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 임희국 교수
  • 승인 2018.12.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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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노의 역사는 항상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며,
또 이를 통해 위그노의 광야박물관은 역사의 생명력으로 숨 쉬고 있다."

프랑스 개혁교회 위그노의 신앙유산이 예배를 통해 계승된다. 해마다 9월 첫 번째 주일에 위그노의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예배드린다(올해(2018)엔 9월 2일). 가족 단위로 예배에 참석하는데, 해마다 적어도 1만 명 이상 모인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중심으로 손녀손자들까지 집에서 만든 점심 도시락을 싸서 예배에 참석하는데, 즐거운 가족소풍 같은 분위기도 있다. 예배참석자들은 프랑스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온다. 다른 말로 바꾸면, 위그노의 후손들은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서 살고 있다.

위그노 후손들이 전 세계로 흩어진 연유를 알아보니, 그 조상들은 신앙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심지어 처형당하는 박해를 피해서 이웃나라 스위스 독일 러시아 등지로 피난을 떠났다. 요즘의 용어로 말하면, 종교 난민이었다. 16세기 내내(1526-1598) 프랑스에서는 위그노 세력이 중세 가톨릭 세력인 황제의 공권력에 맞서 여덟 번이나 전쟁을 치르고 잔혹한 박해를 받았다. 그러다가 낭트칙령(1598)을 통해 위그노는 신앙의 자유를 얻었고 또 이들은 일반 시민들과 동등한 권리를 얻었다. 평화롭고 안전한 시대를 맞이한 위그노의 다수는 중산층 시민사회로 진입했는데, 그들의 직업(변호사, 첨단 시계기술자 등)이 이를 대변했다. 그러나, 1685년에 루이 14세가 절대군주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낭트칙령을 폐지했다. 이것은 ‘하나의 (강력한) 국가아래 하나의 (유일한) 교회’체제를 실행하는 정책이었는데, 프랑스를 다시 가톨릭국가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위그노는 또 다시 박해시대를 맞이했다. 이때부터 약 100년 동안 수많은 위그노들이 프랑스를 떠나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졌고 더러는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으로 도망쳤다. 해외 도망을 시도하다가 체포되어서 노예로 팔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브란덴부르크지역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빌헤름은 -최고 엘리트 기술자- 위그노 난민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이후, 브란덴부르크에 정착한 위그노는 독일 프로이센의 경제와 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외국으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 남아 있던 위그노는 공권력에 대항하여 두 갈래로 ‘저항’했다. 한 갈래는 군대를 조직하여서 무력으로 항쟁했고, 다른 한 갈래는 비폭력으로 저항했다. 무력항쟁을 ‘까미자르’(camisard)라고 하는데, 이 항쟁을 이끈 대장 롤랑(Roland, 1680-1704)이 살던 집을 기초로 삼아 위그노의 박물관인 ‘광야박물관’(Musée du Désert)을 건립했다. 이 박물관은 프랑스 남부지역 앙뒤즈(Anduze) 근처에 있다. 앞에서 소개한바, 전 세계에 흩어진 위그노가 9월 첫 번째 주일에 이 박물관으로 결집해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의 중심은 말씀 선포와 성찬식이다. 박물관 주변은 울창한 숲인데, 17-18세기 박해 시대에 이 숲 속으로 위그노가 피신해 들어와 숨어서 예배를 드렸다. 구약성경 출애굽기를 연상케 하는 광야/숲이다. 이곳에서 위그노들이 허술한 잠자리와 거친 음식으로 연명하는 광야생활을 영위하면서 바위 틈에서 예배드렸다. 이러한 역사 현장에 오늘 위그노의 박물관이 있다. 위그노의 후손들은 일 년에 한 번 이곳 광야박물관에 찾아와서 선조들의 유품(설교단, 성찬기, 성경번역과 출판 등)을 몸으로 확인하고 그 신앙정신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위그노의 역사는 항상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며, 또 이를 통해 위그노의 광야박물관은 역사의 생명력으로 숨 쉬고 있다.

 

임희국 교수

장로회신학대학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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