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성자, 장기려 박사
이 시대의 성자, 장기려 박사
  • 권은주 기자
  • 승인 2018.1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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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는 내가 사랑하는 곳에 있다. 그곳이 나의 왕국이다”
이 땅만 바라보고 사는 크리스천들에게,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를 바라보라”

장기려 박사의 삶이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면서 그의 삶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난 16일 TVN의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장기려 박사를 일컬어 ‘이 시대의 성자’라 극찬했다.

장기려 박사, “나의 세계는 내가 사랑하는 곳에 있다. 그곳이 나의 왕국이다”
장기려 박사, “나의 세계는 내가 사랑하는 곳에 있다. 그곳이 나의 왕국이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고(故) 장기려 박사는 평양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다 6.25 전쟁 때 월남해 부산에서 복음병원(현 고신의료원)과 청십자병원을 세워 피난민과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무료로 돌봤다. 6남매 중 차남만 데리고 월남한 그는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부산에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면서 달랬다.

평소 '사랑장'이라 불리는 고린도전서 13장을 유독 좋아한 그는 전 생애를 두고 이 말씀을 실천하며 살았다. 자신의 월급을 털어 가난한 이들을 돌봐주고, 진료비가 없는 이들을 위해 병원 뒷문을 열어 놓기도 했다. 또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에게 닭 두 마리 값을 내주라고 한 처방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있던 것은 천만 원이 다였다. 그것마저 간병인에게 남기고 그는 가볍게 천국으로 떠났다.

전 일생을 통틀어 오직 복음과 사랑의 삶만 실천하다 하늘로 돌아간 장기려 박사. 이 땅을 바라보지 않고 영원한 것만 바라보고 산 그는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까.

부산모임 1972년 2월 호에 실린 글에서 그는 “육체를 벗어버리는 것을 죽음이라 하고 예수님 품에 안기어 하늘나라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몸을 입은 것을 부활이라 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주기철 목사의 사모인 오정모 집사의 모습이 바로 그것을 보여줬다”며 “오 집사는 유방암 수술 후 2년 만에 폐에 전이된 증상이 있었는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대단히 기쁘고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그의 죽음은 바로 육체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그의 생명이 주님의 품에 영원히 안긴 것을 믿게 해줬다”고 기록했다.

자신의 신앙에 대해 그는 “나는 나면서부터 비겁하고 명예를 탐하는 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울과 같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밖에는 알려고 하지 않는 자가 됐다”며 “이것이 나에게 체험된 예수님의 부활의 증거”라고 고백했다.

장기려 박사의 손자 장여구 교수(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외과의사)는 그의 조부에 대해 “오직 복음과 사명, 사랑밖에는 몰랐던 분”이라며 “그렇기에 그 외의 세상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고 증언했다.

4代째 내려오는 장기려 박사의 사랑의 유산
오직 말씀만을 따른 장기려 박사의 삶, 믿음의 명문 가문을 만들다

장여구 교수는 조부 장기려 박사의 삶의 중심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고 말했다. “할아버님은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을 가장 좋아하셨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붓글씨로 신망애(信, 望, 愛)를 적어주셨다”며 “아마 그 사랑으로 가난한 이들을 돌보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려 박사의 손자 장여구 교수(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외과의사)는 조부의 뜻을 기리며 블루크로스 의료 선교단체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장기려 박사의 손자 장여구 교수(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외과의사)는 조부의 뜻을 기리며 블루크로스 의료 선교단체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사랑’을 마음에 품고 실천한 장기려 박사는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없었을까. 그에 대해 장 교수는 “말씀은 안 하셨지만 매일 아침마다 드리는 가족 예배 때 늘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고, 부모님의 기일을 챙기시는 모습 등을 봤을 때 많이 그리우셨을 것이다”면서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있다. ‘내가 여기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면 하나님이 누군가를 통해 가족들을 돌보시지 않겠냐’는 말씀이었다”고 회상했다.

장기려 박사의 바람대로 북에 있는 가족들이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아버지의 형제가 6남매인데 그 자녀들 17명 중 11명이 의사가 됐다고 들었다”며 “나머지도 의료계, 교육계에 종사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려 박사의 믿음대로 하나님이 신실하게 응답해 주신 것이다. 장 교수는 “할아버지는 전쟁을 피해 피난을 내려오셨는데 북한에서는 납치가 됐다고 여기고 있다. 또 김일성 주치의였던 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돌봐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려 박사는 일제시대 경성의대에서 수학하고 평양에서 의사와 교수로 활동했다. 그 당시 평양에 있는 산정현교회를 섬기고 있던 장 박사는 신앙에 있어서도 곧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할아버지는 그들을 향해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는 조건으로 당신들의 요구에 협조하겠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그들이 산정현교회는 예외로 두고 그 조건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시대 성자'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데 일평생을 헌신했다.
'이 시대 성자'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데 일평생을 헌신했다.

또 김일성 일가와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김일성이 맹장 수술을 해야 해서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때 마침 주일이어서 할아버지는 예배를 마치고 가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끝나고 가보니 소련 의사가 이미 수술을 하고 있었다”며 또 “김정일의 친모를 수술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김정일이 할아버지와 가족들을 은인이라고 해서 잘 챙겼다고 한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오직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가난한 자들을 향한 사랑으로 삶을 산 장기려 박사는 이 세상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었고, 말씀 한 구절에 순종하는 것에 몰두했다. 그가 북에 아내를 두고 월남해 살면서 재혼을 하지 않은 이유도 성경의 가르침 때문이었다고 장 교수는 밝혔다.

말씀대로 사는 삶을 고집한 장기려 박사의 모습에 자녀들 또한 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장기려 박사가 월남할 때 유일하게 데리고 왔던 차남 고(故) 장가용 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장기 기증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손자 장여구 교수는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 단장으로 국내외 소외계층의 의료선교에 앞장서고 있고, 그의 아들 또한 중앙대 의대생으로 의료선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4代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 성자'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데 일평생을 헌신했다.
'이 시대 성자'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데 일평생을 헌신했다. 

장 교수는 “2008년부터 단장을 맡았는데 그때부터 일 년에 두 번씩 해외 의료선교를 다녀오고 있다”며 “라오스와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로 가는데 선교사님들을 돕는 지원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라오스 선교는 인제대학교 의과대 학생들과, 캄보디아 선교는 전문 의료인들과 선교사들이 세운 헤브론 병원에서 수술 캠프로 진행하고 있다. 선교 사역에 대해 장 교수는 “의료 지원을 받는 이들보다 실은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블루크로스는 지금까지 해외 빈민층 1만 2,000여 명을 무료로 진료해줬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장 교수는 지난 1월 국민추천포상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장여구 교수는 의사로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평범한 삶이라고 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장기려 박사가 이 땅에 남겨 둔 것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의 삶을 통해 발견되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자녀들에게는 사명을 평범하게 감당할 수 있는 거룩한 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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