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교회모델] 주민교회(이훈삼 목사) “지역의 역사가 곧 교회의 역사”
[미래세대 교회모델] 주민교회(이훈삼 목사) “지역의 역사가 곧 교회의 역사”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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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함께 사는 생명 공동체

교회의 민주화 운동은 하나님 나라 운동

역사 속의 교회 역할 왜곡없이 조명되어야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 전해야

주민교회 외벽 현수막. 교회 제공
주민교회 외벽 현수막. 교회 제공

성남시의 중앙, 옛 시청 앞에 교회 아닌 듯 교회인 주민교회가 있다. 1973년 경기도 성남 출장소가 성남시로 승격되던 해, 한국 특수지역 선교위원회에서 이 지역의 민중선교를 위해 이해학 전도사를 파송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성남 민주화운동의 산증인 주민교회’라고 소개된다.

1968년 성남지역에 서울의 철거민, 빈민들이 강제적으로 이주했다. 1970년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한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1971년에 성남에서 ‘광주대단지 사건’이 일어나고 도시빈민문제에 대해 지식인과 종교인의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민교회가 세워졌다. 12명의 성도가 함께 ‘주민교회’ 현판식을 걸고 시작한 것은 그 당시 가난으로 삶의 자리를 위협받는 이들과 ‘같이 사는 것’이었다.

같이 살면서 이해학 전도사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감옥에 갇힌 것만 3번이다. 교회는 지속적으로 직업이 불안정한 이들을 위해 직업상담실을 열고, 의료증진을 위해 의료협동회도 결성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야간학교나 도서실도 열었다. 좀처럼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이들을 위해 신용협동조합도 창립했다. 성남 YMCA 창립과 성남인력센터,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노점상연합회,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성남지역본부, 성남기독교청년협의회, 시민대학, 평화운동신철협회, 주민생활협동조합, 주민공부방, 성남지역 정책연구소, 성남 자활지원센터 등이 주민교회를 통해 시작되었다.

90년대까지 세상은 민중의 편에 선 교회를 인정했다. ‘한 손에 복음, 다른 손에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교회 변화의 속도는 더뎠다. 교회가 도맡아 하던 일들을 이제는 시민단체와 정부의 공공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교회의 사회운동을 축소하고 왜곡하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다. 이훈삼 목사는 “분명 한국사회 민주화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 교회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영향력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 예로 故박종철 열사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1987’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훈삼 목사는 “교회와 시민단체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경 기자
이훈삼 목사는 “교회와 시민단체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경 기자

2014년부터 주민교회를 섬기는 이훈삼 목사는 “교회와 시민단체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사회운동에 앞장섰던 교회들에 필요한 고민으로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다. 이 목사는 “시민단체와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이유가 분명히 다르다”며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외쳐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의 표현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는 “만약 우리가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굳이 교회가 아니어도 된다”며 “시민단체는 월 2만원 회비면 끝나는데 교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줄 수 없는 것을 주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며 “교회의 민주화 운동은 하나님 나라의 부분적인 운동일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주어야 할까? 이 목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과학의 발달은 하늘 끝, 땅 속, 우리의 세포 속도 들여다보면서 하나님이 없다고 하지만 교회는 분명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신론자들에게 하나님을 증명하는 것은 논리나 실험을 통해서는 어렵다. 하지만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체험이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곳이 교회가 되려면 말씀을 붙잡아야 한다”며 “오직 복음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어린 시절 상반된 두 교회를 경험했다. 두 교회 다 기장 소속이었지만 한 교회에서는 특별한 행사 없이 고요한 신앙생활을, 다른 교회에서는 1년에 몇 차례씩 부흥회와 수련회를 통해 뜨거운 신앙생활을 경험했다. 이 목사는 세상에서 하지 못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한성장주의와 율법주의는 지양하지만 지속적으로 말씀을 묵상하고 복음을 만나 변화되면 하나님이 임재하심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훈삼 목사는 성경의 말씀들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주 명화를 이용해 말씀을 전한다. 지난 18일자 주보 1면. 교회 제공
이훈삼 목사는 성경의 말씀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주 명화를 사용한다. 지난 18일자 주보 1면. 교회 제공

그래서 이 목사는 목회 사역 중 예배와 설교에 우선순위를 둔다. 성경의 말씀들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주 명화를 사용해 말씀을 전한다. 그는 “빔 프로젝트 같은 유용한 도구들을 활용해 말씀에 더욱 집중하고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노회와 총회, NCCK 같은 잦은 대외 활동 중에도 설교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밝혔다.

사회 운동에 앞장선 교회들을 보면 목회자의 걸음이 너무 빨라 미처 성도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목사는 “목회자는 딱 반걸음만 먼저 걸어야 된다”며 “교회는 더디지만 생명이 있다면 변화되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에서 이미 많은 역할들을 감당했음에도 주민교회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신앙의 본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취업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취업상담위원회고 만들 계획이다. 지난 NCCK 인권상에 주민교회 장로 한 분이 5년 동안 상금 500만원을 후원하기로 한 것처럼, 여전히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이는 교회로 서는 것을 꿈꾼다.

성남시의 역사가 곧 주민교회의 역사다.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함께 예배드리는 성도들. 교회 제공
성남시의 역사가 곧 주민교회의 역사다.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함께 예배드리는 성도들. 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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