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모든 권세에 복종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은 모든 권세에 복종해야 하는가?
  • 정세민 기자
  • 승인 2018.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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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권위주의 시절 교회는 성도들에게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는 것이니 복종해야 한다’는 로마서 13장의 가르침을 전했다. 그래서 사회에서 반정부시위가 극에 달할 때에도 교회는 침묵하거나 외면했다. 하지만 지난 정권 때는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교회가 나서 전직 대통령을 고난 받는 그리스도라 비유하며 십자가를 지고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교회와 권력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봐야할까?

왼쪽부터 권은주 기자, 정성경 기자, 정세민 기자, 황재혁 기자
왼쪽부터 권은주 기자, 정성경 기자, 정세민 기자, 황재혁 기자

황재혁 : 현 정부는 지난 촛불집회를 힘입어 탄생했다. 촛불집회로 인한 대통령 탄핵 이후 기독교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다. 남북대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좌파적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정부권력과 어떻게 건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정세민 : 성경은 어디서도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우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다. 심지어 바벨론에 노예로 끌려가서도 유대인은 바벨론 왕에게 순종했다. 다만 한 가지 신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었다. 다니엘의 세 친구는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느부갓네살 왕의 말을 듣지 않고 죽기를 각오했다. 다니엘도 간신배들의 모함에 예루살렘 성전을 향하여 기도할 수 없게 됐을 때도 죽기를 각오하고 전과 다름없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했다. 신앙엔 타협이 없다.

권은주 : 우선은 위에 있는 권세에 굴복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로마 식민지 시절에도 사도바울은 위 권세에 굴복하라 했다. 하지만 시저에게 절하라 협박한 관리들 앞에서 담대히 예수님만이 나의 왕이라 선포했던 초대교회 신앙의 선배들처럼 우리 또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잘못된 법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권위는 인정하되 우리가 왜 법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과 방법으로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성경 : 그리스도인이 삶으로 복음을 살아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말로는 복음을 말하면서 삶은 정직하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불일치에서 신뢰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부적인 갈등도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일단 그리스도인의 삶이, 혹은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인정을 받는다면 어디에서도 신뢰받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황재혁 :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서양에선 정교분리(政敎分離)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기독교가 가장 정치적인 집단으로 분류된다. 왜 한국교회는 이런 강한 정치성을 띄게 되었나?

권은주 : 서양에서 처음 정교분리가 만들어진 것은 정치집단이나 권력 그 어떤 것도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크리스천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대신 정부 정책에 대해 교회의 이름으로 반대를 하거나 나서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고, 건강하고 건전한 시민운동과 신실한 크리스천 정치인, 기업인 등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 정부와 이 나라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정성경 : 정교분리가 국가를 위한 것인지, 종교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이와 상관없이 결국 세속주의로 인한 교회의 타락이 교회를 기업처럼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우선순위가 영혼구원, 복음전파보다는 ‘교회 확장하기’로 가면서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는 불명예를 안은 것 같다.

정세민 : 종교개혁 시대에 정교분리를 요구하던 개신교인과 한국에서 반공을 부르짖는 개신교인은 역사적 맥락이 다르다. 종교개혁시대 개신교인은 천주교가 정교일치적(政敎一致的) 권력으로서 신앙을 탄압하고 있었기에 정교분리가 개혁적 의미를 가질 수 있었고 신앙적 요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 다시 말해 남북이 분단되고 이북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교회가 탄압받게 되고, 그리스도인이 대거 이남으로 피난하게 되자 기독교는 반공이라는 가장 정치적 이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로마 식민지 시절에도 사도바울은 위 권세에 굴복하라 권면

하나님의 관점 없이 세상의 권세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

황재혁 : 로마서 13장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해석되어 왔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오늘날 로마서 13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성경 : 먼저 하나님 권세 앞에 철저하게 복종한다면 이러한 해석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관점 없이 세상의 권세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나님 나라와 정의를 확실히 안다면, 진리를 판단할 수 있는 성령의 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세민 : 로마서 13장은 로마 가톨릭 시절부터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념으로 작용해 왔다. 우리나라도 권위주의 시절 교회가 권력을 비호하는 논리의 근거로 이용해왔다. 이는 성경을 자기 권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만약에 기존의 해석에서처럼 권력을 향한 저항과 도전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기독교의 그 많은 순교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은 또 어떻게 봐야하나? 다만 그리스도인의 목적이 권력쟁취가 아니기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권세에 복종하는 것은 당연하다.

권은주 : 위 권세에 굴복하라 하시고, 원수도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른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그 정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권세에 굴복하고, 그 권세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지 않을까. 원수의 손에 십자가에 매달리시면서 저들이 저들의 죄를 알지 못하니 용서해달라고 하셨던 예수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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