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딛고 일어서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다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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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교회 김승우 목사

개척교회 분투기 3.

김승우 목사는 71년생이다. 고1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명의로 빚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빚을 갚느라 재산을 처분해야 했고 가정 형편은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어려워졌다. 어머니는 신앙에 흔들림이 없으셨다. 학교 빠지는 건 용서하셔도 교회를 빠지는 건 용서가 없으셨다. 몇 년 후 어머니가 병을 얻어 거동하기 힘들어졌는데 어린 동생들까지 있는 상황이라 김 목사가 직장에 다니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26세나 되어서 서울의 모 대학 야간 학부로 입학을 하고 낮엔 직장에 나가 일을 했다. 3년을 이렇게 생활하다가 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방황이 시작됐다.

어느 날 신앙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삶을 하나님께서 다 보고 계시고 너무 마음 아파하시는 걸 느끼게 되었다. 모태 신앙이었지만 신앙의 열정이 전혀 없었고 조금씩 세상의 향락에 젖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고린도전서를 읽다가 회심을 경험했고 주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을 했다.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에 30세에 한세대 신학과에 입학을 했다. 그곳에서 뜨거운 신앙생활도 경험했다. 신학대학 졸업 후에 곧바로 신학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타 교단에서 조금 더 체계적인 신학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당시에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교육전도사 사역과 공장 노동자 일을 5년 정도 병행하다가 감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2009년이었다.

감신대 신대원 3학년 때는 파주 하나로중앙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었는데, 감리교 수련목회자 과정을 그곳에서 하고 싶었지만 사택 문제로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다행히 예산에 있는 삽교감리교회에서 사택을 제공받고 3년간의 수련목회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거기서 교인들의 사랑을 참 많이 받았다. 지금까지도 기도와 물질로 후원을 해 주고 있는 고마운 교인들이다.

수련목회자 과정을 (수련목회자 과정은 감리교 고유의 진급 과정. 현재 수련전도사로 공식 호칭) 마칠 때 이 교회에서 개척자금으로 5백만 원을 지원 받았다. 보중금이 5백인 장소를 물색하다가 청년 시절에 십여 년을 살던 상계동까지 오게 됐다. 캐리어 보관 창고로 쓰던 건물 지하를 보증금 5백에 월세 40으로 계약을 했다. 2014년 11월에 계약을 하고 2015년 1월 4일에 첫 예배를 드릴 때까지 아내와 둘이 바닥 공사를 하고 벽에 도배를 하면서 정성을 다해 교회를 꾸몄다. 교육전도사 시절부터 수련목회자로 사역을 하는 동안 계속 교회 사택에서 생활을 했던 터라 살 집도 얻어야 했다. 삽교 교회의 교인들이 도와준 돈으로 보증금 1천에 월세 55만원으로 15평 아파트를 얻었다. 교회 월세 40만원, 집 월세 55만원에 관리비 15만원을 합하면 한 달 110만원의 돈이 필요했다.

작년 교회 창립 기념주일에 설교하고 있는 김승우 목사(사진 제공)
작년 교회 창립 기념주일에 설교하고 있는 김승우 목사(사진 제공)
열심히 전도하는 김승우 목사
열심히 전도하는 김승우 목사
전도는 온 가족의 몫이다.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의 전도 모습(사진 제공)
전도는 온 가족의 몫이다.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의 전도 모습(사진 제공)

