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소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목수 목사
생존과 소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목수 목사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12.29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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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흩어지는 사람들 최주광 목사

개척교회 분투기 4.

 

최주광 목사는 목수다. 목사에게 또 다른 직업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교회로부터 재정이 독립된다는 것은 목회자가 교회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뜻이다. 교회에서 사례를 받으면 교인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교인들이 원하는 목회를 하게 된다. 그러면 목사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데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한 가정을 진심을 다해 돌보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정신적인 소모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 큰 교회, 많은 교인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목사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교인들이 있다면 나머지는 방치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나 생각한다.

 

설교 준비로 바쁜 토요일 오후, 시간을 쪼개에 인터뷰에 응해준 최주광 목사
설교 준비로 바쁜 토요일,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준 최주광 목사

최 목사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것을 몰랐다. “세상에 이미 이렇게 많은 교회가 존재하는데 왜 또 하나의 교회가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선교적 교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 목사는 예수의 현존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어야 예수가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흩어질 때 곳곳에 복음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이름이 ‘흩어지는 사람들’이다. 잘 흩어지는 사람들이 되자고 약속했고 그래도 우리가 교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앞에 ‘교회’를 붙였다. 최 목사의 생각에 공감하던 십여 명 사람들이 모여 2016년 1월 첫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시작했다. 삼성동에 있는 감리교회에서 오후 시간을 내줘서 예배를 시작했는데 건물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최 목사도 다른 곳에 예배 처소를 찾아 나가야 했다. 경의선 공유지에 옥바라지 선교센터 사람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주선해 주어 한 동안은 거기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그 곳에는 포장마차를 하다가 쫓겨난 사람들, 도시 난민들이 모여 있어 우리 삶의 지난한 한 면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아픔을 함께 하며 드리던 예배도 곧 끝이 났다. 교인 중의 한 가정이 아내가 아파서 교회를 나올 수 없게 되자 퇴촌에 있는 그 가정으로 예배 처소를 옮겼던 것이다. 한 영혼, 한 가정의 구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로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정해진 교회 건물이 없이 한 해 재정을 남김없이 다 사용하기로 하고 시작한 교회지만 퇴촌으로, 다시 영등포 제자도 연구소로, 또 J그룹 출판사로 예배 처소를 옮겨 다니는 것이 교인들에게는 피곤함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새로운 예배 처소를 찾아 기존에 모이던 장소를 떠날 때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현재 모이고 있는 김포 최 목사의 가정 근처 어디쯤에 사람들 사이에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예배처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멀리 암사동에서 김포까지 교회가 어디로 가든 매주 빠지지 않고 오는 청년이 있는 것을 보면 교회는 진짜 사람이 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최 목사는 말한다.

 

경의선 옥바라지 선교센터에서 예배 드리던 곳.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 속에서 예수님은 그들은 위로하고 계셨다. (사진제공)
경의선 옥바라지 선교센터에서 예배 드리던 곳.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 속에서 예수님은 그들을 위로하고 계셨다. (사진제공)

사실 최 목사가 목사가 된 것도 사람이 한 일은 아니다. 목사의 아들이었지만 고1때 교회를 떠났다. 아버지와 교회가 싫었다. 어머니는 새어머니였지만 그 분을 통해서 예수님의 희생을 생각했을 만큼 헌신적인 분이었다. 처녀의 몸으로 시집을 오면서 자기 아이가 생기면 자식들 차별을 할까봐 자기 몸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다.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최목사는 어머니에게 좋은 아들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내가 무엇인가를 잘 해야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잘 하든 못 하든 존재 자체로서 받아들여지는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고, 스스로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교회마저 떠나게 되었다. 교회를 떠나 방황하던 최목사에게 예수전도단을 소개한 분도 어머니셨다. 제주도에 있는 예수전도단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풀어졌고, 특히 에베소서 1장 4절 말씀에 ‘창세전에 택하셨다’는 말씀을 통해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육친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풀어졌다. ‘회심이란 하나님이 나를 조건 없이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한 폴 틸리히의 말이 회심에 대한 정의라면 그때가 최 목사에게는 회심의 순간이었다.

선교단체에서의 훈련이 끝난 후에도 간사로 1년간 섬기면서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목적과 이유를 생각했다. 선교에 대한 부르심이 있다고 생각되었고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아세아연합신학대학에 진학했다. 북한 선교에 마음을 주셔서 북한을 위한 기도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는데 탈북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려면 아무래도 목사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목사가 될 마음은 없었고 선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필요에 의해서 감신대 신대원에 들어갔다.

