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거운 짐을 지고 갈 길은 멀고
[기자수첩] 무거운 짐을 지고 갈 길은 멀고
  • 김광영 지역기자
  • 승인 2019.01.02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 새해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바란다.

 

논어 태백편에 실린 고사성어중에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 교수들이 2019년 사자성어로 문재인 정부 2년차를 평가한 말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증자 말하길, 배우는 사람은 무거운 짐을 멀리까지 지고 가는(任重而道遠·임중이도원) 강인함과 끈기가 없으면 안 된다.”

새해 일출을 보며, 희망과 벅찬 감격이 함께하면 좋으련만 시대의 돌아가는 형편과 경제적 상황을 보며 낙관론 핑크빛 희망만을 꿈꾸기는 쉽지 않다. 2019년 출발점에서 삶을 통전적으로 담아낼 덕담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스 신화에 코린토스의 왕 시지포스(Sisyphos)가 등장한다. 신들을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 거대한 바위를 산으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그야말로 ‘무거운 짐을 지고 멀고도 높은 산꼭대기에 이르면’ 다시 돌이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시지포스는 이 고통을 반복하게 되는데, 알베르트 까뮈(Albert Camus)의 책 ‘시지포스의 신화’에서 인간의 숙명적 굴레로 이 이야기를 적는다. 똑같은 날들의 반복 속에 ‘왜’라는 물음이 고개를 치켜드나 주변의 모든 것이 ‘권태’로 변하는 현실. 그리고 ‘삶의 부조리’ 발견, 인간이 그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나 실제적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음에 답답함만 더할 뿐 아무런 진전이 없는 현실에서 느끼는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을 묘사했다.

‘시지포스의 신화’에서 까뮈는 말한다.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부조리를 끌어안고 바위가 굴리던 시지포스가 불현 듯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루하다 못해 끔찍하기만 한 그 인생을 끝내지도 자신을 버리지도 않는 시지포스를 보며 그에게 ‘성실성’을 찾아낸다. 역설적이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고 그 무한반복의 고통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그 안에서 다시금 삶의 열정을 얻는 것이다.

교계도 마찬가지다. ‘산 너머 산’이라고 작년 한해만도 세간에 오르내리며 세상의 ‘빛’이 되기보다, 세상에 ‘빚’을 지는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고 있지만, 100년 전 소수의 교인들이 한국사회의 변혁의 주최였던 반면,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어 교회들의 복음의 레이스에 더욱 발목이 잡히고 있다.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등학교 합주단이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했을 때 우리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귀머거리이긴 하지만 베토벤이 그 소리를 들었다면 무덤 속에서 통곡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에게서 완벽을 바라지 않았다. 저 유명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완벽에 이를 수는 없다. 객석에 앉은 청중들 중 그 학생들의 연주를 통해서야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청중들이 그래도 베토벤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길은 학생들의 그 연주뿐이다.”

그렇다. 우리는 어설프고 삐뚤거려도 복음을 연주해야 한다. 작곡가가 애초 구상한 음에는 결코 이르지 못한다 해도 그 불완전한 음이나마 세상에 들려줄 곳은 교회밖에 없다. 또한, 기나긴 신앙의 레이스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완주하는 것이 된다. 새해에도 교회들이여, 성도들이여 모두 제발 살아주길 바란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