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태 목사, 군자동 통장으로 작은자를 배려하는 목회를 꿈 꾼다
구은태 목사, 군자동 통장으로 작은자를 배려하는 목회를 꿈 꾼다
  • 가스펠투데이 보도팀
  • 승인 2018.02.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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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 심은 교회, 카페교회에서 보냄을 받는 교회로 새로운 도전
 
동파된 파이프 사이로 물이 흘러넘쳐 골목길을 빙판길로 만들었다. 구목사와 군자동직원들이 얼어붙은 길을 보수하고 있다.
동파된 파이프 사이로 물이 흘러넘쳐 골목길을 빙판길로 만들었다. 구목사와 군자동직원들이 얼어붙은 길을 보수하고 있다.

“조금 더 같이 있다 가”

광진구 군자동 어느 골목길. 87세의 김재일 할머니가 심심하니 좀 더 이야기 하자고 구은태 목사의 팔을 붙잡는다. 구 목사는 또다시 한참을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손주가 할머니에게 재롱을 피우듯이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모든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 구 목사를 군자동 25통 골목에서 마주했다. 손에 든 서류뭉치를 들어 보이며 한마디 했다. “이건 교인 교적부에요. 또 이건 새가족 명부입니다. 모두 오늘 방문해야할 심방 대상자입니다” 가만히 보니 세입자와 전입자 명부다. 구 목사에게는 이 모두가 품어야 할 성도요, 섬겨야할 대상이었던 셈이다. 명부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걷는 구 목사는 오늘도 군자동 25통을 지키는 통장이다.

구 목사는 2013년 카페 목사로 처음 이름이 알려 진 이후 교계 언론사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 그런 구 목사가 지난해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인지, 그가 스스로 몸을 감춘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대학 선-후배라는 것, 그 관계를 무기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 인터뷰 좀 하자고 억지를 썼다.

“할 말이 없어요. 이미 언론에서 다 보도 했고, 새로울 것이 없는데”

“아이 선배 그냥 좀 만나줘요. 저는 모든 것이 다 새롭고 반갑기만 합니다.”

“허허. 그럼 우리 이야기만 합시다”

개인적으로 10여년 만에 어렵게 만난 구 목사.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작년부터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고민이 시작되던 시기였거든요”

구 목사는 청소년 전문 사역자다. 그는 1999년 12월, 28세의 나이에 고창 수동교회의 첫 담임전도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광주YFC(십대선교회)에서 활동을 시작으로,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과 함께 전문적인 청소년 사역을 하게 됐다. 이후 2003년 1월. 시골의 목회자는 서울 강남의 청년 담당사역자로 부임했다. 2010년 10월까지 만 7년 동안 청년사역자로 섬기는 동안 50명이었던 청년부를 청년교회로 독립하여 3년 만에 130명으로 부흥시켰다. 예배뿐만 아니라 재정독립까지 이루어낸 구 목사. 당시 교회 장년 교인이 300여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세입자 확인을 위해 주민을 만나고 있다. 구 목사는 이것이 바로 심방이요 성육신 목회의 시작 아니겠느냐며 웃는다.
세입자 확인을 위해 주민을 만나고 있다. 구 목사는 이것이 바로 심방이요 성육신 목회의 시작 아니겠느냐며 웃는다.

 

부흥이 고민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고민

구 목사는 청년부의 부흥을 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부흥 뒤에는 여러 갈래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이 40에 강남에서 3-400명의 담임목사가 된다는 것, 영광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주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 거예요”

청년의 부흥 속에서 어느 순간 한 영혼이 숫자로 보이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고 고백했다. 예배에 참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다가가 “왜 안 왔어”라고 묻는 것이 삯꾼의 초입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선한 목자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 라고 물어야 할 텐데, 어느 순간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단다. 구 목사는 이 날의 고민을 “한 영혼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개척이다. 오랜 시간 사역한 청년 목회 경험으로 청년부흥을 위해 카페교회를 시작했다. 이로서 사회와 교회, 나라를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하고 한 영혼을 바라보는 가치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만약 강남에서 담임목사를 했다면 한 영혼에 대한 가치를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느냐” 짓궂은 질문에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이다”라고 답하며 웃는다.

