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처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게 조금 막연하게 여겨진다. 왜냐하면 신앙생활을 수 십 년간 한 사람에게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예수님을 믿는 게 무엇인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믿는 것과 예수님을 믿는 게 무엇인지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타인에게 믿음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성 뿐 아니라 지성이 필요하다.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강영안 교수가 집필한 ‘믿는다는 것’은 강 교수가 오랫동안 고민한 믿음에 대한 사유와 고백들이 담겨있다. 흔히 ‘고수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고, 하수는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한다’는 말처럼 강 교수는 아직 예수님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믿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이 책을 썼다. 사실 강 교수 입장에서 어려운 철학용어를 남발하며 믿음이 무엇인지 현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대신 강 교수는 이 책을 쓰면서 믿음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믿음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였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믿음을 크게 ‘질문하는 믿음’, ‘응답하는 믿음’, ‘실천하는 믿음’, ‘앎을 추구하는 믿음’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믿음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질문하는 믿음’은 ‘응답하는 믿음’으로 이어지고, ‘응답하는 믿음’은 ‘실천하는 믿음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실천하는 믿음’은 ‘앎을 추구하는 믿음’으로 자라난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왜 우리에게 믿음이 필요할까?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여전히 사람들의 인생에 믿음이 의미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의 처음 부분에서 믿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실 믿음 없이는 우리의 삶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믿음은 일상의 기초입니다. 한 국가, 한 조직, 한 가정도 믿음 없이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곧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는 논어의 한 구절이 사람들의 동의를 쉽게 얻은 것도 믿음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28쪽)
저자는 올바른 믿음이 ‘앎을 추구하는 믿음’으로 귀결된다고 말하며, 한국교회에 오랫동안 만연한 반지성주의를 배격한다. 반지성주의는 신앙생활을 하는데, 인간의 지성은 디딤돌이 되지 않고,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믿음은 지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잘 믿기 위해서 더욱더 지성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말씀을 통해서, 말씀 안에서 골똘히 생각하고 숙고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에는 읽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묻고, 듣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정이 반드시 개입해야 합니다.” (174쪽)
이제 처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믿음을 철학적으로 숙고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 책의 저자처럼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그리스도인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문득 생기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