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학교를 다시 세워야 한다
[데겔칼럼] 학교를 다시 세워야 한다
  • 문상현 교수
  • 승인 2018.11.1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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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 교수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문상현 교수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남북평화체제정착과 경제 불황 이슈가 온 국민의 이목을 끄는 요즘, 세간의 관심과는 무관하게 일상처럼 진행되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대학 입시다. 현재 모든 대학에서 수시 전형이 진행되고 있고 수능 역시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 전국 모든 수험생과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금쪽같고 근심과 조바심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되풀이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이들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남지역 여학교에서 교무부장 아버지를 둔 두 여학생의 시험 성적을 둘러싸고 부정행위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제공하였고, 이 덕분에 두 자매가 성적이 올라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교육청의 조사로도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자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다수의 부정행위 증거가 드러나 아버지인 교무부장에 대해 영장이 청구되기에 이르렀다. 가장 윤리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그리고 신뢰와 공정성이 생명인 성적평가에서 교사에 의해 부정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비뚤어진 자식 사랑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본성이기도 하고 모두가 원하는 희소한 자원에 대한 욕망의 결과일 수도 있다. 서열화를 통한 구분 짓기와 특권행사가 지위의 징표가 된 한국사회의 특수성에도 기인한다. 이로 인한 과중한 압박과 스트레스는 견뎌내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에 공동체적 가치와 규범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대신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적 욕망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가치와 규범의 아노미 상태는 시험부정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가정과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한 데에서 기인한다. 학교는 가정과 함께 사회화의 핵심 제도이다.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우리는 시민적 덕성을 배양하고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사회화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와 규범을 배우고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의 낮은 사회적 신뢰는 결국 공동체 가치와 규범이 구성원 사이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가정과 학교 등의 사회화 제도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못한다는 징후다.

대학진학이라는 지상목표를 위해 학교에서 많은 것들이 희생되고 포기된다. 성적을 위해서라면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책임에 대한 배움과 실천은 망설임 없이 유예된다. 협력과 배려보다는 이기심과 승부욕이 미덕이 되고, 성적 때문에 울지언정 공감의 눈물을 흘릴 여유는 없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에게 공감이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바랄 수 없는 욕심일 뿐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면 모두가 결단해야 한다. 학교를 더 이상 세속적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훈련장으로 놔두지 않겠다고. 학교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규범을 정립하고 배움의 과정에 이를 내면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내’가 아닌 ‘우리’는 어떤 삶을 원하는 가다. 공동체로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무엇을 함께 할 것인가 스스로와 서로에게 물어야 한다. 모든 공동체적 가치와 규범이 허물어지는 지금 믿고 의지할 데가 없다는 사실은 두렵기까지 하다. 특히 신앙인으로서 교회도 더 이상 그 역할을 못한다는 사실이 더욱 절망스럽다. 세습으로 물욕을 좇느라 분주하고 이념 갈등이나 부추기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애들이 보고 뭘 배우겠냐?”라는 말이 떠오른다면 너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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