 

카페사장과 통장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한 7년

“이사 1년 만에 주민들이 통장으로 추천을 한 거예요. 통장만 무려 6년째 하고 있습니다. 통장을 하게 된 것, 제가 꿈꿔온 성육신목회를 하고 있어요”

우연히 맡게 된 통장. 통장을 하면서 더 재미있게 되었다고 전한다. 목사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면 안 열리지만, 통장이 문을 두드리면 열린단다. 교회와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요즘, 통장으로 만나면 모든 것이 통한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이 날에도 지나가다 이재인 할머니가 구 목사를 붙잡고 연신 “고마워”라고 인사를 한다. 사연은 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 할머니에게 옆집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수차례 봉변을 당하기 일쑤라는 것. 할머니에게는 구 통장이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와도 같은 존재다.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다니는 구 목사에게는 세탁소 사장도 구멍가게 최 씨 아저씨도, 모두 이웃이요 섬겨야 할 대상인 성도였던 것이다.

구 목사가 보여준 일종의 ‘교적부’와 ‘새신자 등록카드’.
구 목사가 보여준 일종의 ‘교적부’와 ‘새신자 등록카드’.

 

다시 날개를 펴자, 두 번째 고민

카페 목회를 시작하고 많은 부흥을 경험하였다.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이후로 카페 목회를 하는 목회자의 수도 늘어났다. 그만큼 개척교회는 사람을 만나는 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카페교회를 선호하게 됐다.

“복음이 좋아도 전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시작한 카페 교회는 화양동에 자리하면서 청년목회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회재정은 자립이 됐고 교인 수도 50여명으로 안정적인 목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7년째에 접어들자 구 목사는 새로운 갈등과 고민이 찾아왔다.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골1:28)라는 말씀이 저에게 다가 왔습니다” 목사 없이도 하나님 나라를 이끌어가고 제자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된 구 목사. 2008년 목회의 패러다임을 위해 유진 피터슨을 만났던 상황을 떠올리며 “양은 목자의 음성을, 목자는 양의 음성을 듣고 들어야 한다”는 말씀의 감동을 되새겼다.

구 목사는 교회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고민의 깊이만큼 언론과의 단절의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게 보낸 1년. 이제 답을 찾았다.

유진 피턴슨과 함께 한 추억을 꺼내 보이며,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유진 피턴슨과 함께 한 추억을 꺼내 보이며,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하나님을 위한 고민, 새 희망을 품다

예수의 삶과 보냄을 위한 교회로의 출발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사진은 예배 장면.
예수의 삶과 보냄을 위한 교회로의 출발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사진은 예배 장면.

 

“목회는 일대일이 아니면 목회가 아니라 조직 또는 행정으로 들어가고 사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삶을 살도록, 목사가 필요 없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사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부름 받은 교회가 지역으로 나가도록 하고, 모여들며 다시 가서 제자로 삼도록 부름과 보냄을 받은 교회를 위해 꿈을 꿉니다”

구 목사는 카페교회에 이어 새로운 꿈을 꾸었다. 이제 모였으니 보냄을 받은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기존의 카페교회는 출석하는 청년에게 맡겼다. 이제 생산적인 교회를 위한 사역들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교회는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연습실을 개방해 두었다. 누구나 찾아와 댄스, 발레 등을 연습할 수 있도록 시설을 완비해두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교회 청년이 지역주민을 위해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오는 24일부터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개강을 하고,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보육원 퇴소생들을 대상으로 한 선한 울타리 사역을 전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도 앞에 구 목사는 “교회 공동체의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 목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밝혔다. 그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지난 7년, 군자동 25통을 책임지는 통장으로써 힘들고 어려운 약자들과 호흡하고 약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함께해오지 않았던가. 그의 두 번째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전화로 예약만 하면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댄스 동호회에서 연습하고 있는 장면.
전화로 예약만 하면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댄스 동호회에서 연습하고 있는 장면.

 

외모도 성격도 고 옥한흠 목사를 닮은 구은태 목사는 전라북도 임실에서 모태신앙으로 태어났다. 그는 고1때 은혜를 체험하고 목회자로 서원했다. 1999년 28세에 고창수동교회에서 첫 담임 전도사로 부임하였으며, 2003년 1월 서울 강남의 한울교회로 부임해 7년간 사역했으며, 2010년 12월 5일 카페교회 ‘시냇가에 심은 교회’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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