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라면 철인 28호
십대라면 철인 28호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11.02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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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십자가교회 손연국 목사

배고픈 청소년들에게 컵라면을 준다. 뜨거운 물과 먹고 갈 수 있는 장소까지 제공한다. 컵라면을 주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다.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한참 먹을 나이에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하는 아이들을 보며 배고플 텐데 라면이라도 먹고 가라고 권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랄까? 라면 먹는 아이들을 향해 교회 나오라든가 예수님 믿으라든가 하는 얄팍한 전도의 한 마디 같은 건 없다. 그저 “행복하게 학교 생활해라” 하고 다독일 뿐이다. 3층에 있는 교회까지 들어와서 라면을 먹던 한 친구는 “근데 라면을 왜 주세요?” “아저씨 목사예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 ‘목사라서 주는 게 아니고 너희들 학교 끝나면 배고프니까 주는 거야’ 하는 대답은 마음에만 담았다.

매주 화요일,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그십자가교회 앞에 오면 컵라면을 먹고 갈 수 있다. (사진 제공)
매주 화요일,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그십자가교회 앞에 오면 컵라면을 먹고 갈 수 있다. (사진 제공)
교인 세 명이 나와서 돕고 있지만 일손이 딸린다. 즐거운 비명이다.(사진 제공)
교인 세 명이 나와서 돕고 있지만 일손이 딸린다. 즐거운 비명이다.(사진 제공)
3층에 있는 교회 예배실에서 편히 먹고 갈 수도 있다.예배실은 작은 도서관처럼 꾸며져 있고 원한다면 책도 얼마든지 읽고 갈 수 있다.(사진 제공)
3층에 있는 교회 예배실에서 편히 먹고 갈 수도 있다.
예배실은 작은 도서관처럼 꾸며져 있고 원한다면 책도 얼마든지 읽고 갈 수 있다.(사진 제공)

그 십자가 교회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십대라면’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십대라면’ 프로젝트는 경상도 지역 어떤 목사님이 처음 시작해서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교회에 일련번호를 주어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데 경기도 광주 오포읍 양벌면 그십자가교회가 28호라고 한다. 목회자로서 아무런 저항감 없이 다가오는 십대 청소년들을 이렇게 많이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일진 학생도 오고 장차 십대가 될 초등학생도 한 몫 끼고 경로당 할머니들도 오시니 단지 십대 청소년들만 만나는 것도 아니다. 처음엔 반나절 사역에 컵라면 백여 개가 동이 나는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까 했지만 청소년들을 섬긴다고 하니까 얼굴도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라면을 보내주시고 물 끓일 대형 포트도 사주시고 섬기는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님께 맡기고 벌인 사역, 하나님께서 해주신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13월의 마을교육공동체에서 주관하는 세월호 4주기 학생 추도식을 할 수 있도록 교회를 개방해 주었다. (사진 제공)
13월의 마을교육공동체에서 주관하는 세월호 4주기 학생 추도식을 할 수 있도록 교회를 개방해 주었다. (사진 제공)
교회 설립 3주년 감사예배 때 모은 헌금을 소녀상 건립에 써달라고 경기도 나눔의 집에 기탁했다. (사진 제공)
교회 설립 3주년 감사예배 때 모은 헌금을 소녀상 건립에 써달라고 경기 광주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에 기탁했다. (사진 제공)
13월의마을교육공동체 주최 청소년과 함께 하는 평화의 소녀상 활동에도 교회 예배당을 선뜻 내줬다. (사진제공)
13월의마을교육공동체 주최 청소년과 함께 하는 평화의 소녀상 활동에도 교회 예배당을 선뜻 내줬다. (사진제공)

그십자가교회를 섬기는 손연국 목사는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마음에 품고 산다. 무엇이 진짜 교회이며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 세대 교회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인지, 교회가 진정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그래서 해마다 설립 기념 주일이 오면 ‘교회가 무엇인가’,‘어떤 교회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인가’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교인들과 함께 ‘교회다운 교회’에 대해 고민하고 그 십자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올해엔 ‘교회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교인 모두가 채영삼 교수의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손 목사 생각에 기존 교회는 예배당 안의 성례전에 지나치게 몰입 되어 있는 것 같아 이런 종교성을 빼보려고 노력 중이다. 과거 손 목사 자신도 시스템론자였으나 잘 정비된 시스템이 과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크다는 교회 부교역자로 시무하다가 2015년, 교회를 개척할 때 ‘사람이 곧 교회’ 이고 ‘가정이 곧 교회’인 본질의 교회를 세워보고자 목표를 세웠다. 사실 교회의 존재 의미는 예배당 밖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교회는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교회 한 청년이 경기 YMCA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어 행사를 돕다보니 자연스럽게 YMCA 프로그램에 관여하게 되었다. 세월호추모집회, 소녀상건립추진위와의 만남 등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된 행사들에 참여했고 마을공동체 모임에서 주최한 세월호학생추모집회 때는 모임 장소로 교회를 빌려주기도 했다. 손목사는 이런 사회적인 만남에서도 관계된 사람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대한다. 교회 옆 아파트 주민들도 식구라고 생각하고 돕는다. 처음에는 ‘왜 도와주나?’ ‘전도나 하려고 그러나?’ 의심하더니 시간이 지나 손 목사의 진정성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이제는 ‘오포물류단지 주민대책위원회’의 집행위원장 자리를 맡아달라고 청을 해왔다. 지역 사회를 위한 섬김이라 생각하고 교회 울타리 밖의 사람들도 내 교회 식구라고 생각해서 요청을 받아들여 주민들과 함께 회의도 하고 행동에도 나선다. 내성적인 사람이 이런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일들에 쓰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교인들도 이런 일에 적극 협조하여 주민 모임에 교회당을 빌려주기도 하고 설립 3주년 때 모은 헌금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신 경기 나눔의 집에서 소녀상을 건립하는 일에 사용해 달라고 기부하기도 했다. 교회는 교회 밖의 사람들에 대해 마땅히 이런 일을 하며 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무엇인가'를 늘 고민한다는 그십자가교회 손연국 목사
'교회는 무엇인가'를 늘 고민한다는 그십자가교회 손연국 목사

손연국 목사는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성을 추구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주에 한 번 밥만 같이 먹는 식구를 넘어서 진짜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 되고 나누는 가족의 의식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직 설립한 지 3년밖에 안 되어 아직은 애타고 어렵지만 그냥 자라는 대로 스스로 크기를 기다린다. 이제 35명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교회 건물이나 프로그램보다는 내면을 다지는 데 집중한다. ‘낮아짐’과 ‘함께 함’으로 교회 안과 밖이 ‘더불어’ 하나 되는 교회라는 평을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교회는 교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교회. ‘우리 교회는 이 지역의 선교를 담당한다’고 생각하고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목사. 경기도 광주 오포 양벌리 그십자가교회는 하나님으로부터 파송받은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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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2018-11-03 11: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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