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안에 복음이 없다’
‘아, 내 안에 복음이 없다’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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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제자 훈련 고집하는 그레이스 교회 문승진 목사

혜화동 연우무대 맞은 편 건물 2층에 교회가 있다. 영어로 그레이스(GRACE)라고 쓰인 창문이 보인다. 유흥과 공연과 젊은이들의 거리 혜화동. 교회가 있기 어려운 자리다. 거기 가는 사람들은 데이트, 공연 관람, 친구와의 교제 등 분명한 목적이 있다. 처음부터 혜화동에 자리 잡았던 교회도 아니고 개척을 하면서 이런 자리를 얻다니 뭔가 특별한 뜻이 있어 보였다. 연우무대 앞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문승진 목사를 만났다.

 

복음과 은혜로 일궈낸 그레이스 교회의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문승진 목사.
복음과 은혜로 일궈낸 그레이스 교회의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문승진 목사.

어떻게 이 자리에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처음 개척한 곳은 여기가 아니라 해오름 소극장이라고 한다. 같은 혜화동이고 대학로이지만 현재 위치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모교회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시무)에서 부목사로 시무할 때 년 2회 있는 교역자 면담 자리에서 개척에 관한 마음을 나누었고 그 의견이 수용되어 2014년 4월에 삼일교회 설립 60주년 기념 개척교회로 파송을 받았다고 한다.

 

삼일교회 설립60주년 기념 개척교회로 파송 받을 때 예배 사진이다. (사진제공)
삼일교회 설립 60주년 기념 개척교회로 파송 받을 때 예배 사진이다. (사진제공)

청년교회로 이름을 날리던 교회에서 선교와 전도와 팀 사역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다가 담임목사 부재의 시기에 전교인 대상 예배의 설교를 2, 3년간 계속 맡으면서 점차 내면의 공허감과 복음에 관한 회의가 밀려왔다. 설교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고 뭔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진정성이 없는 것 같은, 위선자가 된 것 같은 느낌에 빠져들었다. 그 무렵 퓰러신학교 박사과정을 밟게 되었는데 김세윤 교수의 ‘성경신학’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은 것은 ‘아! 내 안에 복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의 수업을 듣는 동안 문 목사는 회심을 경험하고 진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 수업 내용은 ‘구원이란 무엇인가?’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자기 신앙을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문 목사는 적극 추천한다. 복음도 없이 간사 노릇도 하고 전도사도 하고 강도사도 하고 목사가 되어 설교도 했다. 담임목사 대신하는 설교를 3년이나 했고 전도 축제 때 몰려오는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증거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안의 종교성과 복음의 기쁨, 구원의 감격을 혼동하여 진정한 믿음 없이 자기 열심으로 신앙생활을 할까, 이들을 향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담임목사와 나눴고 담임목사는 “하나님께서 문 목사 자신을 먼저 성장시키시고 성도를 자라게 하시고 교회가 성숙해지게 하실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해오름 소극장 에서 예배 드릴 때 설교하는 문승진 목사(사진 제공)
해오름 소극장 에서 예배 드릴 때 설교하는 문승진 목사(사진 제공)
그레이스교회는 제자훈련으로 세워진다.해오름 시절 제자훈련 수료식 장면.(사진제공)
그레이스교회는 제자훈련으로 세워진다.
개척한 첫해 해오름 시절 제자훈련 수료식 장면.(사진제공)

복음만 증거되면 다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개척 교회를 세워보겠다고 의기투합하여 나온 동역자들을 붙들고 한 사람, 한 사람 1대1 상담을 하며 그들 안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고자 시도했더니 아직 하나님의 때가 이르지 않은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실망하고 본 교회로 돌아간 사람도 있고, 나와 보니 본 교회가 그리워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1년이 지나면서 문 목사 자신도 ‘내가 맞나?’ 회의가 왔다. 여러 문제로 갈등하다보니 우울증까지 오게 됐고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상담 분야의 대가인 한 교수에게 상담을 받고 아물지 않은 내면의 상처로 인한 불안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문제를 해결하고 보니 교회 안에도 정서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성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가정사역 공부를 1년간 하며 상담 교육도 받았다. 많이 힘들고 아팠지만 아무리 복음으로 뜨거워도 정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정 사역에도 눈뜨게 된 고마운 기간이었다.

3년이 지나 해오름소극장에서 지금의 장소로 이사를 나오는 동안 재정적인 어려움과 함께 십여 명의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심리적인 어려움까지 한 번에 몰려왔다. 다시 한 번 기도와 예배에 힘써야겠다는 자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새벽기도와 주중예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춘다고, 뭔가 세련되고 시대에 맞는 목회를 하겠다고, 기존 목회의 틀을 다 깨고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를 모두 폐하고 오직 주일에만 예배를 드렸었다. 

