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공감은 캠프다
[에세이] 공감은 캠프다
  • 이규황 목사
  • 승인 2018.08.31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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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교회, 교회의 동네’라는 가장 기본적인 성암교회의 지역 이해는
지속적으로 지역과 진정성 있는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규황 목사성암교회 교육총괄
이규황 목사
성암교회 교육총괄

여름 사역이 모두 끝났다. 유난히 무더웠던 이 여름 내가 섬기는 성암교회에서는 특별한 시간이 있었다. 바로 ‘공감캠프’다. 공감캠프는 교회학교 어린이들과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함께 하는 여름 캠프다. 예산과 인력, 그리고 행정적인 지원은 교회의 ‘다음세대위원회’가 담당하고 프로그램 구성과 강사는 공교육기관을 지원하는 사단법인인 ‘더불어배움’이 담당했다. 지역을 섬기고자 하는 교회의 진정성과 전문성이 만나서 자리가 펼쳐지는 셈이다.

2016년 처음에는 약 90명, 2017년 약 110명, 올해는 약 120명의 초등학생들이 참여했다. 참석자의 절반은 우리 교회학교 어린이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의 아이들이다. 아마 총동원주일이나 전도 프로그램담당자들이라면 교회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대상 50명 정도를 교회로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지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도 아니고 무려 이틀 동안, 회비 10,000원을 손에 쥐고 아침 일찍부터 교회를 찾아오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숨이 차오른다. 현장의 교사들도 요즘 같은 시대에 예수님을 믿지 않는 어린이 한 명이 교회에 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잘 알기에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기쁨과 감사로 아이들을 맞이한다. 우리에게 더욱 희망적인 것은 교회학교의 교사들과 믿지 않는 학부모 사이에 ‘관계’의 축적이다. 공감캠프를 비롯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여러 사역들을 통해서 ‘관계’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공감캠프는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여름성경학교와 다른 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을 암송하거나 찬양을 부르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찬송가를 배경음악으로 쓰지 않는다. 교사들이나 강사들도 일체의 직접적 전도를 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진행한다. 다만 그들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섬기고 세워줄 뿐이다. 지역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이다.

그렇다고 신앙 교육과 전도 활동이 없을까? 아니다. 아이들이 교회 입구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것들이 신앙 교육이며 전도다. 아이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과 표정, 배려와 존중을 담은 따듯한 말 한마디, 교육 현장 곳곳에 붙어 있는 십자가와 성경 말씀들. 이 모든 것들이 교회 공동체와 예수님의 존재를 알리는 신앙의 교보재이다.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사랑하며 섬기는 교사들은 그 존재 자체가 최고의 전도 자료이다. 교회 오라는 단 한 마디 권면도 안 했지만, 캠프 끝난 뒤 유소년부에 등록하여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여럿 있다.

이것은 단순히 교회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암교회는 지난 15년간 꾸준히 지역을 섬기는 사역을 펼쳐 왔다. 지역의 욕구를 반영한 다각적이고도 전문적인 사역들은 지역 주민들과 꾸준하게 접촉면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 왔다. ‘동네의 교회, 교회의 동네’라는 가장 기본적인 성암교회의 지역 이해는 지속적으로 지역과 진정성 있는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공감캠프’는 이런 과정 속에서 나타난 열매이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생각이다.

다양한 매체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교회 교회학교 위기론을 꾸준히 듣고 있다. 사실, 교회학교 현장에 있는 분들은 지치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학교의 ‘공감캠프’가 즐거움과 의미 있는 사역의 현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역자로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성암교회와 사단법인 더불어배움이 진행하고 있는 ‘공감캠프’가 위기 속의 정답은 아닐지라도 여러 사역자들과 교사들에게 작은 힘과 위로와 소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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