 

세월호 안산 분향소 기독인 예배 때 설교하던 모습. (사진제공)
세월호 안산 분향소 기독인 예배 때 설교하던 모습. (사진제공)

그런데 선교사로 나가지 않고 목사가 되어 이런 삶을 살게 된 계기가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났던 2014년에는 그보다 먼저 2월에 경주에서 엠티 갔던 대학생들이 참변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그해를 마무리하는 한 대형 교회의 영상물에서 그 슬픈 사건들을 정리하고 ‘이런 많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주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식으로 마무리 짓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월호에서 죽은 애들 중에 교회 다니던 애들도 많다던데 걔네들 다 천국 갔으면 된 거 아냐?’ 식으로 가볍게 말하는 교인들, 그 사건을 정치적인 프레임에 넣고 해석하는 대형 교회들을 보며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다. 선교사가 되어서 이런 교회를 또 만들어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8개월 정도 교단을 넘어서 교회 탐방을 하게 되었고, 여러 다양한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최 목사는이것이 교회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업 현장에서의 최주광 목사. 목수로서의 삶은 또다른 부르심의 현장이다. (사진제공)
작업 현장에서의 최주광 목사.
목수로서의 삶은 또 다른 부르심의 현장이다. (사진제공)

목수 일을 하다보면 나무를 많이 다루게 된다. 속칭 ‘다루끼’라고 하는 각목이 있는데 보통 열 두 개가 한 묶음으로 묶여온다. 그런데 반듯이 잘 묶여있던 다루끼를 사용하기 위해 풀어보면 때론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휘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경우 짧게 잘라서 사용하든지 아니면 폐기해 버린다. 나무라는 것이 원래 그 모습이 다 다르게 생겼지만 사용하기 편하게 똑같은 모습으로 ‘재단’을 하다 보니 묶여 있을 때는 모르지만 풀어보면 그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원래의 모습대로 휘어버리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을 짓기 전에 산에 올라 먼저 나무의 생김새를 보고 어떤 나무는 서까래로, 어떤 나무는 기둥으로, 또 어떤 나무는 대청마루로 쓰임을 결정하고 나서 그 쓰임에 맞게 재단을 했다는데 요즘엔 처음 생긴 모양이나 용도와 무관하게 아무데나 쓰기 편하게 미리 재단을 해서 잘라버리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 목사는 각자가 가진 개성과 각자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며 그 모습에 너희를 ‘맞추라’고 한다. 안 되면 억지로 잡아당겨서라도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이런 모습이 교회 안에도 있었고 최 목사는 이것을 폭력적이라고 느꼈다. 나무가 자란 환경, 나무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모습을 알고 지은 목조물은 수명이 훨씬 오래 간다고 한다. 오래가는 건축물이 좋은 건축물이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본질에 충실하다면 각자를 향한 부르심을 확인하고 형태에서는 좀 자유로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최 목사의 의견이다.

 

김포 최목사의 가정에서 예배 후 애찬을 나누는 모습(사진제공)
김포 최목사의 가정에서 예배 후 애찬을 나누는 모습(사진제공)

최 목사 생각에 교회의 본질은 ‘받아들여짐’이다. 그리고 ‘사람’이다. 사람이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했다. 이런 고민 끝에 모여진 교회가 바로 ‘교회, 흩어지는 사람들’이다. 감신대를 졸업했고 감리교 목사이셨던 아버지는 감리교 목사가 되는 것을 원하셨지만 최목사는 독립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미 세 아이의 아버지요 아내를 책임진 가장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련목사 기간은 가족 모두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었다. 당시엔 감리교에서 목사가 되려면 3년간 수련 목회자의 기간을 지내야 했는데, 적은 사례로 다섯 식구가 생활하자며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목사는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버지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었기에 가족을 돌보는 것이 나를 향한 1차적인 부르심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 목사는 대학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인테리어 목수 일을 시작했다. 형이 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설픈 실력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배운 일이 이제는 직업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 어설픈 목수가 노련한 목수로 변화되는 과정에 나무 다루는 솜씨만 늘은 것이 아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먹다짐도 불사할 만큼 혈기 많은 청년이었는데 이제는 현장 청소며 작업 후 정리 같은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어쩌다 일손이 딸려 일용직으로 오는, 일이 서툰 사람들을 자기 일을 젖혀 두고 나서서 도와주는 인정 많고 배려심 깊은 숙련된 선배 목수가 되었다. 함께 일하는 분으로부터 ‘나는 꼭 최 목사 교회에서 장로가 되고 싶어’라는 진심어린 고백을 들을 때, 최 목사의 도움 없이는 그 날 할당량을 다 끝내지 못 했을 것을 아는 일용직으로 온 사람이 최 목사가 건네주는 하루일당을 받으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하며 손을 잡아 올 때, 밀려오는 감동이 있다. 우선 나부터 내가 있는 자리에서 예수님이 우리를 대하시는 그런 마음과 행위로 사람들을 대하고 이렇게 복음을 전해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이것이 바로 선교요, 교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목동현대백화점 신우회 직원들과 예배 후.(사진 제공)
목동현대백화점 신우회 직원들과 예배 후 나눔 시간에 (사진 제공)
같은 예배 공동체로 신의를 가진 NHN 엔터테인먼트의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사진제공)
같은 예배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NHN 엔터테인먼트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 (사진제공)
J출판사 믿음의 식구들과 예배를 마치고.(사진제공)
J출판사 믿음의 식구들과 예배를 마치고 (사진제공)

최목사가 섬기는 곳은 교회, 흩어지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주일에도 일을 해야 해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백화점 직원들을 찾아가 함께 예배하고, 한 달에 한 번씩 J그룹 출판사와 NHN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직원들 중 믿는 사람들과 예배를 드리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예배드리지는 않아도 늘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자기 삶의 자리에서 예수의 현존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연결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공유하며,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를 향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공동체 역시 이 시대 새로운 교회의 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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