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노회 안에서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부쩍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국교회의 큰 숙제로 등장하고 있다.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나 그 뿌리는 하나다.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부여된 권한과 역할의 오해에서 비롯된다.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선을 넘어서 공동체를 지배하려고 하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갈등하는 교회나 노회는 그 원인을 서로 상대편에게서 찾는다. 목회자와 장로들의 갈등 또한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이 부분이 심각한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교회 내의 목회자와 장로 간의 갈등이 상당수 노회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일종의 세력싸움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다.
본래 목회자와 장로들 간의 관계는 한편으로는 협력하며, 또 한편으로는 견제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관계는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견제는 협력이라는 바탕에서 이루어지고 협력은 견제라는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갈등 자체는 죄가 아니다. 다만 갈등의 해결 과정에서 죄가 잉태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짐 반 이페렌은 <평화 만들기>에서 “모든 갈등은 하나님의 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고, 하나님은 갈등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일을 이루신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갈등이 초래될 때 하나님이 궁극적인 변화를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용서를 실현하고 평화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밤베르크에는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시청사에 관한 이야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시청사는 바로크 양식과 로코코 양식이 합쳐진 아름다움과 더불어 레그니츠 강 위아래에 놓인 두 개의 다리 위에 세워졌다. 여기에는 하나의 스토리가 있다. 14세기 중반 시청사를 건설할 때 강을 중심으로 주교와 시민들이 자기들 쪽에 청사를 유치하려 했다. 양보 없는 팽팽한 갈등 속에 타협책으로 중간 지점인 강 중앙을 택하게 되었다. 협상을 통한 타협의 지혜가 분열을 막고, 지혜의 유산을 남긴 것이다.
한국 교회의 갈등은 그것이 교회 공동체와 노회 공동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면과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와 접면해 상황 속에서 교회를 무기력한 집단, 그리고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 갈등을 풀어내는 길을 찾지 못하면 두 가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인데, 한국교회가 내부적으로 붕괴하는 결정적 원인이 될 것이고 나아가 한국 사회 앞에 사라져야 할 집단처럼 여김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갈등 해법은 한국교회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