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함정 - 황희는 정말 명재상이었을까?
논리의 함정 - 황희는 정말 명재상이었을까?
  • 서성환 목사
  • 승인 2018.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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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논리의 다양함이 아니다.
적합한 논리를 찾아서 제대로 적용하느냐 여부이다."

황희는 조선조에서 재상직에 가장 오래 머물렀으며, 여러 가지 괄목할만한 업적도 남겼다. 조선조 최고의 명재상으로 추앙받을 만하다. 그러나 황희는 정말 명재상이었을까? 그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일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삼녀지시비 개시(三女之是非 皆是)>로 알려진 일화다. <다투던 두 여종이 황희에게 달려갔다. 한 여종이 말했다. “대감마님, 손님이 오시면 시장하실 테니 음식부터 장만하는 게 옳지요?” 황희가 대답했다. “오냐, 네 말이 옳다!” 다른 여종이 말했다. “대감마님, 집안 청소를 먼저 하여 오신 손님을 기분 좋게 하는 게 우선이 아닙니까?” 황희는 또 고개를 끄덕이며 옳다고 했다. 이때 옆에서 부인이 따져 물었다. “이 말도 옳다고 하고 저 말도 옳다고 하면 대체 어느 쪽이 옳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황희는 웃으며 말했다. “허허, 듣고 보니 부인 말도 옳소!”> 그러니까 황희는 사소한 집 안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라고 판단을 미룬 셈인데, 권력과 이권을 놓고 복잡하고 첨예한 대립을 하는 국정에서도 이리했다면 그를 명재상이라 할 수 있을까?

황희는 많은 약점을 가진 인물이었다. 성폭력사건의 당사자이었고, 비리공무원의 면모도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여러 사적을 통해 확인된 황희의 뛰어난 점은 어떤 사안을 다룰 때 그 사안에 합당한 논리를 정확하게 찾아 적용하였다는 데 있다. 그는 엉뚱한 논리에 휘둘려 일을 그르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안이든지 그 사안을 다룰 수 있는 적합한 논리가 있게 마련이다. 부적합한 논리는 가장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어떤 일을 다루는 기본적인 논리에는 통상 몇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이것이냐? 저것이냐? 를 다투어야 하는 경우이다. 양자택일의 논리라고 명명해두자. 둘째, 이것도 저것도 둘 다 취하는 경우이다. 양자수긍의 논리라고 해두자. 셋째,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해야 하는 경우이다. 양자부정의 논리라고 해두자. 또 아예 양자를 구분하지 않는 논리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통괄합일의 논리라 해두자. 이런 구분은 편의상 명명을 해 본 것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논리의 다양함이 아니다. 적합한 논리를 찾아서 제대로 적용하느냐 여부이다. 가령 양자택일해야 할 사안을 양자수긍의 논리로 다루려고 한다면 물타기 또는 양비론의 우를 범하게 된다. 양자수긍으로 타협해야 할 사안을 양자택일의 논리로 다루면 싸움의 골만 깊어간다. 양자부정의 논리를 견지해야 할 사안을 통괄합일의 논리로 다루려 한다면 마침내 문제는 곪아 터져버린다. 이른바 논리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논리는 자기증식적인 속성이 있어, 한 번 잘 못된 논리에 빠지면, 나중에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린다. 그러기에 가장 적합한 논리를 찾아 논의의 공동지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 적합한 논리는 보편적인 양심과 상식, 그 공동체가 이미 수용한 법과 기준에 따라 택하면 된다. 물론 성경과 건전한 신학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또는 자기주장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부적합한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구태는 모든 논의의 자리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목회직 세습은 양자택일의 논리로 신속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명성 목회직 세습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인가를 가늠하는 진리에 관한 사안이라고 이미 해당 교단 총회원 62%가 압도적으로 결의하였다. 목회직 세습 불가는 교회 회중의 보편적인 양심과 상식에서 합의된 사안인 것이다. 또한 해당 교단의 헌법적 가치를 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순복하고 교단의 교회로 남을 것이냐, 불복하고 자기 나름의 길로 나갈 것인가를 결단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다른 부적합한 논리로 논점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그 지겹도록 진부한 현실론이라든지, 엉뚱하게 노동시장의 논리라든지, 언어도단인 황금분할론(62% 대 38%)이라든지 이런 가당치 않은 논리로 부당한 세습행위를 옹호하려는 작태나, 기만적인 세습 문제의 초점을 흐리게 하려는 시도나, 시간을 벌어 어떻게 하든 버텨보려는 잘못된 행위들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이런 부적합한 논리는 그 자신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그런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논리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 망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각설하고 우선 예장 총회재판국은 신속하게 재심을 진행하여 법과 양심에 따른 바른 판결(세습불가)을 내려 지지부진한 문제해결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 이를 자꾸 미루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국교회 전체에 미칠 것이다.

 

서성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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