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의미는 달라질 것"
너무나 절실한 무장애(Barrier free) 생활환경
얼마 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한 제자가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나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식사시간이 되어 주변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그 친구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생긴 것은 주변에 그 친구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삼겹살 파는 식당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메뉴를 생각하며 식당을 고민해도 딱히 함께 들어가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그 친구와 함께 들어가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중국음식을 시켜먹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차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간절히 바라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주변 환경과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의 제한으로 이동권과 접근권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함께하는 이웃이 되지 못하고 서로 간의 분리를 경험합니다. 우리에게 장벽이 되거나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Barrier)을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자유롭고 동등하게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생활환경으로 바꾸어 가는 무장애(Barrier Free)운동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전용을 넘어 모두를 위한 시설(Universal design)로
이렇게 장애인도 접근 가능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나가자는 무장애운동(Barrier Free)을 전개해 나갈 때,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내외 인데 장애인전용 시설은 돈도 많이 드는 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적다는 논리를 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용”이라는 용어 뒤에 숨은 프레임을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면서 “전용”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나름 경제적인 논리와 함께 숨어있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흔히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을 많이 사용합니다. 분명한 당위성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나오는 편익(이익이나 성과)은 작기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변명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아울러 돈이 많이 들었지만 “전용”시설을 설치해 주었다는 정치적 생색내기도 이와 같은 논리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좀 더 비용편익의 대상이 넓어진다면, 또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의미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전용”이라는 용어의 프레임을 넘어, 모두를 위한 시설(Universal design)로 의식과 논리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에게 편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도 편하고, 다른 접근성이 약한 이들(임산부, 노약자 등)에게도 편리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상록 목사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