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회절기 어떻게 지켜야 하나?
21세기 교회절기 어떻게 지켜야 하나?
  • 정세민 기자
  • 승인 2018.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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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지켜야 할 기독교 신앙적 절기의 본래적 의미

11월 셋째 주는 추수감사절이다. 하지만 현재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이 지켜지는 스펙트럼은 추석에서부터 지키지 않는 교회까지 다양하다. 우리 신앙에 있어 삶의 리듬, 절기의 공유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교회는 절기의 본래적 의미는 없어지고, 필요에 따라 이벤트로서 절기가 지켜지는 상황이다. 율리우스력이 그레고리력으로 바뀌게 된 이유도 부활절을 공통적으로 지키기 위한 것이었듯이, 예수님도 절기를 가장 잘 효과적으로 활용한 분이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재 한국교회는 기독교 절기를 어떻게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옥성삼 교수
옥성삼 교수

옥성삼 : 기독교의 신앙적 절기를 계승하고 지키는 본래적 의미는 무엇인가?

정덕주 : 먼저 매일매일 사는 일상과 특별한 명절이 어떻게 다른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의 사이클에서도 필요하고, 기억의 의미도 있지만 교회의 절기를 지키는 가장 기본은 감사에서 출발한다. 기억을 통해서 본질은 감사에 맞춰야 한다. 절기는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특별한 절기 때 감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절기의 본질인 감사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어떤 목적에 의해서 진행되는 껍데기만 남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김혜령 : 근본주의자들은 교회절기가 이교도의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라 비판하며, 일상의 감사와 일상의 금욕이 매주 일어나야한다고 본다. 하지만 절기는 공동체 의식을 북돋우는 축제이다. 절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과 교회가 있는 문화 공동체에 따라 변화되는 새로움이다. 추수감사절의 경우 기독교적이거나 성경적이기 보다 미국적인 절기인데, 이것이 마치 기독교적이고 성경적인 것이라 오해되어 왔다. 절기라는 것 자체가 제일 중요한 목적이 공동체가 하나 됨을 체험하는 것인데, 제각각 따로따로 지켜지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큰 예가 추수감사절이 아닌가 한다.

김대진 교수
김대진 교수

김대진 : 교단마다 다르겠지만 성령강림절 같은 절기는 교회에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5월에 있다 보니까 교회행사 때문에 잘 지켜지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절기라는 것은 예수님의 생애와 복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교육적 측면이 강한데 교회의 행사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았나 한다. 예수님이 오시고,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해서 승천하시고, 성령을 보내시고 할 때 성령강림절이 굉장히 중요한데 실제적으로는 절기가 성경의 복음을 드러내기 보다는 교회행사 위주로 진행되어 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옥성삼 : 그렇다면 기독교의 신앙적 절기가 오늘날에는 어떻게 지켜야하고, 그런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정덕주 : 130년 전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됐는데, 과연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렸는가? 기독교가 전래되면서 문화적으로 접근해서 문화를 바꿨어야 하는데, 과연 한국에 있는가?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기독교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차원에서 기독교가 한국문화와 정서에 착근하지 못하고 유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절기도 단지 교회행사로 끝나버리고 교회의 특수한 목적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지 사실 기본정신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기독교 문화에 더 신경을 써야하고, 기독교 문화가 교회절기와 맞물려 기독교인의 축제가 우리 민족의 축제로 승화했으면 한다.

기독교 공동체성의 확인과 유지를 위한 교회절기
시계의 시간이 아닌 달력의 시간으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절기

김혜령 교수
김혜령 교수

김혜령 : 무엇을 전통으로 고수하고, 무엇을 새로움으로 변형시킬 것인지 기준도 필요하다. 전 세계 교회와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은 가장 기독교적인 명절이어야 한다. 부활절은 변함없이 고수해야 할 절기이고, 성탄절은 전 세계가 문화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은 농사를 짓는 농경문명에서 나온 절기인데, 지금은 산업사회에서 월 소득으로 사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현대에 와서 추수감사절을 언제 지킬 것이냐는 신학적으로 재미있는 논의가 될 것이다.

김대진 : 절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신학자들이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성도들이 절기를 지키며 기쁘고 감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절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이미지들이 절기의 중요한 의미를 훼손시키고 교회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교회절기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다 공개되어 있는데 분명한 이야기 없이, 신학적 설명 없이 교회절기를 지키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일선 목회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신학교의 학자들이 일반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절기를 통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성도들을 잘 훈육하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김혜령 : 우리 신앙생활이란 일주일마다 한 번씩 종교행위를 통해 일상을 반추하고 거룩을 중심으로 자신을 삶을 재편하는 것인데, 완전히 세속화된 사회에서는 절기가 거룩을 체험할 수 있는 명절이 돼야 한다. 하지만 절기가 세속화 되어 있다는 현실이 크나큰 절기의 위기이다.

정덕주 목사
정덕주 목사

정덕주 : 발터 베냐민은 역사는 시계의 시간이 아닌 달력의 시간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시계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라면 달력의 시간은 기억하는 시간, 감사하는 시간, 달력을 통해서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절기를 지키는 것은 시계의 시간이 아닌 달력의 시간을 지키는 것으로, 회상하고 기억하고 기념하며 새로운 의미를 채워가는 것이다. 따라서 절기를 지키는 일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새롭게 반복하고 기념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채워가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가 과연 절기의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김혜령 : 한국기독교는 공동체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다. 유대교보다 천주교가, 천주교보다 개신교가 공동체성이 떨어지는데, 한국 개신교는 개신교 중에서도 매우 개인적이다. 절기는 공동체의 절기인데, 공동체성이 없으니까 절기의 의미도 사라지고 있다. 한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성령하나님은 생명의 하나님,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하나님이다. 하지만 교회에서 오순절, 즉 성령강림절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오순절을 어떻게 복원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느냐는 성령하나님과의 교류인데 이 점이 약하니까 오순절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한다.

정덕주 : 시계의 시간은 온기를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달력의 시간은 시간을 따뜻하게 해준다. 시간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절기이다. 신앙이 다음세대를 이어가려면 신앙의 정신이 계승되고, 신앙의 정신이 단단해질 때 공동체성이 유지가 된다. 다시 말해 절기를 통해 이야기가 전해지고 공동체성이 유지돼야 신앙이 전승된다. 그래서 절기에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의식(儀式)이 마련되면 좋겠다. 시간의, 일상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절기라면 이를 통해 흘러가는 시간을 따뜻하게 해주어 신앙의 이야기가 전승되고, 교회의 공동체성을 유지 강화시켜 줄 것이다. 

                                                                                                                                                                                                                                                                                                                                                                                 정리=정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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