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겨울에 눈은커녕 비도 보기 힘든 상황이다. 건조한 날씨 속에 영동지방은 작년 연말부터 한 달간 건조주의보가 발령되었다가 지난 12일에 건조특보가 해제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는 이렇게 대기가 건조한 때에 산불이 발생해 농가와 민가가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산불을 대비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도 건조한 ‘악마의 바람’ 때문에 그 피해가 더 컸다는 지적이 있다. ‘악마의 바람’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 사막을 지나온 건조한 바람으로 최대 시속이 100km를 넘는다고 한다. ‘악마의 바람’을 타면 처음에는 작게 시작된 산불도 대형 산불로 커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야고보서 3장은 말과 혀와 관련된 교훈을 담고 있는 본문이다. 이 본문은 일종의 ‘그림언어'로 되어 있는데, 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비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야고보서 3장 3절에서는 커다란 말의 입에 작은 재갈을 물림으로써 말을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나오고, 야고보서 3장 4절에서는 바람이 거셀지라도 배에 있는 작은 키를 움직여서 배를 항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승마에서의 재갈과 항해에서의 키는 작지만 자신보다 큰 말과 배를 움직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그런데 야고보서 3장 5절에서는 지극히 작은 불씨가 온 산을 다 태우는 산불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본문을 평양말 성경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같은 방법으로, 혀는 중대한 연설을 하게 하는 아주 작은 것입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불찌가 커다란 산림에 불을 지를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 3장 5절, 평양말 성경)
평양말 성경에서는 남한에서 사용하는 ‘불씨’가 아닌, ‘불찌’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불찌’는 북한에서 불티나 불똥을 이르는 말이다. ‘불찌’와 관련된 말로는 ‘불찌가 튀다’라는 표현이 또한 북한에서 있는데, 이는 ‘재앙이나 화가 미치다’ 혹은 ‘격한 감정이 눈에 내비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불찌’는 북한의 노동신문에서도 종종 나타나는데, 지난 2015년에 탈북자단체가 대형 풍선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했을 때 노동신문에서는 “대북전단 살포는 북침전쟁의 불찌를 날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천만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무리 큰 산불도 처음에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초반에 작은 불씨를 진화하지 못해 산불이 크게 번져간다. 야고보서 3장 6절은 혀가 바로 불길이며, 온 삶에 불을 지를 수 있고, 마치 지옥 불처럼 모든 것을 태운다고 또한 강조한다. 이는 교회에서 말을 많이 하는 교사와 목회자가 항상 유념해서 기억해야 할 본문임에 틀림없다. 누군가가 내뱉은 작은 말실수가 교회에서 ‘악마의 바람’을 타고 확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