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화가 필요한 한국교회
[이슈] 대화가 필요한 한국교회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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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 세미나 열려

'스스로 기독교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신앙의 유연성 부족한 한국교회

교회제도 자체에 근본적 고민 필요

한국교회 교인은 줄어들지만 가나안 성도를 늘고 있다. 개신교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나안 성도’라고 부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에 10.5%로 파악되었던 가나안 성도가 2017년에는 23.3%로 나타났다. 960만 명의 개신교 인구 중 200만명의 가나안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 세미나가 지난 달 30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주최했다.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 정재영 교수가 ‘가나안 성도 신앙의식 및 신앙생활 조사발표’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 신앙의식 및 신앙생활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0월 전국의 1년에 2회 이하 교회출석자와 교회 불출석자 82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문항은 교회 불출석, 본인 신앙 평가, 교리에 대한 인식, 과거 출석 교회에 대한 평가, 신앙과 교회에 대한 의견, 교회 불출석 후 예배 경험 및 예배 참석 의향, 가나안 성도 신앙 모임, 가나안 성도의 신앙생활, 사회정치적 활동, 타 종교에 대한 태도, 향후 기독교 신앙생활 의향 등이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최근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신앙생활을 20년 이상 오래 한 사람들이었다. 교회를 떠난 이유로 ‘꼭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라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특히 가나안 성도들의 모임조차 얽매이기 싫어서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와 개인주의 신앙성향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답한 신앙 단계는 과반수가 1단계로 기독교 입문 층에 해당되었으며, 절반 이상이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 교수는 “구원의 확신이 있고 신앙 단계가 높은 교인들이 최근 가나안 성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가나안 현상’(탈교회 현상)이 개신교인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아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는 곧 기존의 신앙생활이나 목회 방식이 이들의 신앙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개신교인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했다. 따라서 교회는 성도들이 구원의 확신을 넘어 보다 실제적인 차원의 신앙문제에 관심을 갖고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에 의하면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후 대부분 신앙모임이나 정기적인 예배를 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향후 예배에 참석할 의향으로 일반예배와 혼자 드리는 예배가 50%를 넘었다. 그런데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다’는 의견이 5년보다 줄어 교회 출석의지가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이들이 교회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갱신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단시일에 이룰 수 없다면 가정에서 혼자 또는 가족과 예배를 드리면서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교회 밖에서 가나안 성도들이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단체가 사역자가 많아져야 한다.

가나안 성도들이 신앙유지를 위해서는 헌금이나 기부행위도 하고, 매우 적지만 영성 집회도 참여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특히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예배 참석 경험이나 참석 의향도 높으며 기독교인으로서 실천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신앙이 강하다고 해서 교회에 나갈 의향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가나안 성도들의 개인주의 성향을 보면 교회를 이탈하기 전 출석하던 교회에 대한 인식 중 ‘신앙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이 90% 나온 반면에 교회에 출석하고 싶다는 의견은 55%로 나와 신앙과 교회 출석을 별개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앙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고 교회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근거로 볼 수 있다.

교리에 대해 가나안 성도들은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예수 구원이라는 기본 교리에는 동의하지만 기독교의 유일성과 보수주의적 성경관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교회 일반 신도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타종교 및 비기독교인에 대한 배타성’을 첫 번째로 꼽았고.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독교 신앙을 버린 것으로 보는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스스로 어떤 점에서 기독교인이라고 물었을 때, 절반이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와 ‘예수님의 대속을 믿기 때문에’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같은 대답도 있어 ‘문화적그리스도인’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이나 교회에 다니는 것은 ‘구원을 얻기 위해서’가 ‘바른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또는 이와 다르게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했다. 이들 스스로가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는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전통적인 신앙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정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그들을 돕지만 강요는 안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교회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는 개교회의 도덕적인 성찰뿐만 아니라 교회제도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며 “공동체라고 표현되는 교회의 본질 성격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은 ‘교회는 가나안 성도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가나안 성도 지원 작전’이라고 제목을 붙인 송 소장은 개인주의, 세속화, 교회 염증을 가나안 성도현상의 원인으로 파악했다.

먼저 개인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비지시적 교육전략을 제시했다. 이것은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도록 돕는 방안이다. 세속화와 가나안 성도들에 대한 도움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개인의 사정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 염증에 대해서는 제도적 교회에서 개혁적 노력으로, 대안공동체의 활성화, 비공동체적 장의 마련 등을 제안했다. 송 소장은 “가나안 성도 현상은 그냥 누그러질 일이 아니기에 한국교회에 속한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며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구권효 뉴스앤조이 편집국장은 “기성교회가 가나안 현상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가나안=비정상’의 시선이 아닌지 우려했다. 구 국장은 “그들을 ‘잃은 양’으로 보기보다 같은 ‘성도’로 대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인지 대화하는 것이 한국교회를 위해 더 발전이지 않을까”라고 논평했다.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 세미나가 지난 달 30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정성경 기자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 세미나가 지난 달 30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정성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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