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에 국내에 출간된 ‘갈등에서 사귐으로’는 루터교세계연맹과 로마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2013년에 출판한 ‘From Conflict to Communion’을 번역한 책이다. 종교개혁 이후, 루터교에서 일방적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를 평가하거나,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일방적으로 루터교를 평가한 책은 적지 않게 출판되었다. 그것은 지난 500년간 루터교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학자들이 주로 행했던 역사서술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루터교신학자와 가톨릭 신학자가 함께 종교개혁의 역사를 성찰하며 그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는 ‘갈등에서 사귐으로’는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역시 발간사에서 이 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갈등에서 사귐으로’는 단순히 루터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 간 대화의 결실을 담은 문서가 아닙니다. 종교개혁 사건으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이 서로의 현실을 진지하게 대면하고, 일치의 여정으로 나가는 놀라운 신학적 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문서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이번 공동 번역 작업은 서로 배우고 사귀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함께 증언하는 그리스도의 제자의 길을 함께 걷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6쪽)
이 책의 본론은 여섯 장으로 나누어졌으며, 전체 135쪽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루터교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종교개혁 당시의 루터와 교황의 치부를 숨기지 않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루터교와 로마 가톨릭 교회는 지난 역사의 과오를 청산하기 위해 그들이 잘한 것과 잘하지 못한 것을 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과거사 청산은 철저한 진상규명의 터 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7년 기념에 기쁨과 감사를 표현하면서, 루터교와 가톨릭 신자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과 인간의 잘못과 죄, 그리고 실패와 허물로 인한 고통을 경험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루터교 신자들은 마르틴 루터가 유대인을 적대하며 행한 악의적이고 굴욕적인 진술들을 기억한다. 이 사실에 대해 루터교 신자들은 몹시 탄식하며 부끄러워한다.”(122쪽)
루터의 후예들은 루터로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의 역사가 ‘빛과 어둠이 공존한 역사’라고 보았다. 그들은 루터로부터 복음의 빛을 재발견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루터의 신학에서 반유대주의라는 어둠도 발견했다. 그것은 루터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한계였다.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그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농민’과 ‘유대인’과 ‘재세례파’는 때때로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라는 로마서 말씀처럼 실상 16세기의 유럽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나 루터교회 모두 하나님 앞에서 수많은 죄를 반복했다. 어느 시대나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사고방식은 상대방과의 화해와 용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서로의 과오를 인정하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자 애쓰는 루터교와 로마 가톨릭교회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