는 장기기증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복음서에서 제자들에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몸에 있는 장기도 하늘로부터 거저 받은 것이지, 우리가 어떤 대가를 지불한 것은 전혀 아니다. 따라서 우리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우리의 장기를 기증하는 게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이 책을 비매품으로 출판한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책의 전자책은 교보문고, 알라딘과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이 책은 영리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막연히 무섭게만 여겨졌던 장기기증이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황망하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마음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가 다시 삶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그들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 다시금 생명의 고귀함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길 소망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