개척을 하면 잘 할 것 같았다. 전도사 시절부터 칭찬과 격려만 받아서 개척만 하면 다 잘 될 줄로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김 목사 가족 네 명과 동생네 세 식구, 그리고 어머니, 교육전도사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청년이 교인의 전부였다. 개척 후 5개월 정도 지나서 한 가정이 등록하는 기쁜 일이 있었지만 그 해 추수감사주일 예배를 드리고 그 가정은 교회를 떠났다. 다시 가족들 하고만 예배를 드리다가 2016년 5월경부터 교인들이 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년들과 장년들이 찾아와서 교인은 어느덧 20명 정도까지 늘었고 교회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많은 행사들을 기획했고 세월호 3주기 행사도 준비했다. 그러던 중에 교인들과 작은 오해가 생겼고, 그것이 갈등이 되어 교인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해 다음 해 3월까지 걸쳐서 모두 흩어져버렸다. 심리적 타격이 너무 컸다. 목회를 접고 싶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래도 개척 멤버들은 지금까지 남아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처음부터 함께 했던 청년은 든든한 지원자로 서 있다. 처음 왔다가 떠난 가족들에게서 지난 해 추수 감사 때 일백만원의 헌금이 오기도 했다. 건물주가 교회 집사인데 옆 건물의 임대료를 십만 원씩 올려 받으면서도 교회 임대료는 올리지 않았다. 명절이면 헌금을 해주고 특별히 배려를 해준다. 아픔 가운데 위로를 받는 순간들이다.

창현 부모님을 모시고 진행한 세월호 3주기 간담회(사진 제공)
창현 부모님을 모시고 진행한 세월호 3주기 간담회(사진 제공)

교인들이 떠나기 전에 기획했던 세월호 3주기 기념행사는 그대로 강행을 했다. 창현 부모님을 모시고 진행한 이날 간담회에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가했고 타종교인인데 참여해도 되겠느냐는 문의를 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근처 성결교단의 새사랑교회와는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은 교회들의 연대가 얼마나 필요하고 좋은 일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됐다. 어려움 가운데 고집스레 진행한 세월호 3주기 행사로 김 목사도 많이 회복되었고 마음을 추슬러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말씀하신 대로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었더니 나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는 사실은 현실이 어떠하든지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그 말씀대로 행하는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신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개척한 교회 인테리어를 부부가 직접 해내면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아름다운 정경이다.(사진제공)
개척한 교회 인테리어를 부부가 직접 해내면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
아름다운 정경이다.(사진제공)

김 목사는 어려운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구리 원진녹색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의 분투가 곧 예배요 기도라고 하지만 그래도 새벽 5시가 되면 새벽 예배의 자리에서 말씀을 전하고 싶을 때가 많다. 월요일만 오후 2시까지 일을 하고 나머지 날은 오전 10시에 일이 끝난다. 8개월째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육체적인 피로도가 높다. 올해 2월에 의정부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살림을 합했다. 주거에 드는 월세와 관리비라도 덜어보려는 생각이다. 아내도 줄곧 어린이집 교사,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다가 상계동 학원에 상담 교사로 이직을 했다. 아이들 학원비를 60%나 할인을 해주니 이것도 감사하다. 의정부 집에서 상계동 학원까지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일은 김 목사의 몫이다. 6학년인 사라가 학원에 가 있는 동안 아직 어린 2학년짜리 이레를 데리고 교회에 와서 설교 준비를 하고 청소도 하고 교회 일을 본다. 집에 돌아가면 학원 강의 자료를 PPT로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시 새벽이면 일터로 나간다. 교회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처음부터 잘 꾸며보겠다고 카드론을 얻어 무리를 한 것이 타격이 컸다. 없으면 없는 대로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때를 기다릴 걸 서둘러 욕심껏 채워보려 한 것이 올무가 된 셈이다. 이제는 아내와 둘이 열심히 벌어서 빚을 줄여가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런 이야기까지 공개하는 것은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후배 목사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번듯한 예배당이다. 교인으로 꽉 차는 그 날을 기대하며.(사진제공)
번듯한 예배당이다. 교인으로 꽉 차는 그 날을 기대하며.
강대상 앞에 선 김승우 목사
강대상 앞에 선 김승우 목사

돌아보면 정리된 목회 철학도 없었고 성도들을 돌보는 데에도 부족함이 많았던 것 같다. 선배 목사들은 목회하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일을 빨리 겪었다 생각하라고 위로하지만 목회가 무언지 체험을 통해 배웠고 하나님께서 준비가 덜 된 나를 만들어 가신다고 생각한다. 한 가정이 함께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을 몰랐다. 올 한 해 기도 제목은 ‘한 가정만 함께 하게’ 였다. 아직 한 해가 다 간 것이 아니니 김 목사는 오늘도 누군가 교회 계단을 내려올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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