지금의 교회로 이사를 한 후 한 달 동안 예배를 마치면 서너 명씩 모여 앉아 교회의 모든 문제를 놓고 함께 기도하기를 힘썼다. 기도의 힘은 놀라웠다. 문제가 하나하나 해결되기 시작했다. 모여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사를 하면서 새벽예배도, 수요예배도 다시 시작하고 성도의 교제와 친밀감의 회복을 위해 점심 식사도 교회에서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대학로에서 노방 전도 중인 문 목사와 교회 청년 (사진 제공)
대학로에서 노방 전도 중인 문 목사와 교회 청년 (사진 제공)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령 충만한 상태에서 1대1 만남을 계속하니 성도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간증의 역사가 일어났다. 동역하는 전도사의 어머니가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어려움을 겪어 교회를 못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방을 가서 복음을 정확히 전하니 몸과 마음의 어려움이 회복되고 지금은 든든한 중보기도자로 세워진 일도 있다. 전도사의 시어머니도, 문 목사의 어머니도 모두 정확한 복음을 듣고 기도의 어머니가 되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대학부 간사 시절에도 1대1 만남으로 복음이 전해지면 팀원들이 변화되는 일이 있었다. 복음 자체에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당시 진로 문제로 어려워하던 사람들 상담도 해주었는데 그때 많이 힘들어 하던 스무 살짜리 자매가 복음을 듣고 신학을 해서 현재 전도사로 동역하고 있다.

문 목사의 1대1 사역은 항상 먼저 상대의 라이프 스토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들으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영적인 문제인가, 정서적인 문제인가, 종교성인가 등을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목사가 자기 경험에 기초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담을 받던 사람 스스로 자기 문제를 진단하고 깨닫게 된다. 대개는 로마서 1장 23절 말씀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하는 구절에서 회심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그레이스교회는 이렇게 1대1 양육을 받고 '부부 교육'과 '성경적 아내교실' 등 제자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가정교회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 목사가 절감하는 것은 ‘한 사람의 변화는 공동체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복음새신자예배 중 '어머님초청데이'에 오신 분들과 함께. 보라색 옷을 입으신 분은 지금가지 출석하고 계시다. (사진제공)
복음 새신자 예배 중 '어머님 초청데이'에 오신 분들과 함께. (사진제공)

교회는 년 2회 ‘가정교회복음전도축제’를 연다. 소그룹에서 품었던 영혼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가정교회마다 자발적인 섬김의 사역도 있다. 군선교, 정신지체장애아 후원, 월드비전 후원, 편부편모 아이들 돌봄 후원 등 작은 규모지만 받은 은혜를 흘려 보내는 기쁘고 감사한 섬김들이다. 또 2개월에 한 번은 ‘복음새신자예배’를 드리고 달마다 컨셉을 바꿔서 엄마 대상(맘스터치 Mom's Touch), 아빠 대상, 부모님 대상, 친구 대상 등으로 공동체 안의 지체들에게 복음을 다시 들려준다. 복음이 흐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경험한 대로 기도에도 중점을 둔다. 새벽 기도를 통한 중보 기도와 릴레이 기도, 공동 기도문을 올려서 월요일부터 주일까지 계속하는 전교인 기도도 있다. 기도는 그레이스교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다. 기도가 하나님 일을 한다는 것을 이제는 교인들 모두가 알고 있다. 승리의 관건은 아론과 훌이 모세를 도와 하던 기도이지 병사의 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 교인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에 연연하던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문승진 목사는 현재 성경적 공동체성을 위한 말씀을 선포하는 중이다. 현대 사회는 아무래도 공동체성이 약하다. 현대인들의 이기적 성향을 이기고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최초 공동체인 부부 사이에 공동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교회 안의 교인들끼리 너무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부부 사이도 깊이 들어가 보면 ‘완벽한 타인’일 때가 많다. 진정한 공동체는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나눌 뿐 아니라 수치를 나눌 수 있는 경지에까지 가야 한다고 문 목사는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 목회 비전은 ‘재미있게 놀자’다.

 

제자훈련의 여러 과정들을 모은 사진들. (사진제공)
새로운 장소로 이전 한 후에도 제자훈련은 계속된다.
제자훈련의 여러 과정들을 모은 사진들. (사진제공)

교인들은 군포, 양주, 광주 등지에서도 올라온다. 혜화동이 근거지인 사람은 거의 없다. 멀리서 오는 청년들은 교회 건물의 화려함을 보지 않는다. 진정으로 예수님을 알고 있느냐, 진정으로 이 교회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본다. 올해부터 청년 공동체를 맡고 있는데 청년들을 만나보니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질문할 때 답을 주는 교회', '기독교를 변증할 수 있는 교회', '재정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교회', '가치 있는 일에 자기를 드리고 자신의 직업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섬길 수 있는 비전을 함께 할 수 있는 교회'였다. 문 목사는 요즘 이 시대 청년들의 진정성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정말 멋진 청년들이 오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복음이 선포되고 그 복음을 알고 배워도 이 복음이 내면에서 역사하도록 돕는 것은 성령님의 은혜다. 복음을 듣고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자기들의 가진 작은 것들로 주변을 섬기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세워지는 이 교회의 이름이 그레이스인 것은 매우 깊은 상징성을 갖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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