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에 역주행하는 한국 교회
변혁의 시대에 역주행하는 한국 교회
  • 변상욱 대기자
  • 승인 2018.11.2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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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는 세계를 설명하고 변화시키는 것을 뒷받침하는 관념체계이다. 넓은 의미에서 집단적 행동을 지향하는 이론이나 관념체계, 그것에 비추어 정치에 접근하는 모든 시도를 우리는 이데올로기로 정의한다. 이데올로기를 가장 응축시켜 품고 있는 존재가 ‘국가’다. 국가는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교육을 통해 재생산한다. 이탈하는 자를 감시하고 제재할 수도 있다. 종교는 이데올로기는 아니지만 종종 같은 범주에서 만난다. 종교를 국가이데올로기와 융합시켜 낸 대표적인 예가 로마 바티칸이다. 숱한 전쟁과 교황에게서 벗어난 민족국가의 수립, 프로테스탄트의 확산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티칸이 택한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개신교의 생존방식은 뭘까? 분명한 건 국가 체제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의 결합은 아니다. 가톨릭은 국가적 이데올로기로 변형시키기에 나름 가능한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지만 개신교는 전혀 아니다. 개 교회의 자유와 독립적 지위, 열정이 개신교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개신교는 교회 권력과 봉건 왕권에 대항하는 신흥 부르조아 세력, 중산층의 확산에 힘입어 부흥발전해 왔다. 종교개혁이 그러했고 미국이나 한국의 개신교 부흥 또한 산업화와 도시 중산층의 확대에 기반해 이뤄졌다. 개신교의 성공신학과 자본주의 경영방식이 이런 역사적 맥락과 맞아 떨어지며 한국 개신교는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문제는 1980년대에 정점을 찍은 한국의 산업화, 도시화, 중산층 확대는 이후 쇠퇴기를 거쳐 이제 전혀 다른 국면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중산층은 확대되는 게 아니라 속절없이 무너지며 빈곤층으로 기울고 있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몰락하는 변곡점에서 한국 개신교는 그야말로 갈팡질팡이다. 세습과 성적비행 등이 연이어 폭로되며 신뢰는 추락하고, 미국 유학 가서 배운 신학과 목회학은 먹히지 않는다. 고도성장기 중산층에 먹히던 것이 몰락기의 중산층에게 먹힐 리 없다. 급한 대로 종북몰이도 해 보고, 이슬람 침략설도 만들어 보고, 동성애 바이러스 위기론까지 마구 던져 봤지만 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가톨릭은 국가주의의 색깔을 덜어내고 개혁과 쇄신으로 방향을 틀고 있고, 이슬람은 중동.아랍 지역에선 국가주의로 나아가려다 좌절되었지만 유럽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얻어 평등한 형제애와 관용을 내세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개신교는 오히려 세속 정치로 나아가는 역현상을 보인다. 뉴라이트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다가 철퇴를 맞더니 이제는 수구우익의 깃발을 개신교가 들고 나섰다. 집권세력을 흠집 내는 가짜 뉴스 확산에 기여하다 아예 멀쩡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사들이 나섰다. 그 행렬에 이단으로 경계해 온 이들이 뒤섞여 있다. 성조기도 흔들고 이스라엘 깃발도 흔들며 거리로 나선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개신교의 변태적인 일탈일 뿐 한국 개신교에게는 독이 되어 돌아 올 것이 뻔하다. 스스로 종말을 향해 돌진하는 한국 교회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변상욱 기자

CBS 대기자

국무총리실 양성평등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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