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0년대에 ‘고난의 행군’을 지나고, 국가에서 배급하는 식량으로는 국민들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우후죽순처럼 북한전역에 장마당이 생기게 되었고, 이 장마당을 통해 자본을 축적한 ‘돈주’가 등장하였다. ‘유사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북한식 자본주의는 북한 국민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아직까지 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국민들은 자본주의를 직접 경험하며 살아간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성경에도 돈과 관련된 많은 구절이 등장한다. 흔히 바울의 목회서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디모데전서에도 돈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에 대한 사도 바울의 경고를 발견할 수 있다. 디모데전서 6장을 평양말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만족감을 가진 참된 신앙심은 그 자체가 풍부한 재부입니다. 결국, 우리가 세상에 왔을 때, 우리는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디모데전서 6장 6-7절, 평양말성경)
디모데전서 6장 6절에서 “만족감을 가진 참된 신앙심은 그 자체가 풍부한 재부”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재부’(財富)는 기본적으로 ‘재물이 풍부하다’라는 뜻이다. 똑같은 구절을 개역개정에서는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라고 번역했다. ‘재부’라는 말은 현재 남한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재산’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억만재부(億萬財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재산을 의미하고, 억년재부(億年財富)는 대를 이어 물려줄 가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전서에서 “사람이 세상에 왔을 때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세상을 떠날 때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정신을 강조한다. 사도 바울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재물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경건이 인생에서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일깨운 것이다. 만약 경건의 가치를 망각한 ‘천민자본주의’와 ‘배금주의’가 앞으로도 북한에 더욱더 확산된다면, 북한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심각한 사회병폐가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에 자본주의정신이 확산되는 것과 함께 재부에 대해 경고하는 기독교의 가르침도 동시에 퍼져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