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동네, 내 아버지 집
산 위의 동네, 내 아버지 집
  • 김윤태 목사
  • 승인 2018.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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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목사 (대전신대 선교학 /신성교회 담임/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윤태 목사 (대전신대 선교학 /신성교회 담임/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2013년 명성교회 예배당에서 개최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제 98회 총회에서 8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목회자 세습 금지법이 통과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예배당에서 세습이 이루어졌다. 이 문제로 현재 통합측 교단 뿐 아니라 기독교계와 사회 곳곳이 참 시끄럽다. 최근에는 한 방송매체가 명성교회 비자금 문제까지 다루면서 또다시 우리 개신교 전체가 도매금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걸까? 뭐가 그리 잘못되었다는 걸까? 언론매체의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방식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뜻밖에도 이 모든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교회가 과연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교회는 세상에서 부름받은 자들이지만 동시에 세상으로 보냄받은 자들이다. 그러므로 요한복음 17장 예수님의 기도문에 나오는 것처럼 교회는 세상에 있으나(in the world) 세상에 속해서는 안된다(not belong to the world).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세상과 다른 존재. 게하르트 로핑크(Gerhard Lohfink)는 이것을 '대조사회(對照社會: Contrastgesellschaft)' 혹은 '대척사회(對蹠社會: Gegengesellschaft)'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예수님이 원하셨던 공동체는 이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세상에 있으나 이 세상과 대조적으로 구별되는 그런 사회였다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한다. 교회는 끊임없이 세상의 지배적인 문화에 역행하는 대항문화공동체(counter-cultural community)여야 하며, 동시에 세상의 대안 공동체(alternative community)여야 한다. 대조, 대항, 대안 공동체,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마태복음 5장 14절에 나오는 “산 위의 동네”다. 산 위의 동네는 산 아래 동네와 구별되는 대조적인 공간이다. 산 아래 동네가 아무리 공격해도 굴복함 없이 대항해야하는 견고한 성과 같은 곳이며, 산 아래 동네가 물에 잠기면 산 위 동네로 피신해야 할 대안 공동체, 그것이 교회다. 그런 면에서 교회는 '타자를 위한 교회(Kirche für Andere)'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본회퍼는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에만 진정한 교회'라고 했다. 교회는 사적인 곳이 아니라 공적인 곳이다. 우리가 결정했는데 당신들이 무슨 참견이냐고 말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들을 구원해야 할 선교적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시다. 교회의 교회됨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할 때 드러난다. 예수님은 성전을 '내 아버지의 집'으로 표현하셨다. '내 아버지의 집'이란 말은 하나님의 소유며, 그 분의 통치하에 있다는 뜻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집을 자기 아버지의 집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산 위의 동네는 산 아래로 내려오면 안되고, 하나님 아버지의 집은 자기 아버지의 집이 되어선 안된다.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교회를 강탈하는 순간, 교회는 강도의 소굴이 되고 만다. 예수님께서 지금 한국에 오신다면 어쩌면 혹시 이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을까? “내 아버지의 집”은 “네 아버지의 집”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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