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독립운동의 산실, 부산진 일신여학교 탐방
부산경남 독립운동의 산실, 부산진 일신여학교 탐방
  • 김광영 객원기자
  • 승인 2018.02.15 09: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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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내가 7살 때 보통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아침 조례를 할 때 일장기가 게양되는 것을 보고 상급생 언니들이 땅을 치며 통곡하는 것이었지요. 저는 어려서 무엇 때문에 저런 일을 하는가 싶어 의아하게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신여학교로 진학하니 나라 없는 서러움이란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했답니다. 어린 나이었지만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라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때마침 3월 1일에 독립만세를 전국에서 부른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여 때는 이때다 싶어 동지 일신여학교 몇 명이 보여 태극기를 만들어 나눠 주기로 약속을 하였답니다...(후략)”

- 1919년 3월 11일 일신여학교 만세 운동의 주동자 김반수가 동래여자고등학교 오재용 교장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발췌

 

부산진일신여학교
부산진일신여학교

 

  부산 동구 좌천동 정공단로 17번길 ‘일신 여학교’를 찾아보았다. 바로 옆으로는 1890년 미 북장로교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W. Baird) 선교사에 의해 개척된 역사적인 교회 ‘부산진 교회’가 마주하고 있다. 일신 여학교는 붉은색 낡은 건물이지만 담백하고 정돈되어 보인다. 서양식 2층 벽돌건물에 외부 기둥이 2층까지 이어져 외부에서 바로 2층으로도 진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부산광역시 기념물 55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없이 이 길 주위를 오갔지만,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숨결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부산박물관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스토리가 담겨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선교사들이 심어준 성경의 정신이 고통당하는 시대에 어떤 울림이 되고 떨림이 되었는지 가히 짐작케 한다.

  부산에서의 3⋅1운동은 1919년 3월 11일 일신여학교를 시작으로 부산 전역으로 확산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민⋅노동자⋅소상인⋅자영업자등이 합세하여 적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렇게 학생중심으로 시작되어 점차 다양한 지역민들이 합류하는 대대적인 만세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선교사들이 세운 일신여학교에서 타오른 항일의 불꽃은 3월 13일 동래고보(현. 동래고등학교), 3월 18일 동래 범어사 학생의거, 3월 29일 구포장터 의거, 4월 5일 기장의거, 4월 8일 기장 좌천 의거 등 부산전역으로 퍼져나간다.

  부산에 파견된 호주 장로교 선교회 여자 전도부에 의해 설립된 부산진일신여학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889년 10월 2일 호주선교사 헨리 데이비스가 부산에 도착했고, 서울에 잠시 머문 후 부산체류를 위해 다시 부산에 내려왔다. 무리한 도보여행은 폐렴과 천연두에 감염을 불러오고 부산에 도착한 직후 1890년 4월 5일 사망해 부산 복병산 기슭에 묻힌다. 데이비스의 사망 후 1891년 10월 5명의 호주선교사들이 다시 부산을 찾고, 부산, 마산, 진주 등 경남지역에 근대 교육기관들이 설립되기 시작한다. 고아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세운다.

일신여학교 전경
일신여학교 전경

  이렇게, 호주 장로교 선교회의 멘지스(Menzies)와 페리(Perry)는 고종 28년인 1891년에 부산에 파견되어, 1895년 10월 부산진에 마오리 고아원과 교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신 여학교를 설립한다. 교명은 ‘날마다 새롭게(Daily New)’라는 뜻이며, 초대 교장 멘지스가 취임한다. 개교 당시 수업 연한 3년의 소학과 과정으로 출발한 일신여학교는 순종 3년인 1909년 8월 사립학교 인가를 받고, 더불어 3년 과정의 고등과도 병설한다. 이 고등과는 후에 동래학원으로 이어져 현재의 동래여자중학교와 동래여자고등학교의 전신이 된다.

  부산에는 천년고찰이라 불리는 범어사가 있다. 신라시대 당나라에서 유학한 의상대사가 창건한 금정산줄기의 '범어사'이다. 이 범어사의 학생운동이 당시 갓 선교한 개신교 선교사들이 세운 일신여학교의 항일운동에 힘을 얻어 불꽃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그들의 심장에 품었던 말씀이 무엇이기에 선교사들이 전해준 성경의 씨앗이 어떤 힘이 있기에 천년을 이어온 범어사의 학생의거보다 더 먼저 항일의 삼일절 깃발을 들게 되었을까?

  오늘날, 교회가 복음의 초심, 성경의 그 말씀에 귀 기울인다면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태복음 5장10절)’는 말씀처럼 불의한 세상에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는 빛과 소금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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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진 2018-02-16 08:24:36
저도 그 길을 3년동안 걸었는데,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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