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는데, ‘교회꼰대’는 어쩌나...
‘90년생’이 온다는데, ‘교회꼰대’는 어쩌나...
  • 성석환 교수
  • 승인 2018.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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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미래는 ‘90년생’이 얼마나 교회에 남아주느냐에 달려 있다."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 90년생이 생각하는 회사생활의 한 일면이란다. 회사의 발전보다는 자신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상사 눈치 안 보고 정시 출근과 퇴근을 한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싫으면 관둔다. 제일 싫어하는 상사의 모습은 역시 ‘꼰대’다. 무조건 가르치려 들고, 젊은 사람들을 야망 없고 패기 없고 조직에 안 맞는 나약한 인간으로 평가절하면서 자기말만 늘어놓는 전형적 한국사회의 기성세대들을 말한다.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 본인도 어리둥절하다는 『90년생이 온다.』의 저자는 회사에서 경험한 90년생들을 마케팅을 위한 분석차원에서 다뤘다. 그는 과거 ‘X 세대’나 ‘밀레니엄 세대’와는 또 다른 연대기적 특성이 있다고 보고, 이전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들과 소통하려면, 한 마디로 ‘꼰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만약 그들이 예의 없어 보이고 무질서해 보이기만 한다면, 자신이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알아서 하라고 해 놓고, 보고를 안 하면 야단을 친다.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고, 그건 들어줄 수가 없다고 한다. 능력최우선이라 말하고는 은근히 서열과 계약조건을 강요한다. 이런 일은 회사만이 아니라 교회와 신학교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개개인의 은사와 달란트보다는 조직논리와 서열의식이 앞서는 것은 한국기독교 전반의 분위기이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조직에 누를 끼치지 말라!’는 논리를 정당화한다.

필자는 최근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선교를 고민하고 있었다. ‘청년신학’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선교적 교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겪은 몇 가지 일들을 통해 이런 주제를 다루기에는 필자 역시 이미 청년들과 소통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꼰대의 반열’에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을 계도하여 바른 길로 이끌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니, 남 가르치려는 본성이 어디 가겠나.

한때 ‘88만원 세대’에 대한 암울한 예언들이 있었고, 이제 ‘베이비붐 세대’가 대량퇴직을 시작했고, ‘82년생 김지영’은 유력 인사들에게 성적인 모욕을 받은 ‘서지현, 김지은’이란 이름으로 번역되어 오늘 대한민국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고발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90년생’이 또 다른 미래를 요구한다. 이제 결혼, 연애, 직장, 종교, 자녀, 학업 등을 ‘90년생 버전’으로 번역하지 못하는 ‘꼰대적’ 조직들을 여지없이 실패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90년생’이 얼마나 교회에 남아주느냐에 달려 있다. 여러 통계자료는 대학생과 청년층에서 타종교에 대한 상대적 선호도는 높으나 헌신도는 전에 없이 낮아지고 있으며, 각 교회마다 교회학교와 청년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총회와 노회, 지역교회마다 다음 세대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런 추세는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은 것이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몇 개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고통을 점잖은 담론으로만 소비하는 일에 열을 올리지 말고, 청년들의 삶의 자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회라는 조직에 충성하라고 말하지 말고, 복음이 주는 자유와 해방의 선언을 맛보도록 도와야 한다. 조만간 그 책의 저자와 함께 목회자들의 대화모임을 가지려는데, 부디 우리의 ‘꼰대스러움’이 ‘90년생’에게 역설적인 희망이 되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야흐로 성탄의 계절이 아닌가? 한국사회의 온갖 암울한 소식을 뒤로 하고, ‘90년생’에게 기적이 되는 선물을 교회가 줄 수는 없을까.

 

 

석환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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